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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한채 없는데 규제를”…조급하고 불안해진 실수요자들


입력 2017.06.14 16:57 수정 2017.06.14 17:22        원나래 기자

이달 서울 뉴타운 분양 예정…부동산 열기 더욱 가세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고 새 정부가 LTV(주택담보대출)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을 이전 수준으로 강화하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조기 도입한다길래 그 전에 집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눈여겨 둔 분양단지가 있어 최근 은행에서 대출을 알아봤다.”(집을 사기위해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받은 회사원의 말)

지난 9일 분양한 ‘신정 아이파크위브’ 견본주택에는 주말동안 총 3만2000여명이 방문했다.ⓒ현대산업개발 지난 9일 분양한 ‘신정 아이파크위브’ 견본주택에는 주말동안 총 3만2000여명이 방문했다.ⓒ현대산업개발

새 정부가 당장 두 달 내에 가계부채 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 수요자들이 서울 아파트 견본주택에 대거 몰리고 있다. 은행 창구에도 대출 문의를 하는 예비청약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제외) 거래량은 처음으로 1000건을 넘어선 1146건을 기록했다. 2007년 분양권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 아파트 매매 거래는 1만416건으로 전달에 비해 2600건 이상 거래가 증가했다. 5월 거래량으로는 2006년 실거래 가격이 발표된 이후 2006년(1만1631건), 2015년(1만2547건)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아파트 거래가 많이 됐다.

주택담보대출의 증가폭도 커졌다. 한국은행이 ‘2017년 5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분석한 결과, 4월 3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달 3조8000억원으로 늘면서 잔액이 545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새 정부 출범 이후 위축될 것이라 예상됐던 부동산 시장이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거래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아파트 거래량은 상승세다.

이날 기준 분양권 거래량은 408건으로 지난해 6월 한 달 거래량(899건)의 절반 가까운 거래가 보름도 채 되지 않아 이뤄지고 있다. 아파트 매매는 6050건이 거래돼 지난해 6월 한 달 동안 거래된 1만1492건의 절반 이상을 이미 달성했다.

연일 정부가 부동산 과열에 대한 규제를 선포하는데다 대대적 단속도 들어가면서 오히려 실수요자들은 조급해졌다.

대출을 통해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서민들이 대부분인 가운데 금융 규제가 강화되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투자자들 보다는 오히려 실수요자들이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는 30대 예비신랑 박모씨는 “대출을 끼고 집을 사야하는 게 현실이지만 규제가 강화되면 대출금은 갈수록 줄어들 테고, 하반기에 금리도 인상되면 대출받아서 집사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 같아 서둘러 집을 살까도 생각 중”이라며 “행복주택이라도 들어가고 싶은데 자격이 안돼서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예비청약자 역시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하는 것은 맞지만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문턱도 같이 막힐 가능성이 있다”며 “어찌 보면 주택담보대출이란 게 집을 마련하려는 서민들에게는 건전한 대출이라고 볼 수 있는데 오히려 집을 구입하기 위한 희망마저 사라지는 게 아닌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양천구 신월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달과 다음 달에는 신정과 가재울, 수색·증산 뉴타운 등이 분양 예정돼 있어 규제 적용 전 대출 막차를 타기 위한 사람들로 분양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은 여전히 물량이 부족한 가운데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실거주 목적으로 청약을 넣으려는 사람들도 많아 경쟁률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달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보라매 SK VIEW’는 527가구 모집에 1만4589명이 몰리면서 평균 27.7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9일 분양한 양천구 신정뉴타운 ‘신정 아이파크위브’ 견본주택에도 주말동안 총 3만2000여명이 방문하면서 이날 있을 1순위 청약 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임병철 부동산114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당장 식히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규제의 강도에 따라 자칫 살아나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큰 만큼 대책의 내용과 규제의 강도 등 수위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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