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야구의 꽃이다.
특히 메이저리그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이후 우리나라 야구팬들도 야구통계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늘고 있다. 이제는 야구기록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방어율과 타율이 낡은 것으로 인식될 정도.
물론 야구는 평균이 지배하는 경기이며 그런 면에서 아무리 낡았다 할지라도 기본 통계가 되는 방어율과 타율은 매우 중요한 기록이다. 하지만 많은 야구팬들의 시선은 통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WHIP와 OPS에 향하고 있다. WHIP와 OPS로 올 시즌 프로야구 특급투수와 타자를 살펴본다. (기록은 6월24일 기준)
◆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WHIP(Walks and hits per Inning Pitched)는 말 그대로 투수가 한 이닝당 주자를 루상에 내보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피안타와 볼넷 숫자를 더해 이닝수로 나누면 값이 나온다. WHIP는 투수를 평가하는 잣대로 부족함이 없다. 다승과 방어율만으로 투수를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WHIP는 객관적인 투수의 능력과 향후 가능성까지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계를 중시하는 많은 전문가와 팬들에게서 애용되고 있다.
WHIP 전체 1위는 역시 다니엘 리오스(두산). 다승·방어율·이닝 등 주요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리오스는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유일하게 0점대(0.97) WHIP를 기록하고 있다. 리오스가 그저 철완과 고무팔로만 평가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WHIP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2위는 리오스의 팀 동료 맷 랜들(두산)로, WHIP 1.09를 마크하고 있다. 리오스의 랜들은 WHIP를 통해서도 최고의 원투펀치임을 자부하고 있다.
선발투수는 통상 WHIP 1.30 이하가 정상급으로 평가된다. 3위 류현진(한화·1.12), 4위 손민한(롯데·1.15), 5위 윤석민(KIA·1.16)은 정상급 범위에 포함되는 선발투수들이다. 규정이닝 채우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마무리투수 중에서는 한기주(KIA·0.89)·우규민(LG·0.99)·오승환(삼성·1.00)·호세 카브레라(롯데·1.01)·정대현(SK·1.02) 등이 돋보인다. 마무리투수는 WHIP 1.00 이하를 마크할 때 특급으로 평가받는다. WHIP는 올 시즌을 마무리투수 전성시대로 규정짓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WHIP가 투수의 모든 것을 대변해주지는 않는다. WHIP의 가장 큰 맹점은 피장타율에서 찾을 수 있다. 투수를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장타 허용이다. 하지만 WHIP는 장타 허용까지 담을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WHIP 순위 10위권밖에도 박명환(LG·1.30), 케니 레이번(SK·1.31), 문동환(한화·1.42), 최원호(LG·1.44) 같은 투수들이 자리하고 있다. 박명환·레이번·문동환·최원호 모두 주자를 보내는 경우는 잦지만 대신 장타허용이 적고 위기관리능력이 뛰어난 투수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 OPS(출루율+장타율)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수치를 나타내는 OPS는 타자들의 팀 공헌도를 측정하는데 최고로 평가되는 기록이다. 출루와 장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타율이 갖는 한계를 보완하며 타자들을 평가하는 잣대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타자의 가장 큰 임무라 할 수 있는 출루와 루상의 주자를 한 방에 손쉽게 홈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장타의 값을 합함으로써 타자의 실질적인 능력이 반영된 근사 값을 얻어낼 수 있다.
올 시즌 OPS에서 가장 돋보이는 타자는 ‘빅 보이’ 이대호(롯데)다. OPS가 무려 1.111에 달한다. 장타율(0.642)과 출루율(0.469)에서 모두 리그 전체 1위에 랭크돼 있는 것이 OPS에도 그대로 적용된 모습. 이대호는 정확성과 파워를 겸비한 대형타자다. 슬러거치곤 삼진도 적고 출루에도 신경을 쓴다. 이대호와 라이벌인 김태균(한화)도 OPS 1.082를 마크하며 바짝 뒤쫓고 있다. 김태균 역시 장타율 3위(0.623)와 출루율 2위(0.459)에 올라있다. 삼진이 다소 많지만, 김태균도 정확성과 파워에서 이대호에 뒤질게 없다.
이밖에 OPS가 10할을 넘는 선수로는 제이콥 크루즈(한화·1.065)와 양준혁(삼성·1.029)이 있다. 크루즈와 양준혁은 이대호·김태균과 더불어 올 시즌 프로야구를 이끌어나가는 최고의 타자들로 최정상급으로 평가될 자격이 충분하다. 이외 정상급으로 분류되는 9할대 OPS 타자들로는 5위 클리프 브룸바(현대·0.989), 6위 김동주(두산·0.942), 7위 장성호(KIA·0.915), 8위 이숭용(0.900) 등이 포함된다. 이들도 부상과 슬로스타트 등으로 한 차례씩 부침이 있었지만, 올 시즌 최고의 호조를 보이고 있는 타자들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OPS도 한 가지 맹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슬러거들에게 유리하다는 점이 바로 그것. 장타율은 출루율보다 수치를 끌어올리기가 쉬운 편. OPS 1~7위의 주인공이 장타율 1~7위 타자들이라는 점에서 잘 나타난다. 게다가 장타율 20걸 중 무려 17명이 OPS에서도 20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과 대조적으로 출루율 20걸 중 OPS 20위권에 든 타자는 14명밖에 되지 않는다. 올 시즌 교타자로 완전 변신한 이숭용(현대)은 출루율 3위(0.447)지만 OPS는 8위(0.900)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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