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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산 삽살개' 운운해도…통일부는 '침묵'


입력 2020.10.29 13:51 수정 2020.10.29 13:51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北, 서훈 방미 비난…"세간에 뼛속까지

친미의식 찌든 '미국산 삽살개' 야유 나와"

통일부, 북한 관영매체 보도에 '침묵'

개인 명의 보도라며 '평가절하'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자료사진). ⓒ청와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자료사진). ⓒ청와대

29일 통일부는 북한 관영매체의 대남 비난에 대해 '침묵'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방미를 강하게 비판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와 관련해 "개인 필명 기사이기에 동향을 살펴보겠지만 현 단계에서 통일부가 언급할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보도를 북한 선전매체들의 대남 비난 보도와 같은 수준으로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내용이 비슷해서라기보다 '리경주'라는 개인 필명으로 의견을 개진했다"며 "진행되는 사항을 보면 점차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일부의 침묵은 앞서 밝힌 입장과 차이가 있다. 해당 당국자는 지난 7월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남 비난에 나선 선전매체들을 '찌라시(지라시)'로 규정하며, 북한 공식매체에 대해서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한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남 비난 기사를 작성한 '리경주'라는 인물과 관련해선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형식 논리로 보면 조선중앙통신 기자로 볼 수도 있겠지만, 현재는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해당 당국자는 청와대가 별도 입장을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못하다"며 "진행사항을 좀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동서남북도 모르고 돌아치다가는 한치의 앞길도 없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는 제목의 개인 명의 기사에서 "남조선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실장이란 자가 비밀리에 미국을 행각하여 구접스럽게 놀아댔다"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오브라이언,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 등을 연이어 만나 최근 삐걱거리는 한미동맹 불화설로 심기가 불편해진 상전의 비위를 맞추느라 별의별 노죽(아첨)을 다 부렸다"고 비난했다.


통신은 "오죽하면 세인들 속에서 '뼛속까지 친미의식에 쪄들어 있는 미국산 삽살개'라는 야유가 울려나왔겠느냐"며 "북남관계 문제에 수십 년 동안이나 몸담아왔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북남 사이의 모든 문제를 푸는 근본 열쇠가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나가는 데 있다는 것을 과연 모른단 말이냐"고 꼬집었다.


"韓 대미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려 한 듯"
"경색 장기화 책임 전가하려는 명분쌓기"


전문가들은 이번 대남비난이 미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대미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관계에 있어 대미 자율성 확보를 요구해온 북한이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라면서도 "그동안 자제해오던 대남 비난을 재개한 것은 코앞에 닥친 미국 대선 이후를 대비해 한국 정부의 대미 정책 방향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남북관계 자율성을 확보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 복원은 기대치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남북관계 단절과 경색이 장기화될 경우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려는 명분쌓기용 입장표명"이라며 "미 대선 당선자와 북미관계 진전 등에 있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해야 하는 북측 입장에서는 한미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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