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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에 재 뿌리기’ 사노피의 변심, 그 이유는?


입력 2020.05.15 16:01 수정 2020.05.15 16:04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에페그레나타이드' 권리 반환 일방적 통보

GLP-1 시장 과열 상태… 투자액 대비 비용 회수 어렵다는 계산 했나

한미 "유효성이나 안전성과는 무관하다"

사노피가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글로벌 임상 3상 도중에 권리를 반환하겠다고 밝혀 향후 에페글레나타이드 성공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사노피 사노피가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글로벌 임상 3상 도중에 권리를 반환하겠다고 밝혀 향후 에페글레나타이드 성공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사노피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가 당뇨병 치료제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 도중에 권리를 반환하겠다고 밝혀 향후 에페글레나타이드 성공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사노피의 권리 반환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시장 경쟁력이 떨어진 것으로 판단 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 계열의 당뇨치료제로, 매일 맞아야 하던 주사를 주 1회에서 최장 월 1회까지 연장한 바이오신약이다. 한미약품은 2015년 11월 사노피와 총 39억 유로 규모의 퀀텀프로젝트(에페글레나타이드·지속형인슐린·에페글레나타이드+지속형인슐린)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사노피는 권리를 가져간지 2년이 지난 2017년 말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위약과 비교하는 첫 임상 3상 시험에 돌입한 이후 총 5건의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이듬해 4월에는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는 대규모 임상3상에 착수했다.


이어 2018년 9월에는 에페글레나타이드와 메트포르민 병용 요법을 경쟁약물인 트루리시티(성분명 둘라글루타이드)와 비교하는 임상 3상 시험을 시작했다. 같은해 10월 에페글레나타이드와 기저인슐린을 병용 투여하는 임상을 등록했고, 2018년 12월 메트포르민 단독이나 메트포민-설포닐우레아 병용투여로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하는 임상 3상이 시작됐다.


임상 5건의 목표 피험자만 총 6340명에 달하며, 피험자 모집이 마무리된 3건의 임상시험에 등록된 환자 수는 4943명이다. 그동안 대규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면서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학적 근거를 꾸준히 축적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상업화가 임박한 상황에서 사노피의 권리반환 결정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예견된 사노피의 권리 반환… 에페글레나타이드 시장경쟁력 희석


사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권리 반환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사노피는 지난해 9월 새로운 CEO가 부임한 이후 ▲암 ▲혈액질환 ▲희귀질환 ▲신경계질환 등 4개 영역을 R&D 집중투자 분야로 선정하고,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연구를 중단하겠다는 R&D 개편안을 공개했다.


이때 사노피는 당뇨 파이프라인 중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진행 중인 임상 3상을 완료하되, 허가 이후 직접 판매하지 않고 글로벌 판매를 담당할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다가 이달 14일 아예 권리를 반환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사노피의 구체적인 반환 이유가 명시되지 않아 여러 설들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시장 상황이 변하면서 투자금액 대비 비용 회수가 어려워진 탓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인슐린은 보통 매일 주사해야 한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주 1회 투약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을 내세웠지만, 경쟁약물의 등장으로 이런 장점이 희석됐다.


에페글레나타이드와 같은 GLP-1 계열 제제 중에서 이미 2014년 주 1회 제형인 트루리시티가 나온 데 이어 비슷한 유형의 세마글루타이드도 등장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이를 먹는 약으로도 개발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글로벌 임상 종료 시점은 2021년 말인데, 허가를 신청하고 최종 제품 시판까지 걸릴 시간을 계산해 보면 투자금액이나 소요 시간 대비 비용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셈법이 나온다. 이미 시장에 경쟁 약물이 출시돼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는 마당에 비슷한 기전의 약물로는 경쟁력이 약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성공 여부는 장기 지속성 달성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소 2주에 한 번이나 한 달에 한 번 맞아도 지속 효과가 나타나야 트루리시티 대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일부 임상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월 1회 투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이다. 제2형 당뇨병 환자 209명을 대상으로 16주 동안 에페글레나타이드 8mg, 12mg, 16mg를 각각 투여한 임상 2상에서 혈당조절 능력(HbA1c가 7% 이하로 감소) 및 체중감소에서 월 1회 가능성이 확인된 바 있다.


사노피와 한미약품은 앞으로 120일 동안 퀀텀프로젝트 기술수출 계약을 이어갈지 논의할 예정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에페글레나이타드의 유효성, 안전성과는 무관한 사노피의 일방적 결정일 뿐”이라며 “라이선스 아웃 전략 기반의 신약개발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변수들 중 하나이지만, 사노피는 그동안 공언해 온 글로벌 임상 3상 완료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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