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은·두산 불완전 재결합, 비왔다고 굳을까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6.05.17 14:27  수정 2016.05.17 14:27

돌연 은퇴 선언한 뒤 다시 입장 철회

프로 선수로서 흠집, 신뢰 회복 미지수

노경은의 은퇴 선언 및 번복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 연합뉴스

두산 베어스 투수 노경은의 은퇴 선언이 결국 황당한 해프닝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노경은은 최근 구단에 은퇴 번복 의사를 밝혔다. 당초 노경은을 임의탈퇴로 공시하려고 했던 두산 구단도 선수의 뜻을 존중하여 공시 요청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두산은 17일부터 노경은을 경기 이천 베어스파크에 있는 팀 잔류군에 합류시킬 예정이다. 대신 훈련불참 기간의 급여는 모두 제외된다.

이번 사건은 노경은에게도, 두산에도 모두 찜찜한 뒷맛을 남긴 결과로 이어졌다. 노경은은 감정에 치우쳐 성급하게 은퇴를 결정했다가 구단과 팬들 모두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최근 부진으로 2군행을 지시받은 부분에 대한 불만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당초 노경은은 올 시즌 두산의 5선발로 출발했다. 허준혁과 경쟁 구도가 있었지만 김태형 감독은 사실상 노경은에게 더 많은 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노경은은 3경기서 2패 평균자책점 11.17로 부진했다.

결국 김 감독은 지난달 22일 노경은을 1군에서 말소했고 2군에서 불펜 보직 변경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노경은은 2군 합류를 거부하고 돌연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다. 놀란 구단이 만류했지만 당시 노경은의 입장을 강경했다. 대안으로 검토했던 트레이드 가능성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결국 무산됐다.

팬들의 반응은 대체로 구단보다는 노경은에 대해 비판적이다.

아무리 봐도 프로답지 못한 처신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몇 년간 계속된 부진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 구단과 소통상의 오해 등을 감안하더라도 노경은의 행보는 결코 성숙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일시적으로 서운하거나 화가 날 수 있겠지만 노경은이 감정을 추스르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기회는 충분했다.

섣부른 은퇴결정과 번복에 이르기까지 무려 3주에 걸친 소모적인 해프닝으로 인해 노경은은 금전적 손실은 물론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이미지에도 좋지 못한 흠집을 남겼다. 갈등은 그럭저럭 봉합된 모양새지만 이번 일로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잃은 노경은이 선발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은 더욱 험난해졌다.

두산 구단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노경은의 은퇴 결정이 알려진 순간부터 지금까지 선수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종의 은퇴 항명을 벌인 선수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모양새가 되며 팀 분위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미 팀에 대한 애정을 잃은 선수가 마음을 다잡고 헌신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은퇴소식이 처음 알려질 당시만 해도 이런저런 소문과 논란에 답답한 속내를 토로했던 김태형 두산 감독도 다시 돌아온 노경은에게 마음이 많이 풀린 모습이다.

김 감독은 “노경은의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나도 현역 때 야구가 안 될 때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 노경은도 나도 지난 일은 잊고 새로 시작하겠다”며 그간의 논란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 온 뒤 땅이 굳듯 두산과 노경은의 불안정한 재결합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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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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