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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티셔츠 파문에 아베가 '싱긋' 웃는다


입력 2018.11.14 03:00 수정 2018.11.14 06:02        이배운 기자

우익보수세력 결집…‘전쟁가능국가’ 개헌동력 작용

“수정주의적 역사관에 입각한 개헌추진…혐한 감정에 힘 얻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데일리안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데일리안

우익보수세력 결집…‘전쟁가능국가’ 개헌동력 작용
“수정주의적 역사관에 입각한 개헌추진…혐한 감정에 힘 얻어”


7인조 남성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가 이른바 '광복절 티셔츠'를 입은 것을 두고 한일관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이번 티셔츠 문제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노동자 판결 논란까지 맞물리면서 반한(反韓) 감정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앞서 일본 매체들은 멤버 지민이 1년전에 입었던 티셔츠에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한민족의 모습과 세계 2차대전 당시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 구름'이 그려진 것을 지적하며 “반일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TV아사히 측은 지난 9일 예정돼있던 방탄소년단의 방송 출연을 하루 전에 일방적으로 취소시켰고, 극우 세력들은 도쿄 도심의 번화가에서 욱일기를 흔들며 한일 단교를 촉구하는 혐한 시위를 벌였다.

이외에도 현지 매체들은 K팝과 우리 가수들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잇따라 쏟아냈고, 이에 국내에서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반성없이 적반하장격으로 나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상황이다.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방문이 예정된 일본 도쿄 주일한국대사관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방문이 예정된 일본 도쿄 주일한국대사관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슬며시 미소 짓는 인물은 다름 아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다. 일본 내 반한 감정이 고조될수록 자신의 정치적 숙원인 '전쟁가능국가 개헌' 추진에도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사회의 우경화를 주도하며 정치적 기반을 다져온 아베 총리는 줄곧 '독도·위안부·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과거사 문제를 자극해 반한 여론을 부채질 해왔다.

아울러 '사학재단 스캔들' '재팬패싱' '폭우술판' 등 논란으로 정치적 위기에 처할 때마다 한일 갈등을 촉발시켰고, 이는 보수·우익 여론을 결집해 지지율을 반등 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아베 총리는 우익성향의 인사를 대거 기용해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이처럼 견고한 정치적 기반을 발판으로 삼고 개헌 동력을 얻기 위해 역사왜곡 등 우경화 조치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른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지난달 2일 개각 발표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국가 만들기의 강한 스타트를 위해 자민당 간부 인사를 했다"며 "자민당은 리더십을 발휘해 다음 국회에 헌법 개정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개헌안 제출 방침을 밝혔다. 또 14일 열린 자위대 사열식에서는 "우리 국민을 위한 평화를 보장하고 이를 다음 세대로 견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군사대국화 의지를 드러냈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전후 일본의 보수 정치가들은 침략전쟁 패자라는 낙인을 지우는 '역사 인식 수정'과 헌법을 개정해 국군을 보유하는 '안전 보장의 자주'를 정치적 핵심 목표로 설정해 왔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자타공인 보수 정치가인 아베 총리는 3연임 성공을 발판으로 ‘패전국 국가 이미지 쇄신’과 ‘헌법 개정을 통한 국군 보유’라는 두 가지 목표 달성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문제는 이러한 목표가 수정주의적 역사관에 입각해 있고 이것이 한국에 대한 폄하 인식과 일본 국민의 혐한 감정에 의해 더욱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최은미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는 "2002년 이후 독도문제, 야스쿠니신사 참배, 역사교과서문제 등이 양국 간 외교현안으로 쟁점화 되고, 정치인들이 반일·반한 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들 문제는 단기적 해결이 아닌 중장기적 관리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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