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튼튼’ 일본이 한국 스포츠에 던진 메시지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8.22 08:34  수정 2016.08.22 08:34

아테네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일본에 뒤져

일본, 기초 종목에 대대적인 투자하며 큰 성과

일본 육상은 남자 400m 계주에서 우사인 볼트에 이어 2위로 골인, 큰 충격을 안겼다. ⓒ 게티이미지

올림픽 3회 연속 ‘10-10’ 도전에 나섰던 대표팀의 목표가 사실상 무산됐다.

10개의 금메달과 10위 이내 진입이 목표였던 대표팀은 21일(이하 한국시각) 현재, 금메달 9개-은메달 3개-동메달 9개로 종합 순위 8위에 올라있다.

22일 폐막하는 이번 2016 리우 올림픽은 마지막 하루 일정만 남겨두고 있으며, 한국의 메달 추가는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턱 밑에서 추격 중인 호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의 메달 추가가 가능한 상황이라 경기 결과에 따라 한국의 순위는 내려갈 수 있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 아시아 스포츠의 강국이라 할 수 있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중국의 경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4위를 시작으로 매 대회 5위 이내 진입하는 스포츠 강국으로 거듭났다. 무엇보다 자국에서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미국의 아성을 무너뜨리며 사상 첫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반면, 일본은 다르다. 90년대에 접어들며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포기한 일본은 올림픽에서도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실제로 하계 올림픽에서 일본이 한국을 앞선 대회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한국 9위, 일본 5위)이 유일하다.

그랬던 한국과 일본의 위치는 이번 올림픽에서 완전히 뒤바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종합 순위는 일본이 6위, 한국이 8위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놓고 보면 일본의 성과가 훨씬 훌륭하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육상과 수영 등 기초 종목에서의 비약적인 발전이다. 일본은 이번 올림픽에서 육상(은1-동1)과 수영(금2-은2-동3)에서 크게 선전했다. 무엇보다 남자 육상 400m 계주에서 자메이카에 이은 2위 골인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기초 종목은 타고난 신체조건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시아 선수들의 열세가 가장 눈에 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풀뿌리부터 큰 그림을 그려야 하며 성과가 나타나기 까지 제법 긴 시간을 필요로 해 인내심도 필요하다.

사실 일본의 도약은 차기 대회인 2020년 도쿄 올림픽과 무관하지 않다. 일본은 이번에 참가한 선수단의 연령대를 20대 초반으로 크게 낮췄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대대적인 투자로 성장한 선수들이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미리 경험하기 위해 나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4년 뒤 자국에서 열릴 올림픽에 대한 예행연습인 셈이다.

성과는 기대 이상으로 ‘대박’이다. 일본은 육상, 수영뿐만 아니라 유럽의 전유물이라 일컬어졌던 체조, 카누, 테니스 등에서도 메달을 따냈다. 11개 종목에서 총 41개의 메달을 딴 한국과 달리 양궁, 태권도에만 메달이 몰려 9개 종목 21개 메달에 그친 한국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한국은 아테네 대회 이후 12년 만에 일본에 뒤처졌다. ⓒ 데일리안 스포츠

일본의 강세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이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은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미국과 최강자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전 대회 개최국이었던 영국 역시 ‘런던 올림픽 키즈’들이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따내며 중국을 제치고 2위에 올라 포효했다. 모두 기초 종목을 튼튼히 한 결과다.

한국은 2년 뒤 평창에서 동계 올림픽을 개최해야 한다. 하계 올림픽과 성격이 전혀 다르며 종목별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대회다. 일본은 1998년 나가도 동계올림픽에서 금5-은1-동4를 따내며 역대 최고 성적인 7위에 오른 바 있다. 일본이 획득한 메달도 스키점프와 알파인 스키 등 오랜 시간 투자를 필요로 한 종목들이었다.

한국의 동계스포츠는 평창 대회가 2년 뒤로 다가왔지만, 전통의 강세 종목인 빙상을 제외하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세계 최강 쇼트트랙은 차치하더라도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30대 나이에 레이스를 펼쳐야할 이상화에 목을 매는 모습이다. 김연아 은퇴 후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열기도 사라졌고, 뒤 이을 인재 또한 눈에 띄지 않는다. 빙상보다 많은 메달이 걸린 설상에서는 암담함 그 자체다.

올해 초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등 썰매 종목에서 월드컵 메달 획득의 성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선수들 역시 꾸준한 관심과 지속적인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일부 기업들이 지원해주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하계 종목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지난 2011년 대구 육상세계선수권 대회를 치렀다. 개최국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신기록 상금을 내거든 등 급하게 지원에 나섰지만 결과는 노메달이었다. 2019년에는 광주에서 수영세계선수권을 치러야 한다. 이미 유망주가 발굴돼 이번 올림픽에서 두각을 나타냈어야 했지만, 언론의 관심은 중도 포기한 박태환에게만 맞춰졌다.

기초를 중시한 중국과 일본은 약진했고, 특정 종목에만 매몰된 한국은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근본적인 이유가 뚜렷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후속조치가 리우 올림픽 이후 한국 스포츠가 풀어야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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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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