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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의 돌직구] 文대통령이 말한 '적폐'는 국민인가


입력 2021.04.06 07:00 수정 2021.04.05 19:17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공무원 범죄에 국민 전체로 투기 감시 넓혀

문재인 정부 4년간 집값 최대치 상승했는데

LH 사태로 '투기와 전쟁' 선포하며 국민 불똥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LH 사태 관련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자산 불평등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며 "불공정의 뿌리인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고 했다. 공무원 투기가 발단이 된 사태를 두고 대통령이 뜬금없이 '적폐'를 운운하고 나선 것이다. 국민이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라고 한 적도 없는데 맥을 잘못 짚어도 단단히 잘못 짚었다.


이번 LH 사태는 국가 공무원이 일반 국민에겐 공개되지 않아야 할 내부정보를 활용해 저지른 특수 범죄 사건이다. 그렇기에 부동산 투기라는 일반론으로 볼 수 없는 문제다. 행정부 수장이 LH 사태를 계기로 불특정 다수 국민 전체로 투기 감시를 넓히겠다는 건 현 정부 과오를 인정치 않으려는 물타기 수법이다.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이라는 명분 하에 부동산 투기와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애먼 국민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LH 대응 방침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거래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부동산 감독기구인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는데 "가뜩이나 경색된 현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켜 부작용만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마디로 국가 공무원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야 할 칼날로 국민 생계까지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대책 발표 직후 국민과 하위 공무원들은 반발했다. 고위 공무원들이 사고치고 책임을 서민층과 하위 공무원들에게 떠넘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적폐를 낳게 한 부동산 불로소득은 현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이 급등한 곳만 찾아다니며 땜질식으로 틀어막는 핀셋 규제를 남발하다가 집값 폭등을 불러일으켰다. 경제민주화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가 아이러니하게도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 가운데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매매가격은 2326만원이었지만 올해 2월에는 4194만원으로 1868만원이나 상승했다. 강남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도 문재인 정부 이후 10억원이나 치솟았다.


집값 양극화도 역대 최고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상위 20% 아파트값이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했다. 하위 20% 아파트값은 1억1000만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상위 20%와 하위 20% 아파트 가격의 격차는 역대 가장 많이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 의미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처음 언급한 '적폐'는 정권 교체 시기 박근혜 정부를 대상으로 했다. 정치적 이념과 색채가 맞지 않으면 적폐 프레임을 씌우고 정치보복을 단행했다.


하지만 몇 년 새 '적폐'는 부동산 시장으로 옮겨졌다. 집값은 정부가 끌어올리는데 집을 가진 자들이 적폐로 낙인찍히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임대인과 임차인, 집주인과 세입자 등으로 분열시키는 등 선전선동식 정치를 하는데 열을 올렸다. 전 정부를 가리키던 '적폐'라는 단어가 사실상 '국민'에게 덮어씌워 버렸다.


적폐의 사전적 의미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다. 오랫동안 곪아온 문재인 정부 공무원 땅투기 문제가 비로소 드러난 만큼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적폐'는 스스로에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돌아오고 있다. 국민은 부동산 적폐 청산이라는 과대망상적 발상이 아닌 지난 과오와 잘못된 정책을 사과하는 책임있는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를 바라고 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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