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음악으로 쓴, ‘적재’의 가장 빛났던 순간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11.26 14:38  수정 2020.11.26 14:39

가장 적재다운 앨범 '2006', 11월 12일 발매

ⓒ안테나뮤직

누구나 돌이켜 보면 가장 빛났던 순간이 있다. 기타리스트 겸 싱어송라이터 적재는 2006년이 그런 순간이다. 꿈꾸던 대학 생활을 하고, 가장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했던 신입생 시절, 2006년을 적재는 “가장 예쁜 시간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 때의 이야기를 미니 2집 ‘2006’에 담아냈다. 타이틀곡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사실 처음부터 그 시절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진 않았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늘 그를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재는 남들보다 2년 이른 나이에 대학에 입학했고, 당겨진 2년의 시간만큼의 무게는 온전히 그가 이겨내야 할 숙제였다. 자신의 실력이 뒤처진다는 열등감과 강박이 ‘빛’을 가로막고 있었던 셈이다.


“사실 대학생일 당시엔 그 시절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어요. 하지만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이잖아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시절이 가장 순수하게 음악을 잘 하고 싶어서 노력했던 때인 것 같더라고요. 지금은 사람들과 만나도 이해관계를 생각하게 되는데, 그때는 정말 음악이 좋아서,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거든요. ‘나의 가장 순수했던 때는 언제일까’ 생각하다 보니 그 시절이 생각났고,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이라는 곡까지 오게 된 거죠”


조금 의아했던 건, 평소 적재의 성격과는 다른 발상에서 이 곡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보단 현재를, 현재보단 더 나은 내일을 지향했다. 가볍게 던지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나면 언제로 가겠냐’는 질문에도 ‘미래가 기대된다’는 답을 내놓던 그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이런 평소의 적재의 신념을 180도 뒤집고 탄생한 곡이란 점에서 의미가 깊다. 과거를 돌아보고, 그 때의 마음을 자양분 삼아 또 다른 내일을 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이 때는 좋았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은 기존에 제목이 없는 상태로 1년 전에 만들어 놓은 음악이에요. 1절 테마까지만 만들어 놓은 채 하드디스크에 저장돼 있었죠. 그때 마침 친구들에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가겠냐’는 질문을 받고, 생각해 보니 ‘순수하게 음악을 잘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때’, 그러니까 2006년 신입생 시절로 가고 싶었던 거예요. 그 시기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안테나뮤직

이번 ‘2006’ 앨범에는 타이틀곡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 외에도 ‘풍경’ ‘알아’ ‘너 없이도’ ‘흔적’ 등 총 다섯 곡이 수록됐다. 적재는 이 앨범을 “가장 적재다운 음악”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발표했던 곡들의 편곡을 다른 아티스트에게 맡겼던 것과 달리 이번 앨범은 모두 적재에게서 나왔다. 작사·작곡은 물론 편곡까지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한 곡들이다.


“사실 아직도 ‘적재다운 음악’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어요. 아직 확립이 되어있지 않고, 확립하고 싶지도 않아요. 장르나 색깔을 규정지으면 그 안에서만 음악을 만들려고 할 것 같아요. 글로는 ‘가장 적재다운 음악’이라고 표현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제 손을 최대한 많이 거친, 그런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수년간 적재의 휴대전화 속 메모장에 적혀 있던 글들은 그의 손을 거쳐 음악으로 만들어졌다. 온전히 집에 틀어박혀 혼자만의 싸움을 끝낸 후에는 지인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회사에 들어가게 된다면 무조건 안테나가 될 것 같다”던 그는 실제로 지난 9월 안테나뮤직에 둥지를 틀었다. 그렇게 소속사 대표이자 수장인 유희열의 지원을 받았고, 나원주의 피처링, 아이유의 장문의 피드백은 적재의 색깔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줬다.


“‘알아’라는 곡은 나원주 선배님이 피처링으로 함께 해준 곡이에요. 제 곡 중에 유일하게 피아노가 메인이 되는 곡이죠. 녹음하는 날 피아노를 쳐주시는데 황홀하더라고요. 다른 레벨에 있는 연주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 피처링을 안 하기로 유명한 분이에요. 그런데 허밍까지 부탁드렸는데도 ‘네 앨범이면 해야지’라면서 흔쾌히 받아주셨어요”


“안테나는 음악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이번에도 역시 유희열 형님은 음악에 대한 터치는 거의 없고, 제작자로서 음악을 어떻게 포장하고, 내가 할 수 있는 표현을 잘 하는 법을 알려주셨던 것 같아요. 또 다른 사람들에게 피드백도 많이 받았어요. 평소에 곡을 쓰고 지인들에게 많이 들려주는 스타일이에요. 특히 아이유는 제 곡을 들었을 때 본인이 느낀 감정이나 디테일한 부분, 악기에 대한 것도 성심성의껏 얘기를 해줘서 실제로 반영을 하곤 해요”


기타리스트 정재원, 그리고 가수 적재로서의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가능하다면 두 영역을 모두 오랫동안 가지고 가고 싶다던 그에게도 힘든 시기는 찾아왔다. 최근 JTBC ‘비긴어게인’을 촬영하면서 합주와 편곡, 촬영이 몇 달간 이어지면서 몸과 마음이 지쳤다. 그토록 음악을 사랑하는 적재가 “음악이 미워진 때”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강행군이었다.


“사실 몇 년 동안 정체기였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연주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제가 생각하는 범위도 항상 틀 안에서만 생각하는 것 같고. ‘비긴어게인’에서 한 팬이 ‘더 도어’(The Door)를 듣고 눈물을 흘렸는데 그날 이후로 씻은 듯이 음악적 불안감이 해소됐어요.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앨범 작업을 하면서 생각의 틀을 바꿔보기도 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제 음악으로, 누군가가 또 잠깐이나마 자신의 가장 빛난던 시절을 떠올리며 행복함을 느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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