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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1년 남기고 '외풍' 휩싸인 윤석헌 금감원장


입력 2020.04.30 06:00 수정 2020.04.30 11:32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금융개혁' 코드는 맞췄지만, 인사 잡음에 감독‧관리 부실 책임론

'여권發 금융사태' 과감하게 덮을 정무감각 있는 인물 거론 '압박'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019년 3월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방지 앱 시연·대출사기문자 방지 AI 알고리즘 전달 행사'에서 보이스피싱 방지 앱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019년 3월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방지 앱 시연·대출사기문자 방지 AI 알고리즘 전달 행사'에서 보이스피싱 방지 앱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취임 2년차를 앞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교체론'에 휩싸였다. 윤 원장은 다음달 8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윤 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와 금융혁신에 앞장서는 등 정부의 눈높이를 맞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편에선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보상 문제에 대한 대처 방식이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 대형 사고에 대한 관리 부실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체론의 진원지는 정치권이다. 최근 신라젠과 라임사태 등 여권 인사들의 개입 의혹이 불거진 금융사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정무적 감각이 있는 인사가 후임으로 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후임 금감원장 자리를 놓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당초 윤 원장은 정권과의 금융코드는 통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위원장 직속 금융행정인사혁신위원회 위원장과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을 지내며 대표적인 '개혁 성향 금융경제학자'로 조명을 받았다. 과거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관치금융'을 맹렬하게 비판하며 야성을 내보였던 점도 맞아떨어졌다.


특히 윤 원장이 2016년 3월 진보성향 경제학자들과 함께 펴낸 저서 <비정상경제회담>은 정부출범 이후 '금융 바이블'로 꼽혔다. <비정상경제회담>은 윤 원장을 비롯해 이동걸 동국대 교수, 최정표 건국대 교수,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등 경제학자 8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3명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융 관련 기관의 장(長)으로 영전했다.


윤 원장은 지난 2년 간 금융회사 관리감독 업무와 함께 정부의 금융 소비자보호 강화 기조에 발맞춰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데 주력했다. 문제는 '디테일 부족'에서 비롯됐다. 윤 원장은 취임하자마자 금융위원회와 불협화음을 내며 사사건건 충돌했다.


인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누적된 상황이다. 윤 원장의 지난 1월 국·실장 인사를 놓고는 한국은행 출신을 우대한 편중 인사라는 뒷말이 무성했다. 윤 원장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한국은행에 입사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이에 한국은행 출신 특유의 엘리트주의를 인사과정에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청와대를 비롯한 정권 핵심부의 시각에선 탐탁지 않게 보는 시각도 감지됐다. 그동안 엘리트 의식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현정권이다. 금감원 내부에선 윤 원장 직계 인맥이 주요 부서장을 장악했다는 불만이 새어나왔다. 여기에 1948년 서울 출신인 윤 원장은 지역색이 옅지만, 70대의 원로급 인사라는 점에서 '소통형 리더십'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키코‧DLF 사태 등 대형 금융사고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매끄럽지 못했다. 윤 원장도 스스로 DLF사태를 임기 중 가장 고비였던 시기로 꼽았다. 금융권에선 금융회사와 주요 CEO들만 강도 높은 제재와 검사를 받았을 뿐, 정작 금감원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거세게 일었다.


키코 사태의 경우, 금감원이 내놓은 분쟁조정안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조차 불복을 선언하는 상황을 맞았고, DLF 사태에 대해선 관련 금융사 CEO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려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반발과 함께 무리한 제재권을 행사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윤 원장은 지난 28일 간담회에서 "시계를 돌려도 내 결정은 같을 것"이라며 주변의 쓴소리에 귀를 막아놓은 모습을 보였다.


정권 핵심부에서 윤 원장에게 불만족스러워하는 부분은 개혁성향 코드는 맞지만, 정무감각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여권 인사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소신형 리더십' 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처럼 총대를 메고 정권 입맛에 맞춘 정책과 인사 등을 과감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정무형 캐릭터를 바라는 눈치다.


더욱이 최근 금융권은 여권 인사들이 연루 의혹을 받는 신라젠·라임 등의 사건이 이슈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검찰은 이미 금융당국은 물론 관련 금융사까지 압수수색에 나서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권 말기에 터져 나오는 권력형 측근 비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금융권의 검찰'로 불리는 금감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최근 자리에서 물러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후임 금감원장으로 거론되는 것도 이와 맞물려 있다. 검사장 출신인 김 전 차관은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광주 대동고 동기로 정권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전 차관의 경우 '금융사건 리스크 관리'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금융 경력이 전무해 금융권의 우려와 금감원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금감원장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한번 믿고 일을 맡긴 사람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감안하면 금감원장 교체 가능성은 낮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교체론은 여권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란 얘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러면 윤석헌이 아니라 윤석열(검찰총장)을 교체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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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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