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 "'해어화', 고민 많았지만 후회 없어"

부수정 기자

입력 2016.04.09 07:23  수정 2016.04.11 09:06

소율 역 맡아 극 이끌어…"부담감 컸던 작품"

"30대 접어들어 더 다양한 캐릭터 하고파"

배우 한효주는 영화 '해어화'에서 소율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BH엔터테인먼트

"'해어화'를 찍으면서 엄청난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꼈어요. 전 최선을 다했고 제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습니다."

박흥식 감독의 '해어화'(13일 개봉)로 스크린에 돌아온 한효주(29)의 얼굴에선 긴장과 자신감이 엿보였다. 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효주는 취재진에게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뱉었다. 그 어떤 영화보다 떨리는 심정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단다.

벚꽃이 완연하게 핀 날 마주한 한효주는 '해어화' 속 소율처럼 환하고 예뻤다. '해어화'는 1943년 비운의 시대, 최고의 가수를 꿈꿨던 마지막 기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았다.

한효주는 극 중 경성 제일의 기생학교 대성권번의 최고 예인 소율 역을 맡았다. 빼어난 미모와 탁월한 창법으로 우리나라의 전통 가곡인 정가(正歌)의 명인이다.

여배우 중심의 영화가 없는 충무로에서 한효주는 천우희와 함께 극을 이끈다. 한효주는 질투, 사랑, 욕망 등 다양한 감정을 넘나들며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쳤다.

'그땐 왜 몰랐을까요. 그렇게 좋은 걸'이라는 대사에 이끌려 영화를 선택했다는 그는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없는 상황에서 '해어화'를 만나 감사했다"며 "배우로서 욕심이 났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한효주는 캐릭터를 위해 촬영 3개월 전부터 주 5일 정가, 가요, 한국무용, 일본어를 익혔다. 정가를 부를 때는 청아한 목소리가 돋보인다.

배우 한효주는 영화 '해어화'에서 경성 제일의 기생학교 대성권번의 최고 예인 소율 역을 맡아 연기 도전을 시도했다.ⓒ롯데엔터테인먼트

"바쁜 스케줄 속에 연습하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과정이 힘들긴 했지만 몰랐던 분야를 배우면서 재밌었고, 캐릭터를 차곡차곡 쌓았어요. 제작진 앞에서 중간 테스트도 치렀는데 얼마나 떨렸는지...흐흐. 이미 캐스팅됐는데 다시 오디션 보는 것 같았답니다(웃음)."

'해어화'는 볼거리가 풍성한 영화다. 특히 다양한 디자인의 아름다운 한복을 보노라면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배우 역시 이 점에 동의했다. "한복이 진짜 예뻤어요. 그간 나온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한복이 나왔죠. 당시 사진집을 보면서 기생들이 어떤 한복을 입고, 어떤 메이크업을 했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캐릭터에 반영했답니다."

'해어화'는 음악을 소재로 했지만 소율, 연희(천우희), 윤우(유연석)의 삼각관계가 주축을 이루는 사랑 영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소율과 연희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지낸 친구 사이인데 최고의 작곡가이자 소율의 연인인 윤우가 연희의 목소리에 반하면서 셋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데뷔 후 첫 악역 변신이라는 말에 그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당황스럽다"고 웃었다. "연기하는 내내 소율이가 악역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비극적인 방법을 택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친구에게 빼앗기고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는 소율이에게 연민을 느꼈답니다. 소율이뿐만 아니라 연희, 윤우 모두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어쩔 수 없던 상황이었던 거죠."

한효주는 인터뷰하는 동안 "영화를 어떻게 보셨냐"며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얘기해달라"고 했다. 영화에 대한 애착과 걱정이 커 보였다.

영화 '해어화'에서 소율 역을 맡은 한효주는 "부담감, 책임감을 느끼면서 촬영했다"고 토로했다.ⓒBH엔터테인먼트

그런 한효주에게 영화의 아쉬운 부분을 짚었다. 삼각관계에 빠진 상황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점이다. 소율에게 변치 않는 사랑을 맹세했던 윤우의 변심, 둘도 없는 동무의 남자를 뺏은 연희의 순진무구한 얼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했더니 조곤조곤 자기 생각을 들려줬다.

"윤우가 변심하는 과정에선 한 부분이 편집됐어요. 뭐 근데 사람의 마음이 변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전 사랑을 잘 모르지만 연인이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윤우는 작곡가로서 연희의 목소리를 좋아한 거니까요. 연희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은 부분은 저도 아쉬워요. 그래도 천우희라는 배우의 힘 덕분에 그나마 잘 나온 것 같아요. 우희 씨가 연기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동갑내기인 한효주와 천우희는 묘한 인연이 있다. 한효주는 '감시자들'로 2013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천우희는 '한공주'로 이듬해인 2014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천우희는 한효주의 전작 '뷰티 인사이드'에 출연하기도 했다.

