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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무기 몇개 숨겨두면 어쩌지?


입력 2019.02.25 01:00 수정 2019.02.24 20:34        이배운 기자

핵 검증·사찰 불완전한 합의 우려…핵무기 일부 은닉 가능성

전문가 “숨겨둔 핵무기 아무 쓸모없어…다시 꺼내는건 바보짓”

핵 검증·사찰 불완전한 합의 우려…핵무기 일부 은닉 가능성
전문가 “숨겨둔 핵무기 아무 쓸모없어…다시 꺼내는건 바보짓”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데일리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데일리안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코앞에 두고 양측 실무진이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명쾌한 합의 도출에 이르기까진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불완전한 핵 검증·사찰 합의를 받아내고 이들 허점을 노려 핵무기를 일부 은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북한은 1955년부터 독자적으로 핵 개발에 나서면서 핵무기·물질을 다루는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의 핵탄두 중량이 500kg 이하로 충분한 소형화가 이뤄졌으며 이를 유지하고 은폐하는 노하우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사회는 철저한 폐쇄·통제가 이뤄지고 인공위성을 피해 은폐하는 기술이 발전한 탓에 외부에서 핵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가 더욱 어렵다. 국토의 80%가 산악지대인데다 곳곳에 지하갱도를 구축한 탓에 핵물질 은닉도 용이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농축 우라늄 공장의 과거 생산량을 정확하게 알아낼 기술이 없고, 북측이 제공하는 생산량 데이터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도 검증의 난관으로 꼽힌다. 공장의 시설 용량이 100이지만 북측은 가동률이 60에 그쳤다고 주장하면 또다시 신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북한 원자로 계측기들의 기술적 오류로 인해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북측이 생산량을 기만하려는 의도가 없어도 측정 과정에 문제가 발생해 일부 핵물질 생산량이 누락되고 불필요한 오해 및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지난 21일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한 나라의 핵무기 개발프로그램을 검증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며 “남아공은 핵시설을 스스로 해체하고 신고했지만 그러고 나서도 비핵화를 검증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 PSS홀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협력적 위협감소 : 기술적 과정과 공간전환' 정책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 PSS홀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협력적 위협감소 : 기술적 과정과 공간전환' 정책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전문가들은 핵물질·무기를 보관한 것으로 의심되는 시설에 국제 전문가 시찰단이 아무 때나 자유롭게 시찰할 수 있는 ‘무작위 시찰’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은닉한 핵무기를 뒤늦게라도 적발할 가능성이 열리고 이에 부담을 느끼는 북한은 핵무기 은닉 시도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과거부터 철저한 시찰·검증 문제가 의제로 떠오를 때마다 강하게 반발했고 이는 성사 직전에 도달한 6자회담을 좌초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시찰 과정에서 김 씨 일가의 비밀시설이나 정치범 수용소 등 정권의 치부가 드러나 체제가 흔들리는 사태를 우려한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지적에 매우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정치범 수용소는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실무협상이 장기화되고 인권문제는 의제로 올라오지 못한 상황에서 ‘무작위 시찰’ 등 강도 높은 검증 조치가 합의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소수의 핵무기를 숨겨둘 가능성에 연연해 대화가 지연·중단되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술적·물리적으로 100% 완전한 비핵화를 담보하지는 못해도 ‘정치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진수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책임연구원은 통일연구원 토론회에서 “핵무기를 몇 개 숨겨뒀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겼다고 공개하는 것만큼 바보같은 짓이 없을 것”이라며 “핵을 공개하는 즉시 강도 높은 대북제재가 재개될 텐데 경제발전 혜택을 맛본 북한 주민들은 체제를 무너뜨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이어 “핵무기는 실제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정치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먼저 평양을 공격하지 않는 한, 공개되지 않은 핵무기는 전략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고 쓸모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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