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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듀 황당 조작, 정말 접대의 대가였을까

  • [데일리안] 입력 2019.12.09 08:50
  • 수정 2019.12.09 08:46

<하재근의 이슈분석> 관행에 젖어 윤리의식 마비에 조작 정도 세져

<하재근의 이슈분석> 관행에 젖어 윤리의식 마비에 조작 정도 세져

ⓒ데일리안ⓒ데일리안

검찰 수사 결과, 프로듀스 시리즈가 황당하게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작 중에서도 ‘황당한’ 조작이라고 한 것은 그 규모가 정말 글자 그대로 황당하기 때문이다. 1탄에선 61위에서 갈리는 중간투표 때 두 명을 바꿔치기하고, 2탄에선 최종 합격자 중에 한 명을 바꿔치기했는데, 3탄부터는 아예 최종 합격자 명단을 미리 짰다고 한다. 몇 명 조작하는 수준이 아니리 전체 명단을 통째로 미리 만들어뒀다는 것이다.

‘억!’ 소리가 날 정도로 황당하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아무리 짜고 치는 고스톱이어도 50~60% 정도 내정하고 나머지는 규칙대로 뽑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연습생을 도전시켰다고 했다. 내정 몫 제외하고 처음부터 4~5명 뽑는 오디션이라고 생각하면서 출연시켰다는 것이다. 이 정도가 업계 상식이다. 그 상식을 완전히 깨고 100% 조작이라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1, 2탄 때 소소했던 조작의 규모가 3탄에서 대폭 확대된 것인데, 3탄이 시작되기 전부터 기획사들의 접대가 이어졌던 것으로 검찰이 확인했다. 제작진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연예기획사 관계자 5명에게서 47회에 걸쳐 4600여만원 상당의 접대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검찰은 접대의 대가로 3탄부터 황당한 규모의 조작이 이루어졌다고 의심한다.

반면에 PD는 1, 2탄의 엄청난 성공으로 인해 압박감을 느껴 조작했다고 진술했다. 3탄 중간 투표 때 사전에 정한 콘셉트에 맞지 않는 출연자들이 상위에 오르자 임의로 합격자들을 선정했고, 4탄도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제작진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프로듀스 시리즈 합격자를 고작 수천만 원 수준의 접대를 받고 정해줬다는 가정은 합리적이지 않다. 제작진은 어쨌든 프로그램을 성공시키는 게 목적이고, 그러려면 시청률이 잘 나와야 하며 결정적으로 오디션에서 만들어진 팀이 대스타가 되어야 한다.

그 목적을 이루려면 스타성 있는, 상품성 있는 연습생을 가려 뽑아야 한다. 비싼 양주 사줬다고 아무나 합격자로 만들어주면 프로그램의 가치가 떨어지고 대스타 그룹도 만들 수 없다. 시장은 냉정하다. 술 받아먹고 그냥 뽑아준 사람은 스타가 되기 힘들다.

시청자의 투표는 냉정하지 않다. 출연자의 사연, 그때그때의 인상에 크게 좌우된다. 동정표도 많다. 이래서 오디션 우승자가 막상 데뷔 후 인기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프로듀스 제작진은 그런 사태를 막아야 했고, 그것이 결국 시청자 투표 무시하고 스스로 합격자를 뽑는 것으로 귀결됐을 가능성이 있다.

프로듀스 3탄 당시에 일본 시청자들이 중간투표 결과에 크게 실망감을 표시했었다. 그러면서 일본인들을 빼고 한국인을 많이 합격시키라고 요구했다. 최종 합격자 명단은 중간투표 결과와 크게 달랐고 일본인들이 대거 탈락했다. 여기에 일본 시청자들이 환영하면서 제작진에게 명단을 잘 조정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즈원은 일본 시장에서 최고의 한류 걸그룹이 되었다. 이런 시장 반응을 염두에 두면서 명단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탄 결과에 고무돼 4탄도 전면적으로 조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순수하게 오직 프로그램만 생각했다는 뜻은 아니다. 출연자들 사이의 경쟁력 차가 근소하다면 유착된 기획사 소속을 밀어줬을 순 있다. 또 여기엔 수천만 원 접대보다 더 큰 이익이 걸려있다. 바로 CJ에서 전폭적으로 책정해주는 성과급이다. 프로듀스 프로그램과 합격팀이 큰 성공을 거두면 막대한 성과급이 따라온다. 수억 원에서 십억 원이 넘는 규모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업계에서의 권력도 강화된다. 이런 유무형의 이익이 걸려있기 때문에 프로그램과 합격팀을 성공시키려고 했고 그것이 조작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시청자 투표를 불신하고 제작진이 개입하려고 한 것 자체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걸 숨겼다는 데 있다. 국민 프로듀서 운운하면서 시청자를 기망했다. 바로 이게 잘못이다. 처음부터 시청자 투표는 일부분만 반영한다고 했으면 지금 같은 사달은 터지지 않았을 것이다. 시청자 속이는 걸 우습게 알았던 것이 제 발등을 찍었다.

제작진의 개입이나 기획을 ‘시청자를 속인다’고 인식하지 않는, 당연한 예능의 작법이라고 여기는 방송 관행이 있다. 바로 그래서 예능에서 조작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프로듀스 제작진도 이런 관행에 젖어서 윤리의식이 마비되고 조작의 정도가 점점 더 강해졌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발본색원해서 시청자를 속여선 안 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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