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전술 대향연…펩의 놀라운 임기응변

데일리안 스포츠 = 박시인 객원기자

입력 2016.09.11 00:10  수정 2016.09.10 23:21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무리뉴 감독의 전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했다. ⓒ 게티이미지

명장들의 지략 대결로 뜨거웠던 맨체스터 더비에서 펩 과르디올라가 웃고 조세 무리뉴가 울었다.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10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1 승리했다.

질긴 악연을 프리미어리그에서 이어가게 된 과르디올라와 무리뉴는 EPL 최고의 더비로 발돋움한 맨체스터 더비에서 최고의 명승부를 연출했다.

과르디올라는 4-1-4-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 공격수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공백을 유망주 켈레치 이헤아나초로 대체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 라운드와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반면 무리뉴는 2선의 좌우 측면에 변화를 꾀했다. 후안 마타, 앙토니 마시알 대신 제시 린가드, 헨릭 미키타리안에게 올 시즌 첫 번째 리그 선발 출전 기회를 부여한 것.

무리뉴의 선택은 패착이었다. 린가드와 미키타리안은 잦은 실수를 범했고, 불안한 볼터치로 공격에서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2선 윙어들의 부진은 자연스럽게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게 영향을 미쳤다. 이브라히모비치로 향하는 양질의 패스가 부족해 전체적으로 맨유의 공격은 답답했다.

또, 볼 점유율에서도 맨시티에게 완전히 열세를 보였다. 효과적으로 볼을 지켜내지 못하고, 맨시티의 압박을 벗겨내는데 실패했다. 물론 무리뉴는 과르디올라를 상대로 볼 점유율을 내주고 수비를 두텁게 가져가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수비의 견고함마저 사라졌다. 센터백 에릭 바이, 데일리 블린트의 판단력 미스는 결정적인 순간 실점으로 이어진 것.

과르디올라는 평소 짧은 패스로 볼 점유율 축구를 주문하지만 맨유의 전진 압박과 높이 올라온 수비 라인을 공략하기 위해 알렉산다르 콜라로프에게 롱패스를 지시했다. 콜라로프는 강하고 빠르게 상대 깊숙한 수비 진영으로 볼을 전달하는 전술이 주효했다.

전반 16분 케빈 데 브라이너의 선제골 과정에서 이헤아나초는 콜라로프의 롱패스를 머리로 떨궈주며 도움을 기록했다.

전반을 1-2로 뒤진 채 마친 무리뉴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안데르 에레라, 마커스 래쉬포드를 교체 투입했다. 래쉬포드를 2선의 왼쪽, 에레라를 중앙 미드필더로 포진시킴에 따라 웨인 루니를 오른쪽으로 이동시켰다. 에레라로 하여금 중원의 열세를 극복하고, 측면에서의 답답했던 공격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래쉬포드를 선택한 무리뉴 감독이다.

무리뉴가 꺼내든 조커 2장은 효과를 톡톡히 봤다. 래쉬포드는 왼쪽 측면에서 위협적인 돌파로 공격을 주도했으며, 에레라도 많은 활동량으로 허리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에 당하고 있을 과르디올라가 아니었다. 공격수 이헤아나초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두의 교체 투입은 예상을 깬 변화였다. 페르난두를 포백 라인 바로 위에 배치함으로서 중원을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데 브라이너를 최전방에 올리는 제로톱 카드는 처음 선보이는 전략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골이 터지지 않자 이번에는 무리뉴가 왼쪽 풀백 루크 쇼 대신 마시알을 세 번째 교체 카드로 선택했다. 극단적인 공격 전술이었다.

반면 과르디올라는 맨유의 파상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데 브라이너를 불러들이고, 파블로 사발레타를 투입해 식스백으로 맞불을 놨다. 매우 이례적인 과르디올라의 전술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한 골의 리드를 잘 지켜내며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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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인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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