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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소소한 영화관] 죽음 앞에서 마주한 인간의 민낯 '욕창'

  • [데일리안] 입력 2020.07.03 14:00
  • 수정 2020.07.03 13:36
  •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심혜정 감독 연출…연기파 배우 총출동

26회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 우수상

<수백억대 투자금이 투입된 영화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영화의 재미와 의미를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선한 스토리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작지만 알찬 영화들이 있습니다. 많은 스크린에서 관객들과 만나지는 못하지만, 꼭 챙겨봐야 할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영화 영화 '욕창'ⓒ필름다빈


"겉에서 봐서는 몰라요. 속이 얼마나 깊은지가 문제거든요."


'욕창'은 한 자세로 계속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생기는 상처다. 영화 '욕창'은 욕창이 생긴 한 인물과 이를 둘러싼 여러 인간군상을 통해 인간의 민낯과 상처를 들여다본다.


퇴직 공무원 창식(김종구 분)은 간병인 수옥(강애심 분)과 함께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 길순(전국향 분)을 돌본다. 그러던 어느 날 길순의 등에 욕창이 생긴 것을 발견한다. 길순의 건강이 점점 악화되자 창식은 막내딸 지수(김도영 분)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한다.


전화를 받고 달려온 지수는 엄마가 마음에 쓰여 돌봄노동을 자처한다. 아내의 건강이 악화되자 창식은 길순을 돌보지 않고, 오히려 수옥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욕창에 걸린 아내, 그런 아내를 외면하고 다른 여자한테 집착하는 남편. 흔한 치정극으로 흐를 것 같았던 '욕창'은 욕창에 걸린 한 사람을 통해 죽음, 욕망, 가족에 대한 서사를 다채롭게 풀어낸다.


영화 속 인물 중엔 악인이 없다. 가족도 외면한 길순을 챙기는 건 불법 체류자 신세 간병인 수옥뿐이다. 수옥은 몸과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채 곪아가는 길순을 대신해 특유의 에너지로 집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집안의 중심이었던 길순이 소외감을 느끼고, 가족이 아닌 수옥이 안정감을 느끼는 상황으로 뒤바뀐 것이다. 불법 체류자 문제를 끄집어낸 감독은 이주 노동자와 원주민의 관계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얘기한다.


영화 영화 '욕창'ⓒ필름다빈

영화는 또 각자 상처를 지닌 인물을 들여다본다. 모든 인물은 상처를 감춘 채 살아간다. 아버지는 길순에 대한 미안함을 마음에 품었고, 딸 역시 엄마를 걱정하며 마음 아파한다. 길순의 상처는 말할 것도 없으며, 수옥은 불법 체류자로서의 불안함을 항상 느낀다. 감독은 이들이 지닌 상처가 욕망으로 번지고 인간의 민낯이 한꺼풀 벗겨지는 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졌을 법한 욕망과 상처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욕창은 겉에서 봐서는 몰라요. 속이 얼마나 더 깊냐가 문제거든요"라는 대사는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겉보기엔 문제없는 창식의 가족은 깊게 들여다볼수록 깊은 구멍을 내보인다. 영화에서 길순을 돌보는 이는 모두 여성이다. 남편과 아들들은 길순을 안타까워하지만 그뿐이다. 돌봄은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하는 가부장제의 폐해다.


길순과 길순을 대하는 가족들을 보노라면 '나이듦'과 '가족이란 무엇일까'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부모·자식으로서의 역할과 개인의 역할의 균형을 잘 이루려 애쓰지만 이는, 작은 움직임에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특히 힘든 상황이 닥치면 더 그렇다. 감독은 우리가 그토록 지키고 싶은 가족이 어떤 의미인지 질문을 던진다.


강애심, 전국향, 김종구, 김재록 등 관록의 배우들이 실감 나는 연기를 보여줬다. '82년생 김지영'으로 유명한 김도영 감독의 얼굴을 보는 것도 반갑다.


다큐멘터리 '아라비아인과 낙타'를 만든 심혜정 감독이 연출했다. '욕창'의 모티브가 된 이 다큐멘터리에는 감독이 직접 경험한 돌봄 노동과 이주 노동자에 생각이 담겨 있다.


제26회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에서 심사위원 우수상, 이날코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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