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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역사의 교훈 'MB 독도방문'부터 되짚어야


입력 2019.08.02 03:00 수정 2019.08.02 05:56        이충재 기자

한일관계 틀어진 'MB전철' 밟아…얻은건 '찰나의 지지율'

외교는 없고 '반일 여론전'…그때나 지금이나 '친일' 낙인

한일관계 틀어진 'MB전철' 밟아…얻은건 '찰나의 지지율'
외교는 없고 '반일 여론전'…그때나 지금이나 '친일' 낙인


2018년 광복절을 닷새 앞둔 8월 10일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경비대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연합뉴스 2018년 광복절을 닷새 앞둔 8월 10일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경비대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연합뉴스

2012년 8월 10일, 대한민국 대통령이 건국 이후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초강경 대일 카드는 모든 정치‧사회 이슈를 빨아들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방문에 우려를 나타냈던 정치인이나 언론은 "친일이냐"는 된서리를 맞았다. "감정적 대응은 자제해야", "외교적 파장을 고려 못한 처사"라는 등 건전한 비판도 '매국‧친일'로 몰렸다.

당시 <조선일보>는 "양국 국민 간의 감정 대립을 증폭하는 가장 나쁜 코스로 들어서고 있다"고 지적했고, <한겨레>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일본의 독도 분쟁지역화 시도의 빌미가 되고 있다"고 했다. 독도방문을 지적한 기사마다 '친일언론'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치권도 마찬가지였다. 제1야당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의 독도방문을 "아주 나쁜 통치행위", "깜짝쇼"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나서야 "독도 방문은 국민들로부터 환영받을 일이지만"이라며 슬그머니 말꼬리를 내렸다.

일본이 어떻게 대응할지 상황을 제대로 알아보자고 말만 꺼내도 '친일'로 매도되는 분위기에 정상적인 토론조차 이뤄지기 어려웠다. 여론이 쌓아놓은 방어진(防禦陣) 안에 들어온 정부여당은 반일여론을 부추겼고, 야당은 속수무책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론을 들끓게 하는데 민족감정을 건드리는 것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촉발된 한일갈등에 여권에선 '죽창가'가 흘러나오고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는 전의섞인 구호도 나왔다. 반박을 했다간 '친일이냐'고 낙인찍히기 십상이다.(자료사진)ⓒ데일리안 그때나 지금이나 여론을 들끓게 하는데 민족감정을 건드리는 것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촉발된 한일갈등에 여권에선 '죽창가'가 흘러나오고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는 전의섞인 구호도 나왔다. 반박을 했다간 '친일이냐'고 낙인찍히기 십상이다.(자료사진)ⓒ데일리안

여야만 바뀌었을 뿐, 7년 전과 꼭닮은 '대일정치'

7년 전과 비슷한 양상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론을 들끓게 하는데 민족감정을 건드리는 것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촉발된 한일갈등에 여권에선 '죽창가'가 흘러나오고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는 전의(戰意)섞인 구호도 나왔다. 반박을 했다간 '친일이냐'고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여권은 이번 사안을 '한일전'으로 규정했다. 외교부의 역량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백태클이 되고, 일본 선수를 응원하는 거냐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무엇보다 정치인에게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었다. 경제‧외교적 후폭풍 등 국익과 관계없이 '애국이냐 이적이냐'는 프레임으로 상대를 가둬 여론에 우위를 점하는 것이었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2년 독도를 방문하고 난 직후 여론의 70%이상이 "잘한 행동"이라고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임기말 20%대 국정지지율을 기록하던 대통령에게 이념과 정파를 넘어 쏟아진 환호성이다.

최근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도 상승세를 탔다.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정례여론조사에서 한일갈등이 촉발된 지난 3주간 국정지지율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7월 둘째주 조사(47.9%)를 시작으로 셋째주(49.7%)와 넷째주(50.5%)까지 오름세였다. 정부여당에게 반일 여론전은 '불패론'이라는 것을 다시 증명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도 같은 분석을 내놨다. '한일갈등에 관한 여론동향' 보고서에서 "여론에 비춰볼 때 총선 영향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외교적 해법보다 반일전선이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셈법을 공식화한 것이다. 초유의 외교‧안보‧경제 위기 상황을 정치적 '호재'로 판단한 여당의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난 자료였다.

'반일'띄우고 외교적 해결은 뒷전…7년전 교훈 돌아봐야

외교가에선 최근 정부여당의 대일대응과 'MB독도 방문'이 닮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독도방문 결정 과정에서 외교부의 목소리는 배제됐고, 한일관계가 틀어지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결국 우리 외교사에 '국내 정치를 위해 외교를 망친 사례'로 기록됐다.

현재 한일갈등 국면에서 우리 외교부의 존재감은 사라진지 오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목소리 보다 여권 인사들의 거친 '극일(克日) 발언'이 크게 울린다. 근본적 문제를 1965년 한일협정에서 찾고 있는 정부다. 역사의 교훈을 멀리서 찾을 이유가 없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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