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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 스마트①] 스마트 방제·로봇,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20.09.22 15:41 수정 2020.09.30 08:49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과수 방제에 로봇 투입해 농가 고충 덜어

손가락 달린 로봇손 초정말 공정에 투입

정부도 로봇산업 지원, 규제 완화 약속

농촌진흥청은 과수원 안에서 스스로 이동하며 나무의 유무와 모양을 신속·정확하게 측정해 농약을 살포하는 스마트 로봇 방제기를 개발했다.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은 과수원 안에서 스스로 이동하며 나무의 유무와 모양을 신속·정확하게 측정해 농약을 살포하는 스마트 로봇 방제기를 개발했다. ⓒ농촌진흥청

#.과수원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양모 씨(69세‧여)는 요즘 걱정을 한시름 덜었다. 고질적인 허리 질환에 시달리고 있어 매년 무거운 농약 장비를 짊어지고 하는 과수 방제 작업에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었지만 최근 농약을 뿌릴 수 있는 로봇 방제기가 개발됐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양씨는 내년 과수 방제 시기가 이르기 전에 농가용 로봇 방제기를 구매할 계획이다.


스마트 로봇 개발로 농업과 산업 전반에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로봇이 부상 위험이 높은 과일 방제 작업에 투입되는가 하면 사람처럼 손가락 마디가 달린 로봇손이 개발돼 정교한 기계 조립이 필요한 산업 공정에 투입을 앞두고 있다.


과수 방제 작업도 로봇이 하는 시대
농약 살포량, 농가 사고 감소할 전망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촌진흥청은 과수원 안에서 스스로 이동하며 나무의 유무와 모양, 거리를 신속‧정확하게 측정해 농약을 살포하는 스마트 로봇 방제기를 개발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넘어짐'이 농작업 사고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사고는 남성(27.3%)보다 여성(56.3%)층에서 더 많이 발생했으며 연령대가 높을수록 사고가 잦았다.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장기간 돌아다니며 농약을 뿌리다 넘어지는 사고가 다반사였다.


스마트 로봇 방제기는 농업 사고율을 줄이고 수고로움을 덜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 방제기는 GPS와 관성측정장치를 활용한 궤도형 자율주행 로봇에 탑재돼 과수 사이를 스스로 주행하면서 무인 방제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레이저 형태 광원으로 물체까지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라이다(LiDAR)를 사용해 3차원 공간상 과수 유무와 형태를 파악할 수 있다.


로봇 방제기로 방제 작업을 하면 농약 살포량을 약 20~30% 줄일 수 있다는 게 농촌진흥청 측 설명이다. 농촌진흥청은 이번에 개발한 스마트 로봇 방제기에 대해 산업재산권 출원을 완료했으며 관련 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실용화할 계획이다.


강금춘 농촌진흥청 스마트팜개발과 과장은 "과수 방제를 스마트 로봇 방제기가 대신하면 일괄 살포 방식으로 인한 농약 낭비를 줄일 수 있다"며 "나아가 인근 농가 피해를 줄이고 농약 노출에 따른 농업인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처럼 관절 손가락 달린 로봇손 개발
초정밀 팩인홀 작업도 3초 내 척척 수행


그런가 하면 산업 공정 정밀도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로봇팔이 개발됐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은 세 손가락만으로 정교한 기계 조립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손을 개발했다.


스마트 공장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협동 로봇은 주로 팩인홀 작업(로봇팔이 설정된 경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기계 부품 속에 다른 부품을 끼워 넣는 작업)에 많이 쓰인다. 부품 간 오차는 공정에 심각한 차질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람 손처럼 정교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로봇손 조작 기술이 관건이다.


생기원은 2016년 개발한 양팔 로봇 기술을 발전시켜 3~4마디 관절을 가진 세 손가락 로봇손을 제작했다. 이 로봇손을 부착한 협동 로봇은 손가락 2개로 부품을 잡고 나머지 손가락이 조립 위치로 끌고 가 흔들면 부품이 구멍 방향으로 빨려 들어간다. 로봇에는 작업 위치와 상황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 맵'이 있다. 오차가 있어도 자체 보정이 가능하다.


생기원이 개발한 로봇 손가락.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생기원이 개발한 로봇 손가락.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팀은 협동 로봇이 부품 간 이격이 0.1㎜ 정도에 불과한 팩인홀 작업을 3초 이내에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상용 로봇팔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어 제작비용도 저렴하고, 로봇 손가락의 개수도 기존 4개에서 3개로 줄여 사양을 낮추고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배지훈 생기원 박사는 "기존 양팔로봇 손에 이번 기술을 적용해 실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생산단가를 낮추는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면서 "중소기업 현장에서 널리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로봇산업 활성화 선제적 지원
4분기에 규제혁신 로드맵 발표 예정


산업 전반에 로봇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도 로봇산업 고도화와 규제 완화를 위한 선제적 투자에 나섰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2일 로봇 미래전략 컨퍼런스에 참석해 "지금은 로봇과 함께하는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라며 "경제 전반 디지털 대전환을 위해 로봇 핵심기술 개발, 실증보급 확대, 인프라 구축 등의 로봇 정책을 디지털 뉴딜의 핵심과제로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올해 4분기 중으로 '로봇산업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로드맵에는 제조, 물류, 상업서비스 등 분야별 미래 로봇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전망과 로봇산업 규제 혁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향후 로봇 활용 확산을 저해하는 규제를 사전에 발굴하고 혁신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김경준 딜로이트 부회장은 "비대면 트렌드에 따라 디지털 기술과 로봇 기술이 더해진 새로운 기술들 활용한 비즈니스 기회가 열리고 있다"면서 "우리 기업들이 공급망에 대한 재점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재편 등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오 광운대 교수는 "로봇산업에 대한 장기적이고 선제적인 전망 및 대응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로봇 필요성은 빠르게 증가할 것이며 로봇의 새로운 활용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 제조 공정은 물론 방제와 양식, 마케팅에까지 스마트 로봇 산업 가속화가 눈에 띈다. 미래 산업의 필수적 요소가 되는 스마트 로봇 등장과 관련 기술이 고도화되는 추세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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