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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부캐의 범람③] 지속 여부보다 중요한 ‘B급 놀이’의 부작용


입력 2020.06.26 06:50 수정 2020.06.26 06:5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탄탄한 본캐 없인 생명력 짦은 부캐

인기 편중 현상? 방송가 불균형 우려

ⓒMBC ⓒMBC

하나의 놀이가 된 ‘부캐 열풍’은 방송가에 활기를 불어넣고,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는 평을 얻는다. 또 부캐의 설정 범위가 넓고, 활동 반경이 넓어지기 때문에 한동안 이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방송가의 이런 흐름이 1990년대 이후 태어난 Z세대의 부상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Z세대의 경우 영상이나 게임을 소비하고, 그 속에서 캐릭터 놀이를 하는 것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결국 예능을 소비하는 세대가 교체되면서 예능가의 부캐 놀이도 성공할 수 있었고, 이런 소비층이 존재하는 이상 이 놀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속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캐릭터에도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또 네티즌이 이를 하나의 ‘놀이’로 생각하고 있어 쉽게 흥미가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부캐 놀이의 화력이 거세고, 너도나도 열풍에 숟가락을 얹고 있는 상황이다. 신선함을 이유로 반겼던 시청자들이 부캐의 범람에 결국 실증을 느끼는 것도 한 순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저 방송가에 부는 하나의 ‘유행’과도 같다는 의미다.


특히 일각에서는 부캐의 범람에 보이지 않는 부작용이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부캐들을 살펴보면 그 바탕에는 탄탄한 본캐, 즉 인지도 높은 방송인인 경우가 대다수다. 혹은 그들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조력자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유재석이 대표적인 부캐 성공사례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랜 경력으로 내공을 쌓아온 유재석이라는 인물과, 여러 인기 프로그램을 내놓은 김태호 PD라는 조력자가 만나면서 강한 시너지를 낸 셈이다.


물론 누구나 자신만의 부캐를 만들고, 활동할 순 있다. 자신 만의 부캐를 만들 수는 있어도 탄탄한 본캐가 없는 부캐라면, 정체성이나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부캐의 생명력은 짧아진다.


이는 결국 방송가에 인기 편중 현상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트로트 가수 유산슬이 2019년 MBC 연예대상 신인상에 호명됐을 당시에도 잡음이 나오기도 했다. 신인상은 말 그대로 신진 예능인들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가장 큰 기회인데 예능의 콘셉트를 이유로 유재석에게 신인상을 준 것은 신인들의 기회를 박탈한 것과 다름없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다행히 진짜 ‘신진 예능인’이었던 장성규와 공동수상을 하면서 큰 논란이 되진 않았지만, 이 사례는 부캐의 범람이 결국 새로운 스타들이 주목을 받을 기회가 줄어든다는 우려와 맞닿아 있다. 가뜩이나 인기 연예인들에게 편중되어 있는 방송가 파이가 더욱 불균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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