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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득 0원' 공연계를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


입력 2020.05.05 07:00 수정 2020.05.05 03:57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코로나19 직격탄, 2월 이후 소득 0원 60.5%

생계 위해 아르바이트 전전, 관심은 의외로 낮아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큰 타격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생계를 위해 업계를 떠나고 있다는 점이다. ⓒ 뉴시스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큰 타격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생계를 위해 업계를 떠나고 있다는 점이다. ⓒ 뉴시스

소득 0원이 무려 60.5%, 그나마 소득이 있다는 사람들의 63.7%는 100만 원도 채 벌지 못했다.


최근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예술인 3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문화예술계 현실을 100% 반영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것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휩쓸고 간 공연예술계의 현실이라는 점에 이의를 다는 업계 종사자는 많지 않다.


실제로 공연계에 종사하던 배우와 스태프 상당수는 생계를 위해 쿠팡 배달부터 대리운전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새로운 작품에 대한 희망으로 하루하루 버텨 왔지만, 그마저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원래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라고는 하지만, 생계 자체를 유지하기 힘든 현실 속에선 이런 말조차도 사치처럼 들린다.


실제로 청소년 연기 지도를 하던 한 연극배우는 자신의 작품이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연기 지도를 받던 학생들도 사라져 갖가지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성형 의혹 등으로 연예계를 떠난 뒤 극단을 설립, 연극계에서 제2의 삶을 살던 배우 출신 노현희도 예정된 공연이 무산되자 하루 일당 7만원을 받고 아르바이트에 나서야 했다. 노란 인형 탈을 쓰고 춤을 추는 노현희의 모습은 연극계의 현실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상황은 이렇지만, 아직 이들의 손끝에 전해지는 도움의 손길은 거의 없다. 최근 소극장이 문을 닫고 공연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현실 속에서 정부의 지원도 공연 자체, 혹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극장과 제작사 지원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코로나19 사태 피해가 심각한 공연예술 분야를 위해 대관료 지원 사업을 긴급하게 진행하기로 했지만, 이 또한 '수입 0원'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생계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해줄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업계 자체가 정상궤도에 올라서는 게 우선이긴 하지만, 그사이 잃게 될 젊은 인재들이 눈에 밟히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자발적인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다. 정부의 지원만으로 하나둘 떠나가는 유능한 배우들과 스태프를 당장 돌려세우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연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후유증이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장 좋은 예는 지난달 초 배우 마크 러팔로와 할라우드 영화 관계자들은 '잇 테이크 아워 빌리지'라는 코로나19 구호 펀드다.


이들은 펀드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영화, 방송 업계 종사 스태프들에게 1명 당 1000달러(한화 약 122만원)을 지원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는 곧바로 영화계와 팬들의 큰 호응을 끌어낸 바 있다.


국내 영화계와 공연계에서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조용히 선행을 베푸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를 좀 더 큰 이벤트를 통해 공론화한다면 더 큰 시너지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다양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짜내야 할 시점이다.


공연계가 겪는 위기는 단순한 매출 감소나 관객수 저하가 아니다. 기초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연계의 기초는 소극장이고, 그 소극장을 열정 하나로 지탱해온 배우와 스태프들이다. 가장 중요한 기초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또 '사람'이 뒷전으로 밀린다면, 무너진 공연계가 건강한 모습을 되찾기는 어렵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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