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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편견 딛고 영화 감독이 된 코미디언들


입력 2021.03.25 09:09 수정 2021.03.25 09:1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김영희 4월 성인영화 '기생춘' 개봉

박성광 '슬프지 않아서 슬픈' 제11회 서울 세계 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안상태 지난해 '안상태 단편선'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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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들이 영화감독에 도전하면 대중들은 ‘재미’로만 평가한다. 단순하게 화제를 끌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짧은 개그를 무대에 올리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단순하게 볼 상황은 아니다. 이들은 아이디어부터 대사, 분장 등 개그를 만들기 위한 모든 기획에 참여한다. 여타 분야보다 창작에 직접적으로 그리고 포괄적으로 맞닿아 있는 것이다.


김영희는 4월 성인영화 '기생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기생춘'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패러디한 영화로, 취업, 결혼, 집을 포기한 3포세대 주인공 춘(주아 분)이 부유한 사업가 민도윤(민도윤 분)의 집에 기생하기 위해 벌이는 내용을 담았다.


김영희는 24일 '기생춘' 기자간담회에서 성인영화란 장르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고 장난이나 호기심으로 연출에 도전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영희는 향후 성인영화 뿐 아니라 다큐멘터리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풍만대'란 감독 이름을 지어 계속 활동할 것을 예고했다.


'기생춘'은 저예산으로 제작돼 편집과 영상의 퀄리티는 타 영화에 비해 떨어진다. 하지만 김영희는 자신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성인영화 장르와 접목시켰다. '기생충'의 명장면을 패러디하고, 여주인공 춘을 통해 3포 시대 청춘의 모습을 그렸다. 반면 사업가 민도윤은 다 가졌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고, 그 영역을 춘이 채워넣어준다. 그럼에도 섞일 수 없는 두 계층을 대사로 적나라하게 짚었다.


안상태는 2010년 1인극 공연할 때 1분 30초짜리영상을 만든 것을 계기로 연출을 본격적으로 시작, 지난해 '커버', '봉', '적구', '스토커', '싱크로맨' 5편을 모은 옴니버스 영화 '안상태 단편선'을 만들었다. 단편선은 그동안 유튜브 등으로 공개해왔던 단편 작품들을 모아 1시간 정도의 분량으로 재편집하고 음향과 컬러그레이딩 등의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친 모음집이다. 안일권, 배우 최정화, 이정호 등이 출연했다.


박성광은 전공인 연출을 살려 활동 중이었던 2011년 '욕'으로 감독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박성광도 '슬프지 않아서 슬픈'으로 영화인들과 겨뤄 11회 서울 세계 단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박성광은 지난해 정형돈과 손을 잡고 MBC 디지털 예능 '돈플릭스2' 영화 프로젝트 '끈'의 연출을 맡기도 했다. 정형돈은 시나리오를 쓰고 박성광은 메가폰을 잡고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단편영화 '끈'은 서로 기억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끈'은 희극인으로서 가지고 있던 박성광과 정형돈의 편견을 뒤집었다. 영화는 가족의 해체를 통해 흔들리는 관계 등을 세심하기 그렸다. 코미디언이 만들었다고 느낄 만한 요소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함께 연출한 한종빈 PD는 박성광에 대해 "사실 저희는 정형돈 작가님이 직접 연출해주길 바라고 섭외했다. 그런데 본인은 해본 적이 없다며 박성광을 소개해줬다. 두 편의 전작을 보니 실력이 있는 감독님이셨다. 저 뿐만 아니라 스태프들도 놀랐다"고 칭찬했다.


감독의 영역은 이들의 선배인 심형래, 이경규가 이미 도전해 길을 닦았다. 심형래는 1992년 '영구와 흡혈귀 드라큐라', '영구와 공룡 쮸쮸', '티라노의 발톱', '영구와 우주괴물 불괴리', '용가리' 등 감독과 기획, 제작에 참여했다. 2007년 300억원 제작비를 투입한 '디 워'는 북미에서 1097만달러의 수익을 거뒀으며 국내에서는 850만 관객을 동원하며 성공을 거뒀다.


이경규는 '복수혈전'으로 연출을 시작해 '복면달호', '전국노래자랑'을 기획했다. 이경규는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으며 향후에도 영화 감독으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을 털어놨다.


감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이들은 코미디언의 정체성을 우선시 하지 않고, 감독으로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또 호러, 누아르, 에로, 등 장르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김영희는 "연출 할 때 코미디를 했다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대 앞에서 익숙한 직업이다보니 어떻게 그림이 나올지와 일반적인 연출이나 배우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낼 수도 있다"고 코미디언 출신 감독들의 강점을 밝혔다.


코미디언들은 무대 위에서 주어진 시간이 짧아 함축적으로 웃음을 줄 수 있는 방법을 항상 연구한다. 이 순발력과 센스가 연출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곤 한다. 아직은 감독보다 코미디언이란 인식이 강해 이들이 제일 먼저 부딪치는 건 편견이다. 이 편견을 극복하는 건 본인의 연출력이다. 지금까지 감독을 선언한 코미디언들은 향후에도 계속 작품을 만들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영역을 넘나드는 코미디언의 의미있는 도전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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