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프'부터 '구르미'까지…남장여자 잘 나가네

부수정 기자

입력 2016.09.12 09:13  수정 2016.09.20 22:47

김유정, '구르미 그린 달빛'서 인기

윤은혜·박민영·문근영·박신혜도 조명

배우 김유정과 박보검이 출연하는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은 남장여자 캐릭터의 로맨스를 담았다.ⓒKBS

맑은 눈빛에 가녀린 체구. 누가 봐도 '여자'인데 남자 주인공만 몰라본다. 여자는 정체가 밝혀질까 초조해하고, 덩달아 시청자의 심장도 '쫄깃'해진다.

또다시 남장여자 로맨스다. 그간 숱한 드라마에서 선보인 남장여자 로맨스가 또 터졌다. 박보검 김유정 주연의 KBS2 '구르미 달빛' 얘기다.

김유정이 남장여자 홍라온 역을 맡아 이영 역을 맡은 박보검과 애틋한 사랑을 연기 중이다. 시청률은 20%(닐슨코리아·전국 기준) 가까이 치솟으며 경쟁작 SBS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를 가볍게 따돌리며 인기몰이 중이다.

홍라온(김유정)이 여자인 게 드러날까 노심초사하고, 이영(박보검)이 라온에게 사랑을 느끼는 과정이 '달달'하다. 시청자들은 "하루빨리 박보검이 김유정이 여자인 걸 알아야 한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두 사람이 느끼는 우정인지, 사랑인지 모르는 미묘한 감정이 시청자의 가슴을 건드리고 있다. 뻔하지만 어쩔 수 없이 끌리는, 남장여자 로맨스가 주는 재미요, 쾌감이다.

남장여자 캐릭터는 쉽지 않다. 극적 변화를 겪는 인물이라 단단한 연기력은 필수고, 미소년 같은 이미지도 요구된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홍라온으로 분한 김유정은 특유의 밝고, 청량한 이미지가 강점이다. 시청자가 '구르미 그린 달빛'에 호응하는 이유 중 하나는 김유정의 호연 덕이다. 섬세한 감정 연기뿐만 아니라 대사 전달력, 특유의 맑은 눈빛이 강점으로 박보검과의 케미스트리(배우 간)를 빛나게 해준다.

'구르미 그린 달빛'의 성공으로 남장여자 캐릭터는 흥행 코드로 자리 잡게 됐다. MBC '커피프린스 1호점'(2007)을 비롯해 SBS '바람의 화원'(2008), '미남이시네요'(2009), KBS2 '성균관 스캔들'(2010) 등 남장여자를 콘셉트로 한 주요 드라마들을 살펴보자.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은 윤은혜(남장여자 캐릭터)를 스타덤에 올린 작품이다.ⓒMBC

현대물: '커피프린스 1호점'·'미남이시네요'

2007년 방송된 '커피프린스 1호점'은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회자되는 인기 드라마다. 가수 출신 윤은혜는 극 중 고은찬 역을 맡아 최고 인기를 누렸고, 윤은혜와 호흡한 공유 역시 여성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두 사람 외에 채정안, 이선균 역시 화제가 됐다. 채정안은 '커프'에서 가장 예뻤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패션, 헤어 스타일을 유행시켰다.

고은찬은 생계를 위해 남장여자를 시도, '커피프린스 1호점'에 취업한 인물이다. 짧은 머리와 꾸미지 않은 모습 탓에 종종 남자로 오해받는 고은찬은 카페 대표 최한결(공유)과 엮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한결이 자꾸 은찬에게 끌린다. 같은 남자인데 말이다. 괴로워하던 한결이 은찬을 와락 안고 "네가 남자든 외계인이든 갈 데까지 가보자"라고 고백한 부분은 아직도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 아슬아슬한 로맨스에 최고 시청률은 27.8%(닐슨코리아·전국 기준)까지 치솟았다. 드라마에 나온 카페와 각종 장소는 유명해졌다. 드라마의 가장 큰 수혜자는 윤은혜였다. 베이비복스 출신 윤은혜는 남장여자 캐릭터와 의외로 잘 맞았다.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긴 했지만, 캐릭터와 이야기가 매력적이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배우 문근영은 SBS '바람의 화원'에서 남장여자 캐릭터에 도전했다.ⓒSBS

2009년 방송한 '미남이시네요'는 고미남이라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박신혜는 쌍둥이 오빠인 고미남을 대신해 아이돌 밴드에 들어간 고미녀 역을 맡으며 1인 2역을 소화했다. 박신혜는 밴드 멤버들과 우정과 사랑 사이의 오묘한 감정을 그렸고, 미소년 같은 외모로 황태경(장근석), 강신우(정용화)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다.

남장여자와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들의 두근두근 로맨스에 시청자들은 설렜다. 홍정은, 홍미란 작가가 쓴 이야기는 유치했지만 한 번 보면 빠질 수밖에 없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최고 시청률은 10.9%로 높진 않았지만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배우 박신혜는 SBS '미남이시네요'에서 고미녀 역을 맡았다.ⓒSBS

사극: '바람의 화원'·'성균관 스캔들'

남장여자 캐릭터는 유독 사극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2008년 문근영은 SBS '바람의 화원'에서 조선시대의 화가로 살기 위해 남장을 하는 신윤복을 연기했다. "남장여자 캐릭터가 쉽지 않아서 선택했다"는 문근영은 화장기 없는 얼굴에 도포를 입고 갓을 쓰며 남자를 표현했다.

김홍도(박신양)뿐만 아니라 정향(문채원)과도 로맨스를 그린 점이 흥미로웠다. 문근영은 '바람의 화원'을 통해 그해 최연소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당시 문근영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문근영은 또 MBC '불의 여신 정이'에서도 남장여자 캐릭터 정이를 맡아 광해(이상윤), 김태도(김범)와 삼각 로맨스를 그렸다. 아역 시절부터 다져온 탄탄한 연기력과 또렷한 이목구비가 남장여자 캐릭터에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배우 박민영은 KBS2 '성균관 스캔들'에서 성균관에 위장 입학한 김윤희 역을 맡았다.ⓒKBS

마냥 예쁜 배우 박민영도 '성균관 스캔들' 속 남장여자 캐릭터를 통해 색다른 매력을 뽐냈다. 청춘사극 '성균관 스캔들'은 조선시대 성균관을 배경으로 하는 성장 멜로 드라마로 박민영은 생계를 위해 남장을 시도, 성균관에 입성하게 된 인물이다.

'성균관 스캔들'에는 박유천 외에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송중기, 유아인이 출연했다. 박민영은 멋진 남자배우들 틈에서 홍일점 역할을 톡톡히 하며 여성 시청자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네 남자 주인공 모두와 어긋나지 않은 박민영의 자연스러운 연기력, 사랑스러운 매력이 돋보인 작품이다.

이렇듯 남장여자 로맨스는 현대물, 사극 등 장르를 오가며 등장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남장여자 캐릭터는 출생의 비밀 코드처럼 이야기를 극적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며 "처음에는 동성 친구로 다가왔는데 좋아지고, 알고 보니 여자였다는 설정에서 드라마틱한 재미를 만들어낸다"고 분석했다.

정 평론가는 또 "특히 역사적 배경이 과거인 사극에서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위치가 남자들보다 낮다"며 "남장여자 설정은 남자와 여자를 동등한 인격체로 보여주는 효과가 있어 사극에 자주 나온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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