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율 "엘리트 이미지? 반전 매력 있어요"

부수정 기자

입력 2016.09.02 09:13  수정 2016.09.02 09:18

tvN '싸우자 귀신아'서 악역 주혜성 역

"도전 즐겨…이미지 변신 두렵지 않아"

tvN '싸우자 귀신아'에서 주혜성 역을 맡은 권율은 "악역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고 밝혔다.ⓒ사람엔터테인먼트

말간 얼굴이 순식간에 소름 끼치는 '악인'으로 변한다. 아무렇지 않게 사람 여럿을 죽인다. 섬뜩하다.

최근 종영한 tvN 월화극 '싸우자 귀신아' 속 주혜성은 악귀에 사로잡혀 무차별적인 악행을 저지른다. 반듯한 교수인 줄로만 알았던 그의 이중성은 권율(34·본명 권세인)이라는 배우를 만나 생생하게 날아올랐다.

곱상한 얼굴 덕에 '엘리트 이미지'를 안고 사는 권율은 이 어려운 악역을 준수한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시청자들은 "권율의 재발견", "권율 보면 무섭다", "연기를 이렇게 잘하는지 몰랐다"며 권율을 칭찬했다.

선과 악이 공존한 두 얼굴을 보여준 권율을 드라마 종영 후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나쁜 주혜성이 아닌 '말끔한' 권율이 앉아 있었다.

마지막회에서 주혜성은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와 재회한다. 어린 시절 가정 폭력으로 인해 악귀가 된 그는 어쩌면 가장 큰 피해자였다. 어리고 소외된 그에게 아무도 관심 두는 이는 없었다. 혜성이 방황하고, 나쁜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였다.

악역을 연기하면서 3kg이 빠졌다는 권율은 "어렸을 때 외롭게 자란 한 아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은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그런 친구가 생기지 않게끔 주변에서 도와줘야 한다는 게 이번 드라마의 메시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우 권율은 tvN '싸우자 귀신아'에서 김소현, 옥택연 등과 호흡했다.ⓒtvN

주혜성은 초반 캐릭터 설명이 별로 없다. 권율도 어려워했던 점이다. 그는 "후반부 연기에 집중했다"며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했고, 주혜성을 통해 드라마의 메시지가 잘 전달됐으면 했다"고 전했다.

1부~4부에서는 봉팔(옥택연), 현지(김소현)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나오면서 주혜성이 보여줄 건 거의 없었다. 잠깐 등장했다가 '쓱' 빠지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배우는 캐릭터를 보여주려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단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부분은 시청자들로부터 "너무 무섭다"는 호응을 이끌어냈다.

"눈을 어떻게 뜰지, 턱을 내려야 할지, 입꼬리는 어떻게 올려야 할지 등 경우의 수를 생각해서 적절하게 표현했어요. 짧은 등장이지만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대본에는 없는 것도 제가 상상해서 연기했죠. 제가 표현한 것들이 하나의 퍼즐이 됐고 결국 주혜성만의 미묘한 분위기가 완성됐습니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tvN '오나의 귀신님'(2015) 속 악역 임주환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율은 "그 드라마를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캐릭터는 다른 것 같다"며 "'오나귀' 속 캐릭터는 자살했지만 주혜성은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인간다운 삶을 꿈꾼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전했다.

박준화 PD와는 tvN '식샤를 합시다2'(2015)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이다. 박 감독은 권율의 이중적인 모습들을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권율은 "내가 주혜성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감독님을 믿고 연기했다"며 "감독님 덕에 편안하게 작품에 녹아들어갔다"고 했다.

tvN '싸우자 귀신아'를 마친 권율은 "향후 상남자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고 전했다.ⓒ사람엔터테인먼트

'식샤를 합시다2' 인터뷰 당시 권율은 비윤리적인 사이코패스 역이 탐난다고 밝힌 바 있다. '싸우자 귀신아'를 통해 연기 갈증을 조금이라고 해소한 듯하다.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했어요. 다음엔 무차별적인 악행을 저지르는 악독한 역할을 하고 싶답니다(웃음)."

주혜성은 MBC '한 번 더 해피엔딩' 속 로맨티스트와는 전혀 다른 역이다. 이미지 변신이 두렵지는 않았느냐고 했더니 "연기 잘하는 배우로 남고 싶을 뿐이지, 이미지 변신은 전혀 두렵지 않다"고 소신 있는 대답을 들려줬다.

악역을 매끄럽게 소화한 그도 아쉬운 점은 있단다. "자기 연기에 후회가 남지 않는 배우가 어디 있겠어요. 특히 악역 연기를 하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더 많은 아이디어를 냈다면 '쫄깃한' 긴장감을 더 줄 수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하죠."

