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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핀테크 편애에 속 타는 시중은행


입력 2020.06.19 06:00 수정 2020.06.18 10:22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외환·소액결제 등 기존 금융 서비스 장벽 잇따라 철폐

혁신금융 정책에 핀테크 수혜 톡톡…"역차별" 볼멘소리

정부의 혁신금융 정책 속 핀테크업계가 톡톡히 수혜를 입는 가운데 은행들 사이에서 역차별이라는 볼멘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뉴시스 정부의 혁신금융 정책 속 핀테크업계가 톡톡히 수혜를 입는 가운데 은행들 사이에서 역차별이라는 볼멘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뉴시스

금융에 정보기술(IT)를 더한 핀테크 업체들이 정부의 지원사격 속에서 보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반면 금융권의 터줏대감인 시중은행들은 이 같은 공습에 속수무책으로 영토를 내주는 모습이다. 이번 정부가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혁신금융 정책에 한층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핀테크업계만 톡톡히 수혜를 입는 모양새인 가운데 은행들 사이에서는 역차별이라는 볼멘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핀테크 업체의 시장 진입을 확대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외환서비스 혁신 방안을 내놨다. 외환서비스 시장에 새로 들어가려 할 때 적용되던 기존 규제를 면제해주는 조항을 신설하고, 환전과 송금 업무의 위탁도 허용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해당 제도가 시행되면 핀테크 앱을 통해 해외송금을 신청하고, 이를 가까운 은행 영업점 혹은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수령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 소액 해외송금 업체 간 네트워크도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저마다 다른 국가를 타깃으로 삼고 있는 해외송금 핀테크 업체들이 서로 부족한 송금망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핀테크 앱에서 환전을 진행한 뒤 자신이 원하는 장소와 최대한 가까운 곳에 있는 비은행 점포에서 외화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온라인으로 환전을 신청한 뒤 환전한 돈을 집에서 택배로 받거나 또는 항공사 카운터, 면세점 주차장 등에서 직접 찾을 수 있다. 지금처럼 환전을 위해 반드시 은행 창구를 방문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이처럼 특례 성격의 제도 개정이 이뤄지면서 기존 외환서비스 시장 구도에는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은 원칙적으로 환전과 송금 등 외환서비스를 외국환은행에만 허용해 왔다. 대신 핀테크 업체를 통한 송금은 1회 5000달러 한도 안에서 자사 플랫폼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핀테크업계를 둘러싼 금융 규제 완화는 비단 이번뿐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핀테크 기업 등 비금융기관도 은행처럼 소액결제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됐다. 소액결제시스템은 주로 기업이나 개인의 계좌이체, 지급카드, 수표, 지로 등 말 그대로 소액거래를 처리하는 결제시스템이다.


현재 소액결제시스템은 한국은행과 시중은행, 금융투자회사, 우체국 등 61개 금융기관에게만 허용된 사업이다. 핀테크 기업 등은 금융권의 시스템을 이용한 간접 참가만 가능했는데, 얼마 전 관련 규정이 개정으로 기준만 통과하면 직접 참여가 가능하게 됐다.


핀테크를 상대로 한 규제 철폐의 다른 시리즈는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 개방이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올해 하반기 중 추진할 방침이다. 간편결제로 버스·지하철 등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후불결제에 여신 기능을 허용하겠다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핀테크업계에 대한 금융 서비스 문턱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제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쪽은 은행권이다. 당장 은행들은 한정된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하면서 고정 수익을 나눠야 하는 상황이 된 데다,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한 젊은 고객들이 핀테크로 옮겨가면서 잠재적 미래 고객까지 뺏기는 흐름이 되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은행들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하기엔 부담이 만만치 않다. 정부가 줄곧 강조해 온 이른바 혁신금융에서 핀테크 활성화가 중심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반발하는 의견을 내비쳤다가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힐까 우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더욱이 최근 금융당국의 압박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지고 있는 현실은 은행들이 더욱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과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 손실 등 은행에서 주로 팔린 금융 상품들에서 소비자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자 금융당국이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만 놓고 보면 핀테크는 혁신의 아이콘이 된 반면, 은행은 공공의 적으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서로 다른 산업 사이의 결합이 확산되는 추세를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서로 다른 고무줄 잣대가 적용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핀테크의 확장이 소비자 편의를 증진시켜줄 수 있다는 면에서 정부 정책의 방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무엇보다 전문성과 보안이 중요한 금융 서비스에 있어 소규모 핀테크 업체들이 정말 제대로 사업을 유지해 나갈 역량이 있는지 철저한 검증도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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