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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운의 열공] 현대제철 '가시밭길' 뚫는데…노조는 '막무가내' 파업모드


입력 2020.11.15 06:00 수정 2020.11.15 05:33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코로나19 여파에 경영정상화 안간힘…발목 당기는 '노조 리스크'

유례없는 비상시국, 기업 '생존'이 우선…상생·공존 가치 되새겨야

전국금속노동조합원들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전국금속노동조합원들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당신,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왜 배 바닥에 구멍을 뚫고 있습니까?"

"내가 돈 내고 앉은 자리서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왜 난리요, 내 자유인데 참견 마시오!"


유대인의 교훈서 탈무드에 나오는 '배에 구멍을 뚫은 남자' 이야기다. 남자는 사람들의 만류를 무시한 채 계속 배의 바닥을 뚫었고, 결국 강을 건너던 나룻배는 침몰해 수많은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구멍을 뚫은 남자도 뒤늦게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지만 잘못은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탈무드가 탄생한지 150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재연되고 있다. 현대제철 노동조합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86%의 찬성률로 가결시켜며 파업 초읽기에 돌입했다.


현대제철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글로벌 수요 부진과 철광석 원가 상승 등 악재로 올해 상반기 157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는 영업이익 334억원으로 흑자전환하며 선방 했지만 전년 동기 실적에 못 미쳤다. 그나마도 회사의 뼈를 깎는 사업재편 노력이 뒷받침됐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현대제철 충남 당진공장 전경 ©현대제철 현대제철 충남 당진공장 전경 ©현대제철

특히 글로벌 철강시장 불확실성 확대는 여전한 상황이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보호무역주의 지속,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 환경규제 강화, 철광석 가격 인상 등 악재들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안 보인다. '현대제철'호가 '코로나19'라는 풍랑을 간신히 견뎌냈지만 하늘에는 여전히 먹구름이 가득한 것이다.


파업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중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풍랑을 맞이한 배가 뒤집어지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 돛을 붙잡아야 할 마당에 '내 자유' '내 권리'를 외치며 바닥에 구멍을 뚫는 행위는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배가 침몰하면 선장과 승무원 뿐만 아니라 선량한 승객들과 심지어 구멍을 뚫은 본인도 피해를 입는다. 나아가 배와 거래 관계를 맺은 다수의 상인들, 지역경제의 손실로도 이어진다.


지금은 전세계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기업의 '생존'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유례없는 비상시국이다. 회사와 '한 배를 타고 있는' 노조는 탈무드의 교훈을 되새기고 '상생'과 '공존'의 길을 선택하길 기대해본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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