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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ICK] 왜 신혜선의 ‘철인왕후’에 열광할까


입력 2020.12.24 12:56 수정 2020.12.24 15:4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철인왕후', 안하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아 도전"

원맨쇼부터 몸개그까지, 온 몸 불사르는 연기 투혼

ⓒtvN ⓒtvN

남장여자 캐릭터는 드라마에서 낯설지 않은 소재다. ‘커피프린스 1호점’(2007)의 윤은혜,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의 설리, ‘성균관 스캔들’(2010)의 박민영, ‘구르미 그린 달빛’(2016) 김유정 등 과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사용되고 있는 ‘단골’ 소재라고 해도 무방하다.


적당히 낮고 굵은 톤으로 남성의 말투를 흉내 내고, 짧은 머리에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 넉넉한 사이즈의 옷을 걸치면 그만이다. 극중에서도 남자가 아닌 남장여자를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어색함도 용인된다.


하지만 ‘철인왕후’의 신혜선은 다르다. 지난 12일 첫 방송된 tvN 드라마 ‘철인왕후’에서 신혜선은 조선시대 중전 김소용을 연기한다. 그저 평범한 인물은 아니다. 이 드라마가 타임슬립을 소재로 하고 있고, 그 배경은 현대에서 조선시대로 배경이 옮겨졌다. 그 과정에서 성(性)도 바뀌었다. 신혜선이 연기하는 김소용의 몸에는 청와대 주방에서 일하던 까칠한 남성 셰프 장봉환(최진혁 분)이 들어갔다.


앞서 제작발표회 당시 신혜선은 “대본을 받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지 않는다면 시청자로서 너무 재밌게 볼 것 같다는 생각과, 반대로 내가 한다면 너무 (연기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하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아서 도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보기엔 재미있는 이 캐릭터는 연기하기 결코 쉽지 않다. 남장여자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실제 남성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어설픈 구석이 보이면 즉각 시청자들의 몰입을 깨뜨릴 수도 있는 역할이다. 하지만 신혜선은 김소용으로서 온몸을 불사르는 열연으로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했다. 그의 행동과 표정 하나하나에 시청자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tvN ⓒtvN

극중 김소용은 겉모습은 기품 있는 중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남자, 그것도 ‘상남자’가 할 법한 행동을 일삼는다. 자신의 ‘물건’이 없어진 것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보여준 기막힌 원맨쇼를 시작으로 걸음걸이, 앉은 자세 등의 소소한 움직임, 목욕탕에서 대(大)자로 누워있는 동네 아저씨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목욕탕 씬, 궁궐의 규수들을 바라보며 짓는 게슴츠레한 눈빛과 실룩거리는 입술 등의 표정연기는 그야 말로 압권이다. 심지어 개그 프로그램의 코너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몸 개그까지 불사한다.


이런 반응을 이끈 건 신혜선이라서 가능했던 일이다. 앞서 신혜선은 ‘학교 2013’을 시작으로 ‘고교처세왕’ ‘오 나의 귀신님’ ‘그녀는 예뻤다’ ‘비밀의 숲’ ‘황금빛 내 인생’ 등의 드라마와 영화 ‘검사외전’ ‘결백’ ‘도굴’ 등에 출연하면서 단 한 차례의 연기력 논란도 없었다.


놀라운 건 조연으로 작품에 참여하는 경우에도 늘 주연급 이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분량이 많든, 적든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포인트를 잘 잡아내고, 이를 연기력으로 표현해낸다.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신혜선은 디테일을 살리면서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능력이 있다.


이번 ‘철인왕후’에서도 어김없이 자신이 가진 능력을 입증한 신혜선이다. 그에게 사극은 첫 도전이다. 아직까진 장봉환의 영혼이 몸에 들어와 있는 터라, 현대극의 말투를 보여주고 있지만 향후 그의 영혼이 빠져나간 후 온전한 김소용이 됐을 때 그가 보여줄 사극 연기도 기대할 만 하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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