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반대 격해지며 이낙연 사퇴촉구 이어져
'충정도 몰라보고 헛다리'…이 대표 측 분통
일각선 버스광고·당원게시판 통해 이낙연 응원
文 "통합의 해" 강조…당원들 기류 달라질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화두로 제시한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 절대다수는 사면을 반대하며 일부는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단계까지 나아간 반면, 소수지만 이 대표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 대법 선고와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입장표명 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일단 여론조사에서 파악되는 민주당 지지층 기류는 '사면반대'가 확고하다. 데일리안 의뢰로 알앤써치가 지난 4~5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찬성(44.1%)과 반대(50.6%)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보면, 반대의견이 70%를 훌쩍 넘어선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위의원회 홈페이지 참조>
친문강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면반대 여론은 이 대표 '탄핵'으로 변질되고 있다. 당헌당규를 참조해 대표를 퇴진시키는 방법을 연구하는가 하면, 당 윤리위에 제소하자는 제안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심지어 일부는 이 대표를 향해 인격모독적인 말도 서슴지 않고 있으며, 이 대표를 옹호한 설훈 전 최고위원이나 홍익표 정책위의장, 김한정 의원까지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에 대한 비토가 강해지는 것과 비례해, 동정론도 일고 있다. 실제 '문파'를 자처하는 한 지지자 그룹은 SNS에 "이낙연 대표님이 며칠째 공격만 당하는 걸 볼 수만 없어서 후원금을 걷어 버스광고를 진행하고자 한다"며 "문파라면 이 대표를 지켜주자"고 올렸다. '박근혜·이명박 사면! 국민통합! 이낙연은 합니다!'라는 버스광고가 부착된 사진도 동봉했다.
지난 6일 민주당 당원게시판에 오른 '당대표 퇴진요구 권리당원 찬반투표'에서는 8일 기준으로 퇴진찬성(2,800) 보다 반대(5,800)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당원게시판의 찬반투표는 게시글에 '좋아요'(찬성)와 '싫어요'(반대)를 눌러 참여하는 구조다.
민주당은 당원들의 사면찬반 논쟁이 이 대표의 신상문제와 연결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현안에 대한 자유로운 의사표현은 당연한 권리이고, 당원 절대다수가 사면에 반대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이 대표 사퇴론은 소수가 과대대표된 주장으로 휩쓸려선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표의 사면론이 실은 문 대통령의 의중일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전날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통합의 해"를 강조했다는 점에서다. 물론 청와대는 "통합이 사면만 있는 게 아니다"며 선을 그었지만, "지금은 통합 보다 정의가 우선"이라는 민주당 내 사면반대론 주장과 온도차가 있는 대목이다.
또한 청와대는 "사면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만 했을 뿐, 지지층의 반대여론에도 사면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내지 않고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신중한 이 대표의 스타일상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을 본인 생각만으로 꺼내진 않았을 것"이라며 "사면과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오롯이 부담해야할 책임을 이 대표가 나눠서 부담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출신 친문핵심 의원도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만, 정치도의나 논리상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은 반드시 문재인 정부에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라며 "박 전 대통령 선고 이후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 가해질 압력을 이 대표가 선제적으로 제기함으로써 분산시켜준 측면이 크다"고 이 대표를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