한효주는 "'한공주'를 보고 저렇게 대단한 배우는 누굴까 궁금했다"며 "우희 씨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고 보물 같은 사람이다. 강인해 보이지만 천생 여자고 대담한 면도 있다. 여러 색깔을 입을 수 있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전 연기를 할 때 준비가 필요한데 우희 씨는 '액션' 소리를 듣는 순간 표정이 확 변해요. 그 전까지 막 웃다가 갑자기 몰입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답니다. 같은 나이지만 정말 대단한 배우랍니다."

윤우가 연희의 목소리에 끌렸다는 사실을 안 소율은 비 내리는 날 윤우를 찾아가 울부짖는다. 재능과 사랑에 대한 욕망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한효주는 소율이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영화 '해어화'에 출연한 한효주는 캐릭터를 위해 촬영 3개월 전부터 주 5일 정가, 가요, 한국무용, 일본어를 익혔다.ⓒ롯데엔터테인먼트

"소율이는 노래, 사랑, 연희가 전부인 아이예요. 남자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재능에 대한 욕망 또한 컸던 게 아닐까요? 당시 소율이가 19~20살 정도였는데 너무나도 순수한 여자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욕망, 사랑, 질투, 우정에 대한 감정이 극적으로 표출됐죠. 순수했다가 변했을 때 모습이 '확' 다르게 느껴지도록 연기했어요. 실제 저라면 소율이처럼 못했을 거예요. 남자친구가 변심했다면 그냥 그러려니 할텐데 소율이는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행동했잖아요. 순수했기 때문에 그런 거죠."

"소율이는 연희가 되고 싶었던 거 아니냐"고 묻자 그는 잠시 고민한 뒤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입을 뗀 한효주는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데 소율이는 노래에 대한 욕망이 컸다"며 "어떻게 해서든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었던 가엾은 여자"라고 정의했다.

후반부 노인 분장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꼭 필요했는지 의문이었다고 하자 그는 관객들의 반응을 예상해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옳고 그른 건 없다"며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당차게 말했다.

이어 노인 분장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해어화'는 소율이가 변해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에요. 마지막 대사는 영화의 메시지를 담았는데 영화를 이끈 소율이가 그 대사를 뱉는 게 나을 것 같았답니다. 감독님 생각도 확고하셨고요. 부담감, 책임감이 컸고 호불호가 갈릴 거라고 알았지만 어찌 됐든 소율이와 영화를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습니다. 정말 고민했는데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호호. 분장이 주는 불편함은 있는데...애교라도 부려야겠어요. 하하."

영화 '해어화'에서 한효주는 소율 역을 맡아 천우희, 유연석과 호흡을 맞췄다.ⓒBH엔터테인먼트

모두의 배우가 되기 위해 갖출 덕목으로 '연기'를 꼽은 이 배우는 이제 30대에 접어들었다. 한효주는 어린 나이에 꽤 촘촘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우연한 기회로 2003년 미스 빙그레 선발대회 나간 그는 2004년 MBC 시트콤 '뉴 논스톱5'을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봄의 왈츠'(2006), '일지매'(2008), '찬란한 유산'(2009), '동이'(2010) 등 드라마와 '오직 그대만'(2011),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반창꼬'(2012), '감시자들'(2013), '쎄시봉'(2015), '뷰티 인사이드'(2015) 등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력, 흥행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30대에 바라는 배우 한효주의 모습을 물었더니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는 너무 많은데 앞을 바라보기 힘든 직업이라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고민 섞인 답을 내놨다. "30대를 대변할 수 있는 평범한 역할도 하고 싶어요. 이 한 몸 불태울 수 있는 작품이면 좋고요(웃음)."

한효주는 오는 7월 방송 예정인 MBC 드라마 '더블유'에 출연한다. 2010년 '동이' 이후 6년 만의 안방 복귀다. 의사 역을 맡았다는 그는 "드라마는 너무 오랜만이라 떨린다"며 "대본이 재밌어서 택했다"고 귀띔했다.

'해어화'의 관전 포인트를 묻자 쑥스러운 듯 웃었다. "꽃 같은 여배우들이 나와요. 그리고 두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유연석 씨가 있고요. 화려한 볼거리가 있고, 그 시대의 음악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많이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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