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외국인선수 로하스 이적에 구단과 팬 모두 섭섭
냉정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통제 불가능한 변수 대비해야
지난 2018년 재계약 당시의 로하스. ⓒ KT위즈
“노학수의 여권을 빼앗자.”
프로야구 KT위즈 팬들은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30)의 등록명과 비슷한 발음의 한글 이름을 붙여 ‘노학수’라는 별명을 붙였다. “종신 KT” “여권 불태워” “출국 금지” 등의 표현을 써가며 그가 영원한 KT 선수로 남아주길 바랐다.
타격 4관왕 및 KBO리그 MVP 등 화려한 성적 못지않게 로하스가 팀과 한국에 보인 애정에 팬들은 더욱 열광했다. 두피에도 KT를 새길 정도로 팀에 대한 각별한 애착을 가졌던 로하스는 한글로 '로하스'라고 적힌 발목 보호대와 신발을 신고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한국을 떠나지 못하게 팬들이 여권을 숨기려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로하스는 “걱정하지 마세요. 팀이 원하면 여기서 계속 뛸 생각입니다”라는 서툰 한국말로 진심을 전했다. 비단 성적뿐만 아니라 외국인선수에게 찾아보기 어려운 귀감이 될 만한 인성으로 동료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한 로하스는 그렇게 ‘KT맨’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KT의 외국인선수 최고액 제시에도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로 떠났다. 로하스도 결국에는 더 큰 무대와 더 많은 연봉을 택하는 프로 세계의 비즈니스 룰을 따랐다.
KT가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2020년.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꿈을 꾸던 구단 관계자들이나 팬들은 적지않게 실망했다. 로하스를 곁에서 오래 지켜봐왔던 KT 관계자들이나 팬들은 한신으로 떠나는 그의 미래를 응원했지만 엄습한 허탈함은 막을 수 없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내년에도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각 구단들의 외국인선수 영입 작업은 수급 면에서 이전보다 어려워졌다.
수도권 구단의 한 야구 관계자는 “외국인선수가 못해도 문제지만 이제는 잘해도 문제다. 못하라고 할 수도 없고. 검증된 우수한 외국인선수를 지키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붙잡을 장치가 필요하다”며 새로 영입할 선수들의 분석 자료를 뒤적였다.
2020시즌 MVP 로하스. ⓒ 뉴시스
외국인선수에게도 허용된 다년계약 제도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부상 이탈, 보유선수 제한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구단이 다년계약을 제시해도 한국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메이저리그 복귀를 노리는 선수들은 1년 계약을 원한다. ‘가을 에이스’ 크리스 플렉센(전 두산 베어스)도 1년만 뛰고 메이저리그로 이적했다.
프로는 철저한 비즈니스 세계다. 그 안에서도 팬들과 나눈 정이 있지만 종국에 비즈니스 룰을 거스르기는 어렵다. 체계적인 플랜B를 수립한 상태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과 통제 불가능한 변수에 대비해야 한다.
물론 로하스 같은 경우라면 플랜B, 플랜C까지 준비해도 메우기 힘든 공백이다. 애틋함까지 묻어있는 로하스의 떠나는 뒷모습을 보면, 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를 인정하면서도 무언가 섭섭함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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