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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집도 뼈대만 남았다"…섬진강 넘친 남원, 처참한 모습


입력 2020.08.13 17:13 수정 2020.08.13 18:49        데일리안 남원(전북) =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주호영 등 野 의원 27명, 당원 300명 봉사활동

처마까지 잠겨…벽지·장판·콘센트 다 뜯어내

"의식주 중 하나도 해결 안되고 있다" 발 동동

주호영 원내대표 등 미래통합당 현역 국회의원 27명과 당원 300여 명은 13일 전북 남원 금지면 일대에서 수해 복구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마찬가지로 섬진강 범람의 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모습이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주호영 원내대표 등 미래통합당 현역 국회의원 27명과 당원 300여 명은 13일 전북 남원 금지면 일대에서 수해 복구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마찬가지로 섬진강 범람의 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모습이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섬진강 범람의 직격탄을 맞은 전북 남원 금지면 일대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취임 100일에 남원에서 수해 복구 봉사활동으로 '구슬땀'을 흘린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수해 재난지원금 대폭 인상을 정치권 차원에서 약속함과 동시에, 국민들을 향해 자원봉사로 수해 지역민들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완주순천간 고속도로·88올림픽 고속도로를 거쳐 접어든 남원시내의 13일 오후 풍경은 평온했다. '추어탕 거리'는 정상 영업을 하고 있었고, 읍성 등 시내 중심가에서 수마(水磨)가 할퀴고 간 흔적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금지면에 접어들자 비로소 참담한 현장의 모습들이 나타났다. 길가에는 집집마다 긁어낸 토사가 쌓였고, 마을 중심부에는 한때는 소중한 가재도구였을 쓰레기가 산을 이뤘다. 용전마을의 좁은 도로에는 소방차와 35사단에서 동원한 중장비, 매캐한 연막을 뿌리고다니는 방역차가 엉켜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 정운천 의원이 봉사활동 중인 민가는 준공 전 모습으로 '리셋' 됐다. 섬진강이 넘치면서 처마까지 물에 잠겼다. 벽지를 다 뜯어내 벽이 흉한 맨몰골을 드러냈고, 방마다 있는 콘센트도 전부 뜯겨져나가 있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밀짚모자에 팔토시, 목장갑과 장화 차림으로 땀에 흠뻑 젖은 채 흙투성이가 돼서 한전대구본부 직원들과 5인 1조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물에 잠겨 못 쓰게 된 가재도구를 끄집어내 마당의 리어카에 실었다. 리어카가 가득 차면 끌고가 마을 한가운데 버리고 오는 작업의 반복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식주 하나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며 "도배·장판에 전기공사·가재도구까지 다 새로 해야 하는데 무슨 수를 써야 하겠다"고 안타까워했다.


현지 주민들은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기대감을 걸고 있었다. 실제로 통합당 의원들이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 남원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더라도 공공시설 피해액만 지원이 이뤄질 뿐, 개개인의 손실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 손실은 침수의 경우 재난지원금이 100만 원~200만 원(상공인)인데 15년째 액수가 그대로다.


냉장고·세탁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려보지만
"건질게 하나 없다. 수해의 처참함을 봤다" 탄식
'자연 그대로' 부르짖다 신축·경신년처럼 당해


주호영 원내대표 등 미래통합당 현역 국회의원 27명과 당원 300여 명은 13일 전북 남원 금지면 일대에서 수해 복구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마찬가지로 섬진강 범람의 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모습이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주호영 원내대표 등 미래통합당 현역 국회의원 27명과 당원 300여 명은 13일 전북 남원 금지면 일대에서 수해 복구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마찬가지로 섬진강 범람의 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모습이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집권 세력이 이를 2배로 올리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주호영 원내대표는 "2배 인상은 너무 적다"라고 잘라말했다. 고가 가전제품까지 다 새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200만 원은 너무 적다는 뜻이다.


집 한켠에는 냉장고와 세탁기가 문이 활짝 열린 채로 말려지고 있었다. 주 원내대표는 냉장고·세탁기를 가리키며 "혹시나 하는 기대로 꺼내놓은 것인데, 핵심부품이 물에 잠겼으면 못 쓴다"고 말했다. "네, 못 씁니다"라는 힘없는 목소리가 집안 어디선가 뒤따라 들렸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수해의 처참함을 봤다. 건질 게 하나도 없다"라며 "수해를 한 번 겪어보니, 정말 수해 방지에 돈을 많이 써야 되겠더라"고 연신 혀를 찼다.


