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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후판가격 인상 시동…“버틸만큼 버텼다”


입력 2021.01.06 06:00 수정 2021.01.05 15:19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후판 가격, 2016년 이후 t당 60만원대 ‘제자리’…철광석 가격은 ‘껑충’

철강사, 조선업계와 후판 가격 협상 돌입…조선사 “재무 부담만 가중”

포항제철소 전경. (자료사진)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자료사진) ⓒ포스코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선박 건조에 쓰이는 후판 가격 인상을 두고 올해 상반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조선업황 부진을 감안해 양보를 거듭해온 철강업계는 이번 만큼은 '수주 랠리'에 성공한 조선사들이 후판 가격 인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선업계는 건조 시기 등을 감안할 때 당장 인상은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사와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사들은 지난달 후판 가격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사들과 조선사들은 통상 6개월마다 개별협상을 벌인다.


철강사들은 그간 조선업황 부진을 감안해 후판 가격을 인하 또는 동결해왔다. 최근 후판 가격은 t당 60만원선으로, 2008년 당시 110만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해 현재 반토막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거셌던 지난해 7월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후판 가격을 t당 3만원 인하했다. 조선 3사의 수주 목표 달성률이 30% 이하에 그치는 등 가격 인상 여력이 없던 탓이다.


이후 조선 3사가 지난해 연말 '몰아치기 수주'에 성공하는 등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철강사들도 후판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수주목표 달성률은 각각 91%, 65%, 75%로 집계됐다. 전세계 발주량이 전년 대비 57%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성적이라는 평가다.


지난 6개월간 중국 칭다오항 수입 철광석 가격 추이 그래프 ⓒ산업통상자원부 지난 6개월간 중국 칭다오항 수입 철광석 가격 추이 그래프 ⓒ산업통상자원부

올해 수주 전망도 밝다. 코로나19로 지연된 잠재 수요가 되살아나고 환경규제가 본격화 되면서 친환경 선박 수주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량과 수주액이 전년 대비 각각 134%, 110% 증가한 980만 표준화물선환산톤수(CGT), 215억 달러(약 23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후판 원재료로 쓰이는 철광석 가격 상승세도 후판 가격 인상 요인을 뒷받침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t당 165.29달러(약 18만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 t당 80.38달러(약 8만7000원)에 그친것에 비교하면 2배 이상 급등한 수준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치면서 철광석 수요가 급증한 반면 철광석 수출국인 호주, 브라질은 생산 차질로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철광석을 실어나르는 벌크선 운임 상승세 역시 제품가 인상 요인이다. 지난해 하락세를 보였던 벌크선 운임은 연말 들어 중국을 중심으로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상승세는 주요 국가들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따라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 제품 가격엔 철광석 가격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았고 전 세계적으로 뛰는 철강제품 가격과도 발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올해는 가격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제품 가격 인상 움직임에 난색을 표하는 모양새다. 후판은 선박 제조원가의 15~20%를 차지하는 핵심 재료인 만큼 가격 상승은 원가 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다. 그러나 수주계약을 체결했다고 곧바로 실적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신규수주가 실제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통상적으로 2년 이상이 걸린다"며 "작년 말에 수주가 몰렸다고 연초에 곧바로 후판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조선사의 재무적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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