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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교수에게 감사하다

  • [데일리안] 입력 2020.07.14 08:20
  • 수정 2020.07.14 08:07
  • 데스크 (desk@dailian.co.kr)

집권 세력의 '위선'과 '공포'가 자유를 침탈하고 있어

진 교수의 싸움은 좌우 진영을 떠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투쟁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5월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5월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보며 ‘자유’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진중권 교수의 ‘자유를 위한 투쟁’에 경의를 표한다.


세간에 문재인 정권 치하에서 제대로 된 야당은 진중권 교수 말고는 없다는 말이 떠돈다. 더도 덜도 아닌 딱 맞는 말이다. 사안을 꿰뚫어 보는 분석력과 비판 논리에 내심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더 주목할 것은 진 교수의 ‘투쟁 이유’다.


탈당은 했지만 진 교수는 오랫동안 정의당 지지자였고 소위 진보 논객으로 진보 진영의 논리를 대변해왔다. 그간 한국을 이끌어왔던 주류 진영의 역사관과 경제 사회 정책을 비판하고 그 대안으로 전통적인 진보 정책을 제시해왔다. 여기까지는 나도 진 교수를 ‘현실을 도외시하고 진보 이념에 치우친 사람’ 정도로 생각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만 여겼던 진 교수가 작년 조국 사태에서 문재인 정권 핵심은 물론 열렬 지지그룹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는 것을 보고 나는 혼란을 겪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절친한 친구였던 조국이나 강고한 동료였던 유시민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진 교수의 싸움이 권력을 쥔 특정인이나 세력과의 싸움을 넘어 ‘자유를 위한 투쟁’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투쟁 동력은 ‘자유를 위한 책임감’이라고 믿는다.


진 교수의 싸움은 공정에서 출발한다. 조국, 유재수, 송철호, 윤미향, 추미애, 박원순이 공정했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이들을 무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과도 가차 없이 싸워나간다. 당신들이야말로 자신들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공정의 개념조차 바꾸는 공동체의 적이라고 비판한다. 공정이 파괴된 자리엔 위선과 공포가 판을 친다. 위선을 포장하기 위해 억지 논리가 동원된다. 더 이상 위선을 포장하는 예의조차 찾아볼 수 없다. 열광적인 지지그룹이 군사 퍼레이드식 세 과시를 펼친다.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색출당하고 그들에게 집단 린치가 쏟아진다.


이렇게 위선과 공포는 일상화된다. 제 소신에 따라 법안 의결을 할 수 없는 국회의원들이 대부분이다. 수십 년간 쌓아온 전문성에 따라 청와대에 아니라고 얘기하는 행정 관료는 눈을 씻어도 찾을 수 없다.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법관들도 급속도로 위축되어 가고 있다. 기업에게 경제를 할 자유는 사치가 된 지 오래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다고 국민들이 잡혀간다. 나아가 윤리도덕마저 정권과 열광적인 지지그룹이 독점하기 시작했다. 옳고 그름, 선과 악조차 그들이 재단한다. 결국 위선과 공포는 ‘자유’를 침탈하기에 이른 것이다.


자유는 인간이기 때문에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이다. 자유는 이념의 도구나 목표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인 이유를 설명하는 근본이고 인간이기 때문에 반드시 쟁취해야 할 목표다. 그래서 인류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그 얼마나 싸워왔던가? 지금 집권세력이야말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그토록 싸워왔던 사람들이 아닌가? 그러나 지금 그들이 자유를 억압하고 공화정(共和政)을 죽이고 있다. 이런 모순이 없고 위선이 없다.


진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정은 사회 구성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원칙의 보편성’과 ‘논리의 일관성’에 기초한다. 구성원들은 공정에 기초한 합리적 규범이나 제도적 절차를 따르면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자유가 완전치는 않지만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번영을 안겨다 줄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진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금의 집권세력은 공정의 틀인 ‘원칙의 보편성’과 ‘논리의 일관성’마저 내다 버렸다. 이들에게 자유는 내가 장악한 권력과 내 편을 위해선 언제라도 제약할 수 있는 것 따위로 전락했다. 오직 내 편 네 편만 있고, 내 편의 안위와 이익만이 존재할 뿐이다.


진 교수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의 기초인 ‘자유주의’가 파괴되고 있다고 분노하는지 모르겠다. 권력과 열광적인 대중이 공정을 파괴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전체주의의 그림자’가 어른댄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어찌 보면 지금 진 교수의 싸움은 ‘자유를 위한 투쟁’ ‘반전체주의, 반파쇼 투쟁’일지도 모른다. 전체주의와 파쇼는 자유주의와 이것에 기초한 민주주의가 파괴된 자리에서 자라는 괴물이기 때문이다.


진 교수가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인 소득 양극화, 노동시장 이중 구조, 교육 나아가 부동산 문제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아마도 의견차를 좁히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 교수가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근본적인 이유인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은 의심치 않는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슬로건이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님을 진 교수의 싸움에서 똑똑히 목도한다.


몇 번이고 망설였지만 몇 번이라도 이 얘기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유를 위해 투쟁중인 진중권 교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진 교수보다 실력도 투쟁력도 부족한 야당 정치인이지만 앞으로 공정과 자유를 위한 투쟁에 더 적극적으로 임할 것임을 다짐한다.


ⓒ

글/김용태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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