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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탈원전에 부실기업 낙인...정상화까지 요원


입력 2020.04.13 18:03 수정 2020.04.13 18:03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두산그룹·대주주, 고강도 재무구조 계획 채권단 제출

재계 순위 15위서 부실기업 몰락…뒷배경엔 탈원전

2016년 10조 올렸던 수주액…4년 만에 4조 반토막

ⓒ두산 ⓒ두산

13일 두산그룹과 대주주가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와 신속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고강도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지만 경영정상화까지 갈길이 멀다는 평가다. 앞서 채권단은 국책은행이 두산중공업에 1조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해주며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한 바 있다.


업계 안팎에선 비은행 대출금만 2조원인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한 행보가 두산솔루스 등 계열사 매각, 그룹 지배구조 재편, 추가 인력 감축 등의 수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채권단은 두산그룹이 이날 자구안을 제출함에 따라 이달 말이나 5월 초 두산중공업에 대한 정밀 실사를 마무리하고, 경영 정상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이 채권단에 제출한 재무구조 개선계획은 향후 채권단과의 협의 및 이사회 결의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두산그룹은 채권단의 승인 전인만큼 자세한 재무구조 개선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매각 협상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진 두산솔루스 외 두산퓨얼셀 등 계열사 추가 매각, 총수 일가 사재 출연 등 그룹 전체가 나선 자구안이 담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도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1조6000억원 규모 지원 프로그램을 대가로 박삼구 회장 퇴진과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 그룹 전체에 영향을 주는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했었다.


그룹내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의 지분 매각이 포함됐을지 여부도 관심이다. 계열사인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 매각만으로는 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추가 명예퇴직이나 휴업 등도 거론되고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수익성 확보다. 정부의 탈원전 가속화와 발전·건설사업이 위축된 현 상황에서는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없어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재계 순위 15위인 두산이 위기에 처한 배경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원전·탈석탄 기조로 두산의 중간 지주사인 두산중공업의 수주는 꾸준히 감소해 왔다.


두산중공업의 신규 수주는 2017년 이후 급격히 줄었다. 2016년 9조534억원에 달하던 수주액은 2017년 5조510억원, 2018년 4조6441억원, 2019년 4조1880억원으로 급감했다. 4년 만에 신규 수주가 반 토막 난 것이다.


수주 잔액 또한 지난해 말 기준 14조2000억원으로 2016년(19조4730억원)보다 5조 가량 줄었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은 3조7086억원을 나타냈다. 4조7053억원을 기록했던 2017년 대비 21% 줄었다.


두산중공업이 자회사인 두산건설에 유상증자로 10년간 1조7000억원을 지원한 것도 재무 구조가 악화된 원인으로 꼽히지만, 매년 수조 원의 이익을 반영하던 원자력 발전 사업이 축소된 것도 부담을 끌어올렸다. 해외에서 석탄 발전이 줄면서 석탄 화력 매출이 줄은 것도 위기 대응 능력을 축소시켰다는 분석이다.


두산중공업은 사업구조를 재편해 가스터빈과 풍력발전 등 신규 사업의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입장이지만, 단기간 경영 회복은 불투명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 9일 열린 웹세미나에서 “지난달 국책은행의 1조 규모 한도 여신제공으로 당면한 유동성 위험은 완화됐지만, 여전히 단기화된 차입구조와 저하된 자금조달능력, 경색된 자본시장을 감안하면 유동성 부담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연구원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사용 확대 추세로 부진한 수주 실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순손실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재무구조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산에서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로 이어지는 현 지배구조를 고려하고 현재와 같은 비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지속된다면 반전의 기회를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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