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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쓰고 적게 벌고…기로에 선 금융지주 노동생산성


입력 2019.10.21 06:00 수정 2019.10.21 08:50        부광우 기자

5대 금융지주 직원당 年 경비 2억1800만원…농협금융 최고

1인당 순익은 1억원 겨우 넘기는 수준…금리 추락 속 숙제

5대 금융지주 직원당 年 경비 2억1800만원…농협금융 최고
1인당 순익은 1억원 겨우 넘기는 수준…금리 추락 속 숙제


국내 5대 금융그룹 직원 1인당 당기순이익 및 경비.ⓒ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금융그룹 직원 1인당 당기순이익 및 경비.ⓒ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금융그룹의 노동 생산성이 기로에 서고 있다. 한 사람당 나가는 지출은 많은 반면 벌어들이는 돈은 적은 현실이다. 덕분에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선 신의 직장으로 꼽히고 있지만, 사상 최저까지 떨어진 기준금리로 금융권 전반이 새로운 도전에 맞서게 되면서 조직의 영업과 비용 효율에 대한 고민은 점점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신한·KB·하나·우리·농협금융 등 국내 5개 금융그룹들의 직전 1년 간 직원 1인당 경비는 평균 2억1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감원이 금융사 구성원들의 생산력을 평가하기 위해 제공하는 항목으로, 직원 한 사람을 활용하는데 대략 얼마만큼의 비용이 드는지를 보여준다. 액수는 회사의 판매관리비를 직원 수로 나눠 산출되는데, 계산의 발판이 되는 판매관리비는 직원들에게 지급된 기본급을 비롯해 복리후생비와 퇴직급여 등 실질적 급여로 볼 수 있는 비용이 통상 3분의 2 가량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여기에 각종 기타 비용 등이 더해진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농협금융의 최근 1년 간 직원 1인당 경비가 2억7100만원으로 최대였다. 이어 KB금융과 하나금융이 각각 2억5500만원, 2억1900만원으로 직원 1인당 연간 경비가 2억원을 넘었다. 신한금융(1억9500만원)과 우리금융(1억4900만원)의 해당 금액은 1억원 대를 나타냈다.

이처럼 농협금융은 직원 운영 경비에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썼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같은 기간 농협금융 직원 1인당 당기순이익은 7300만원으로 조사 대상 금융지주들 가운데 꼴찌에 머물렀다. 다른 금융지주들의 직원 1인당 연간 당기순이익은 ▲신한금융 1억1500만원 ▲하나금융 1억1300만원 ▲KB금융 1억500만원 ▲우리금융 1억400만원 등으로 모두 1억원 이상이었다.

이런 직원 생산성 지표들은 농협금융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 풀이된다. 농업인들을 위한 협동조합에 기반을 두고 있는 조직의 특수성으로 인해 농협금융은 경쟁사들에 비해 비교적 일자리의 안정성은 높고, 영업 강도는 낮다는 평을 받는다. 금융사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농협금융이 선망의 대상인 이유다.

문제는 안팎의 기준금리가 추락하면서 금융사들의 영업 환경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역대 가장 낮은 수준까지 곤두박질 친 상태다. 한국은행은 이번 달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역대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글로벌 금리 흐름도 마찬가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2.00~2.2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 7월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금리 인하다. 또 올해 들어 전 세계 주요 30개국 중 17개국이 최소 한 차례 이상 정책금리를 내렸고, 그 중 7월 이후에만 15개국이 인하를 단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저금리는 은행 실적의 기초인 이자 수익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금리가 제로에 가까워질수록 대출과 예·적금 이자율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면서 이자 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또 기준금리가 낮으면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 투자만으로 수익률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커진다. 저금리 하에서 투자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부동산이나 대체투자에서 기회를 엿봐야 하는데, 그러기엔 위험이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지금과 같은 경영 여건을 유지해서는 성장은커녕 도태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익의 대부분을 은행에 기대고 있는 농협금융의 부담은 남다를 전망이다. 그 만큼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은행의 이자 마진 축소가 금융지주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 있는 구조여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에서 NH농협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81.8%에 달했다. 1년 전(75.0%)보다 6.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여건 상 기준금리 인하는 단기적 이슈가 아닌 추세적 변동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융사들은 이자 마진 감소를 둘러싼 대비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며 "우선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내부 조직 효율 개선부터 시작해 장기적으로 이익 포트폴리오 쏠림 완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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