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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 뉴딜펀드⑥] 전문가 4인 "장기적 플랜 지속 한계…'빚더미' 부메랑"


입력 2020.09.12 06:00 수정 2020.09.11 16:15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배근미 기자

김상봉 "수익 안나고 주가 떨어질때 문제…정부의 리스크 부담 우려 요인"

성태윤 "사업 목적 따라 자금조달구조 만들고 시장에서 평가받도록 해야"

윤창현 "정책금융기관 남용 도구화 과도해, 관제펀드 희생양 될까 우려"

추경호 "인위적인 손실보장장치로 정부 개입 과도, 왜곡된 시장 만들어"

한국판 뉴딜펀드가 과거 관제펀드의 실패를 답습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뉴딜펀드에 민간 자금을 끌어들이면서 손실에 대한 부분을 국민의 세금으로 떠안도록 하는 구조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전기차, 수소충전소, 스마트 상하수도 설비, 데이터센터, 디지털 SOC(사회간접자본) 안전관리시스템) 등에 대한 민간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한 부분까지도 정부가 떠안는 형태가 결국 국가적 부담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뉴딜펀드 조성방안의 주요 골자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총 7조원을 부담하고 은행·연기금 등 민간에서 13조원의 투자를 유치해 만든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투자손실을 전부 떠안는데 있다. 예컨대 민간에서 13조원 규모를 유치하더라도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손실 보전이 이뤄져야하는만큼 향후 국가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본지에서는 4인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에서 추진하려는 한국판 뉴딜펀드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올바른 방향성에 대한 제언을 들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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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가나다순)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 성태윤 연세대학교 교수,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데일리안 (사진 왼쪽부터 가나다순)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 성태윤 연세대학교 교수,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데일리안
"펀드 설계·운용 정부 개입 과해...자본시장 왜곡 심화 우려


전문가들은 정부가 펀드의 설계 및 운용까지 개입하면서 자본시장을 왜곡시키는 행위 자체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뉴딜펀드의 설계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윤창현 국민의힘(구 미래통합당) 의원은 "민간 투자의 손실을 정책금융기관의 기금에서 메꾼다는 것은 정책금융기관을 남용하고 도구화시키는 것"이라며 "이는 정책금융기관을 관제펀드의 희생양 도구로 삼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특히 민간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해 투자하는 대상은 대부분 5년에서 최대 10년짜리 프로젝트인데 여기에 민간 돈을 투자하려는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뉴딜펀드의 설계 자체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처음 설계할때 사업성패를 따져보지 않고 인위적인 손실보장장치를 만든 것은 리스크가 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손실을 보지않도록 하기 위해 만든 새로운 규제가 거품을 조장해서 시장가격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버블을 조장해 왜곡된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손실이 나지 않기 위한 사업을 선정하려고 할텐데 인위적으로 손실보장장치를 만들거나 정부가 그 사업이 잘 되도록 힘을 쓸 가능성이 있다"며 "이처럼 시장 논리가 아닌 인위적인 정부의 시장 개입이 작동하면 그 사업 자체가 버블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손실이 나지 않고 전망이 좋은 사업이면 가만히 놔둬도 시장이 움직인다"며 "펀드 설계 및 운용에 직접 개입해 손실보전을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아니라 투자자금이 몰릴수 있도록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수익성있는 사업이라면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민간기업이 적극 참여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뉴딜펀드의 자금을 동원해 투자하려는 사업은 장기적인 플랜을 가진 사업이고, 정부의 자금을 투입하기 때문에 보조금 지원 차원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교수는 "원금보장형이라고 한다면 펀드라기 보다 사실상 채권 상품으로 봐야한다"며 "결국 채권을 발행한 것과 유사한 성격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채권 형태로 관리를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뉴딜펀드 정책, 장기적 플랜 안돼...성장주 중심 편입으로 리스크↑"


전문가들은 뉴딜펀드 정책이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2년이 채 안남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들이 성과로 나타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뉴딜에 대한 투자 대상은 최소 5년 이상의 장기적 투자 성격을 띠는데 반해 뉴딜펀드에 편입되는 업종들을 보면 단기 성과중심으로 이뤄진 종목들이 대부분이어서 투자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손실에 대한 보전을 하게되면 결국 민간 투자금이 많이 들어올수록 부담이 커질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5년간 정부의 의지로 꾸준히 끌고가야하는 펀드인데 이 정권의 임기가 절반도 채 남지않았다는 점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의지대로 장기적 플랜을 끌고 가는 것 자체가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그린과 디지털이라는 미래 산업을 투자하고 육성하는 방향은 맞지만 정작 뉴딜펀드에 편입되는 업종들은 제조업보다 서비스 업종에 집중돼있다는 점에서 향후 투자리스크에 대한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종식이후에 펀드에 편입된 종목들의 수익률이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코로나가 종식되고 비대면이 아닌 대면방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결국 뉴딜펀드에 편입되는 종목들의 주가가 계속해서 받쳐줄지 불투명하다"며 "현재 펀드의 편입하는 종목들을 시가총액 기준으로 설정했는데 변동성이 크고 서비스업 중심으로 편중돼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뉴딜로 하려는 사업들이 실제 성격은 과거 재정사업에 가깝다는 주장도 나온다.


성 교수는 "현재 뉴딜펀드 자금을 토대로 하려는 사업들이 과거 재정사업에 가까운만큼 사업 규모 자체도 국가 부채 내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며 "아울러 수익성은 민간부문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뉴딜펀드 정책이 당장 시장에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지만 분명한 한계점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제는 수익이 날때는 괜찮지만 주가가 떨어지게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펀드의 손실을 보전해준다면 리스크는 더욱 커질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관제펀드 실패 반복 거울 삼아야...'금융의 정치화' 안돼"


전문가들은 과거 관제펀드의 실패가 이번에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전 정부에서 시행한 녹색펀드와 통일펀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패한 정책을 이름만 바꿔달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펀드는 정부가 손실에 대한 보전을 위해 결국 국민 세금을 투입하게 되는 만큼 추후에 역불완전판매 형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구조적으로 설계 전반에 대한 수정이 이뤄져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의원은 "실물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돈을 끌어들이고 위험을 줄이는 방법으로 세금을 동원하는 방식이 좋은 상품의 설계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세금이나 정책금융기관이 떠안지 않으면 이 펀드는 정말 좋지 않은 형태를 갖추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금융의 관치 수준을 넘어서서 금융의 정치화가 너무 심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좀 더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정부가 주도하기 보다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정부의 역할은 제도의 틀을 만들어주고 규제를 대폭 완화해 거기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고 자본이 움직일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시장에서 직접 하기 어려운 공공부분에 대해서 재정을 동원해 시행할 필요가 있지만 사업 자체를 특정 가치를 지향해 선정하는 방식은 좋지 않다"고 부연 설명했다.


뉴딜펀드가 전체적인 재정 투입 형태로 되어있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성 교수는 "현재 뉴딜펀드라는 이름으로 전체적인 재정 투입 형태로 되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만약 펀드가 필요하다고 하면 정부가 구체적인 사업을 토대로 사업의 목적에 따라 자금조달구조를 만들고, 시장에서 평가받는 구조로 접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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