가재도구와 가전제품이 전부 못 쓰게 된데다, 방마다 있는 전기콘센트도 물에 잠겨 다 뜯어냈으니 취사를 할 수도, 잠을 잘 수도 없다. 정운천 의원은 "한 명도 여기서는 못 잔다"며 "주민 300여 명이 여기에서 6㎞ 떨어진 누리센터로 가서 잔다"고 말했다.


6㎞라면 땡볕에 마을 어르신들이 도보로 왕복할 거리는 아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차로 실어나르고 있지만, 중간에 뭔가 필요한 게 있거나 갖다놓고 싶은 게 있더라도 개별적으로 다녀올 방법이 없다. 정 의원은 "주민들이 셔틀버스 운행을 요구하더라"며, 이를 즉시 남원시청에서 나온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다시 오겠다" "다녀오세요"라며 주민과 인사를 나눈 주호영 원내대표는 출입기자단과의 약식 현장간담회를 위해 마을 정자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던 길에 있는 '용전마을의 유래' 석비(石碑)가 주 원내대표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신축년(1841년) 대홍수, 경신년(1860년) 대홍수 때 마을이 물에 잠겼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자연 그대로'를 주장하는 집권 세력 탓에 섬진강은 여전히 비가 오면 조선시대 신축년·경신년마냥 물이 넘치고 마을이 잠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섬진강의 유속이 빨라 토사 유출이 심하다"며 "하상(河床·강바닥)이 높아져 하중도(강 중간의 섬)가 다 생겼다는 것 아니냐"라고 탄식했다.


'4대강 사업'이 현 정권 들어 적폐몰이의 대상이 되면서 강바닥 준설조차 금기시된 탓이 있지 않겠느냐는 취재진의 말에 주 원내대표는 "그런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자연 그대로가 좋다니 계속 모래가 쌓여 강바닥이 높아지는 바람에 이런 일이 생겼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주호영, '서해안 기름유출'처럼 자원봉사 호소
정부안 비판하며 재난지원금 3~4배 인상 주장
"벽지·장판 다 들어냈는데 200만 원이라니…"


주호영 원내대표 등 미래통합당 현역 국회의원 27명과 당원 300여 명은 13일 전북 남원 금지면 일대에서 수해 복구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마찬가지로 섬진강 범람의 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모습이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주호영 원내대표 등 미래통합당 현역 국회의원 27명과 당원 300여 명은 13일 전북 남원 금지면 일대에서 수해 복구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마찬가지로 섬진강 범람의 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모습이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마을 정자 영모정(永慕亭) 앞에서 약식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때처럼 전국민적인 봉사활동 열풍이 일었으면 좋겠다는 점을 연신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취재진에게 "골목골목 집집마다 들어가봤느냐"라고 묻더니 "수해 피해가 언론 보도보다 심각하다. 와서 봐도 심각한데 사는 분들은 얼마나 막막하겠느냐"라며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고 한탄했다.


이어 "한 가정이 가진 모든 것을 못 쓰게 됐다. 가전제품·가재도구는 물론 집도 뼈대만 남고 벽지·장판까지 다 들어내야 한다"며 "어르신들은 얘기하다가 목이 메는 분들이 많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자원봉사자가 많이 필요하다. 권장하는 내용을 기사에 꼭 담아달라"며 "우리 (대구) 수성갑에서 42명이 (자원봉사를) 하고 갔는데 '참 보람차다'며 또 하고 싶다는데서 희망을 봤다. 당원들부터 시작해서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때처럼 전국민으로 번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한편 주호영 원내대표는 현 정권이 수해 피해 지원 규모를 5000억 원 정도로 예상하며, 여당과의 협의를 거쳐 민간 침수 재난지원금을 현행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상공인은 20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2배 올리기로 한 것에 비판적인 모습을 보였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어제 당정회의에서 재난지원금을 2배 올린다는데 그것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200만 원으로는 뭐 하나 제대로 갖출 수가 없다. 3~4배는 더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의 5000억 원 예상은 너무 낮게 잡은 것"이라며 "재원도 문제지만, 재원이 있다고 한들 지원할 방법이 없으면 안되지 않겠느냐. 침수 피해에 겨우 200만 원밖에 줄 수 없는 제도의 틀부터 바꿔나가는 것을 우선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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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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