배우는 연기가 아쉽다고 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인기를 체감했을까. "보통 부모님으로부터 피드백을 얻는데 이번 드라마는 장르도 그렇고, 오후 11시대 드라마라 특별한 의견을 못 들었어요. 허허. 시청자들이 남긴 댓글엔 일희일비하지 않고요. 칭찬은 제가 수고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권율은 옥택연, 김소현 등 한참 어린 배우들과 호흡했다. 그는 "어린 친구들이 초반에 잘해줬다"며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재밌게 만들어줘서 고맙고, 기특하다"고 말했다. 이어 "더운 여름에 제작진, 배우들과 서로 의지하며 촬영했다"며 "힘들었지만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김소현과의 나이 차(17살)를 언급하자 민망한 듯 웃었다. 권율은 "소현 양은 연기 경력이 있는 친구라 굉장히 유연했다"며 "호흡할 때도 거리낌 없었다"고 말했다.

배우 권율은 tvN '싸우자 귀신아'를 통해 악역 연기에 도전했다.ⓒ사람엔터테인먼트

2007년 시트콤 SBS '달려라! 고등어'로 데뷔한 권율은 긴 무명의 시간을 견뎠다. '내 깡패 같은 애인'(2010), '피에타'(2012), '잉투기'(2013) tvN '우와한 녀'(2013), KBS2 '천상여자'(2014)에 등에 출연하다 '명량'(2015), tvN '식샤를 합시다2'(2015)를 통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한 번 더 해피엔딩'(2015), '사냥'(2016), '최악의 하루'(2016), '싸우자 귀신아'(2016), '달빛궁궐'(2016·더빙)에 연달아 출연했다.

본명이 권세인인 그는 지난 2012년 지금의 소속사인 사람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하면서 개명했다. 일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 때였다. "'배우 권율'이라고 생각하며 마음가짐을 다 잡아요. 스스로 엄격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고 하죠. 배우의 모습에 공을 들이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긍정적인 기운도 생기고, 좋은 효과를 얻는 것 같아요."

권세인 시절은 조급했고, 무지했다. '난 괜찮은데 세상은 왜 날 몰라줄까' 답답해하기도 했단다. 지난했던 권세인의 시간은 권율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지금의 권율은 있게 한 건 막막했던 권세인 시절이었다고 배우는 회고했다.

특유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권율의 장점이다. 인터뷰 내내 들려준 조곤조곤한 말투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좋은 목소리는 배우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감출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싸우자 귀신아' 팀은 9월 중 제주도로 포상 휴가를 간다. 순간 권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처음 가보는 포상휴가예요. 고생한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감사합니다."

엘리트 이미지, 귀공자 같은 그에게 주혜성 같은 이중적인 모습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개근 본능이 있어요. 장난도 잘 치고. 친한 사람들을 재밌게 해주려고 '드립'(엉뚱한 발언)도 치고요. 하하."

tvN '싸우자 귀신아'에서 주혜성 역을 맡은 권율은 "주혜성 같은 외로운 친구가 생기지 않게 주변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사람엔터테인먼트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은 있냐고 했더니 "전혀 없다"는 '단호박(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전 남자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해요. 농구, 당구, 게임 등 할 게 많거든요. 축구 보면서 맥주 마시는 것도 좋아하고. 여사친과는 그게 잘 안 되잖아요?"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남녀공학을 거친 탓에 이성에 대한 판타지도 없었단다. "다 동네 친구들이라 설레지 않았어요. 미팅도 안 해보고요. 친구들이랑은 지금도 계속 연락하면서 지낸답니다."

권율도 어느덧 30대 중반, 결혼 압박이 들어올 만하다. "없어요. 형은 이미 결혼했고요. 부모님은 제가 일을 많이 해서 좋은 배우가 되길 바랍니다. 부도 축적하고. 하하."

예능 출연을 잘할 자신이 없어서 꺼린다고. 그는 "출연하면 잘 해야 하는데 예능에서 날 내려놓을 여유가 없다"며 "준비가 됐을 때 해보고 싶다"고 했다. 같은 소속사 식구인 이제훈은 MBC '무한도전' 2016 무한상사에 출연한다. "저도 '무한도전'의 팬입니다. 이제훈 배우의 팬이기도 하고요. 기대됩니다."

향후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는 '상남자'란다. "액션, 누와르 장르가 욕심 나요. 30대 남자 배우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작품을 하고 싶어요."

최종 꿈은 '하고 싶은 역할을 마음껏 하고 싶은 위치가 서는 것'이란다. 배우로 살면서 행복할 수 있으면 하고, 더 나아가 재능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능력이 뛰어난데 현실적인 문제로 꿈을 펼치지 못하는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살다 보면 성장 속도가 더뎌질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그 친구들과 함께하며 서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 거예요. 그 친구들은 또 다른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고. 긍정적인 순환 고리가 생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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