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구장에서 벌어진 기아 타이거즈 응원석 폭행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700만 관중 시대를 연 KBO리그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관중석 폭행 논란이 발생하고 말았다.
사건은 지난 2일 KIA와 LG의 맞대결이 펼쳐진 잠실구장에서 일어났다. 당시 잠실구장 내 경호를 담당하던 경호팀이 3루쪽 KIA 원정 응원석에서 응원단과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일부 경호원이 피를 흘리는 등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발단은 경호팀이 응원단 중 일부가 경기장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응원 팔찌’를 차고 있지 않다는 제보를 받고 나서부터였다.
KIA 응원업체에 고용된 고수(북 치는 사람)는 지인 3명을 부정으로 입장시킨 것으로 알려졌고, 경호 요원들은 이들을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들 3명이 응원 복장은 물론 도구도 없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자, 부정 출입을 확신한 경호팀은 7회가 끝난 뒤 확인 과정을 거쳐 이들을 퇴장 조치했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경호팀은 고수를 비롯한 응원단들 중 일부도 팔찌를 차고 있지 않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팔찌가 없을 경우, 원칙상 출입을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이 경호팀 측 설명이었다.
그리고 퇴장 조치를 시키려는 경호팀과 이를 거부하는 응원단의 실랑이가 시작됐다. 하필이면, 기아 타이거즈의 공격이 시작된 8회초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경기 관람과 응원에 방해를 받은 기아팬들이 가세하면서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말았다. 결국 경호원 일부가 응원도구에 맞아 머리가 찢어지는 등 유혈 사태로까지 번졌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왜 팔찌를 양도했는가의 여부다. 잠실구장 원정 응원석의 일부는 예매가 되지 않는다. 원정 응원팀의 원활한 응원을 확보해주려는 배려에 의해서다. 하지만 자신의 팔찌를 이용해 지인들을 부정한 방법으로 출입시켰다면 일종의 ‘권력 남용’이 된다. 더불어 이 같은 부정이 그동안의 관행이었다면, 뼈를 깎는 반성과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될 폭력 사태야 말로 야구팬들이 가장 분노하는 이유 중 하나다. LG 구단 설명에 의하면, 경호팀의 퇴장 지시 과정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이닝이 종료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퇴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팀의 퇴장 명령에 응하지 않은 일부 응원단의 고집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가장 아쉬운 장면은 관중들이 가세하면서 일이 커졌다는 점이다.
군중 심리라는 말이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모였을 때 일상적인 사고의 범주를 뛰어넘어 전혀 다른 행동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이번 일이 커진 데에는 흥분한 군중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실제로 폭력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기아 타이거즈는 LG에 1-9로 크게 지고 있었다. 관중들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만도 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팀이 지고 있고, 응원을 방해받는다는 이유로 주먹을 휘둘러야 한다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프로야구는 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다. 올 시즌에는 800만 관중까지 바라보고 있다. 태동 초창기였던 80년대에는 관중석 내에서의 음주와 흡연이 다반사였고, 격분한 관중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급기야 원정팀의 버스를 불태우거나 그라운드에 난입하는 볼썽사나운 장면도 있었다. 이제는 찾아볼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다.
KBO는 이번 사태에 대해 KIA와 LG, 양 구단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정확하게 내용을 파악해 엄중하게 조처한다는 의지도 함께 내비치고 있다.
논란의 중심이 된 KIA 타이거즈의 ‘동행, Always KIA TIGERS’라는 올 시즌 캐치프레이즈에 눈길이 쏠린다. 구단과 선수단이 팬들 곁에 항상 머무르며 나아가겠다는 뜻이다. 팬들 역시 성숙한 자세로 구단 의지에 동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꼭 KIA만이 아닌 10개 구단 모두에 해당하는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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