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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D-1년] “플랜B 없다” 코로나19+방사능 공포 여전


입력 2020.07.22 11:41 수정 2020.07.22 11:42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올림픽 1년 연기됨에 따라 추가 예산 편성 불가피

코로나19와 방사능 공포 떠안은 채 올림픽 개막

1년 연기가 확정된 2020 도쿄 올림픽. ⓒ 뉴시스 1년 연기가 확정된 2020 도쿄 올림픽. ⓒ 뉴시스

지난 3월 24일,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합의에 따라 2020 도쿄 올림픽 및 패럴림픽을 1년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 세계인들의 축제라 불리는 올림픽이 예정대로 개최되지 않은 것은 이번이 네 번째. 앞선 3번의 취소가 세계대전 때문이었음을 감안할 때 이번 도쿄 대회의 연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확산세가 우려를 넘어 생명을 위협할 공포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제 2020 도쿄 올림픽(페럴림픽 포함)은 명칭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정확히 1년 뒤인 2021년 7월 23일 개막한다. 하지만 올림픽 성화가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에 들어서려면 여러 난제들을 극복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올림픽이 내년에도 열리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베 총리가 바라는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은 어려울 전망이다. ⓒ 뉴시스 아베 총리가 바라는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은 어려울 전망이다. ⓒ 뉴시스

‘적자 또 적자’ 예산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올림픽은 선수들이 경기를 펼쳐 금, 은, 동메달을 가리고, 이를 보기 위한 관람객을 유치하는 단순한 대회가 아니다. 개최국은 국가인지도와 명예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때론 정치적 터닝포인트를 만들기도 한다. 때문에 개최권을 따내기 위해서는 경기장을 새로 짓거나 도시의 인프라까지 확 바꾸는 대대적인 작업까지 진행한다.


그렇다고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도 아니다. 대회 중계권료와 스폰서 후원을 통한 기업들의 광고료 등 수익의 대부분은 IOC의 몫이라 개최국의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림픽 직후 도시가 파산하거나 국가 경제에 치명타를 입는 이른바 ‘올림픽의 저주’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올림픽 개최권을 따낸 뒤 이와 관련된 예산으로 약 3조 700억 엔(약 34조 5300억 원)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약 1조 600억 엔(약 11조 9200억 원)이 인프라 확충과 대회 준비를 위해 지난해까지 소비됐고, 개최년도인 올해 약 2조 100억 엔(약 22조 6100억 원)을 퍼부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해졌다. 이미 일본 내에서는 1년 연기 시 추가로 필요한 예산이 3조 원에서 7조 원 정도 될 것이라 내다봤다. 개최될 때까지 대회 관계자들에 대한 인건비 지급, 경기장 및 선수촌 관련 시설의 유지와 관리, 청소, 수리 등의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IOC가 올림픽 연기 비용의 지원금을 대준다는 소식은 일본 정부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8억 달러(약 9839억 원)의 규모는 추가 비용이 최대 7조 원이라 감안할 때 약 7분의 1 정도에 불과해 생색내기용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관건은 내년 개최 여부다. 코로나19의 상황이 내년에도 나아지지 않을 경우 개막 여부를 다시 검토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미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플랜B는 마련하지 않았다”며 올림픽의 추가 연기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결국 내년 7월에도 성화에 불을 붙이지 못한다면 제32회 하계 올림픽은 건너뛰게 되고 수십 조 원의 돈이 허공 속에 사라지게 된다.


올림픽 연기로 일본 정부가 부담해야할 예산의 규모는 더욱 늘어났다. ⓒ 뉴시스 올림픽 연기로 일본 정부가 부담해야할 예산의 규모는 더욱 늘어났다. ⓒ 뉴시스

여전히 안고 있는 코로나19와 방사능 공포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도쿄 올림픽 무관중 개최는 원치 않는 일”이라며 “해결책을 찾고 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IOC는 정상적인 개최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아직까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인데다 임상실험을 거쳐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이를 전 세계인들에게 적용하기 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개최하더라도 바흐 위원장의 말과 달리 무관중 대회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올림픽 1년 연기론을 주장할 당시, 출전 선수들이 모두 참가하고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중들이 함께하는 '완전한 형태'의 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인류가 코로나19와 싸워 승리한 공식적인 선언을 도쿄 올림픽에서 외치겠다는 의도에서였다.


아베 총리의 바람은 ‘희망 고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코로나19의 확진세가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기세등등한데다 안전을 우려하는 선수들의 대회 참가 여부 또한 확신할 수 없다. 설사 개최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불특정 다수의 세계인들이 올림픽을 보기 위해 일본에 몰려든다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일본은 이동제한 완화가 시작된 지난달 19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58명으로 집계됐으나 한 달 뒤인 지난 18일 662명으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올림픽이 열릴 때까지 확진자 수 증감 폭만 변동 있을 뿐 ‘완전한 종식’이 어렵다고 전망되는 이유다.


이미 일본 국민들도 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이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지난달 도쿄도민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도쿄올림픽의 내년 개최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무려 59%가 “개최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개최가 가능하다는 답변은 21%에 불과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 뉴시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 뉴시스

일본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개최권을 따냈을 때부터 풀 수 없는 고민인 바로 방사능의 공포다.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공식 첫 경기인 소프트볼 일본과 호주의 경기를 후쿠시마현 아즈마 경기장에서 치른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 인기 종목인 야구의 1경기도 같은 곳에서 열린다. 아즈마 경기장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폭발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에서 불과 67km 떨어져 있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는 후쿠시마의 방사선량이 결코 안전한 수준이 아니라고 꾸준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급기야 일본은 후쿠시마와 그 주변에서 수확한 식자재들을 선수촌에 납품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고 자란 식자재들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


실제로 일본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총 37만 6696건의 농수산식품을 검사한 결과, 6496건에서 방사성물질인 세슘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종류별로 농산물 17.4%, 수산물 7.4% 순이었다. 급기야 과자와 우동, 햄버거, 카레 등 자연식품은 물론 가공식품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방사능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융성해진 자신들의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고 방사능 위험에서도 벗어났음을 홍보하려 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의 상징이었던 후쿠시마현에서 올림픽 경기를 굳이 진행하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0% 확언할 수 없지만, 여론의 흐름은 일본이 바라는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 개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전 세계인들의 우려와 예산 문제, 무엇보다 IOC의 제동으로 인해 개회식과 폐회식, 더불어 모든 경기들이 무관중 또는 간소화한 형태로 치러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종식되지 않을 코로나19와 방사능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와도 마주해야할 2020 도쿄 올림픽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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