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면 기성용, 묵직한 존재감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3.25 08:57  수정 2016.03.26 15:04

후반 추가 시간, 직접 볼 몰고 들어가 어시스트

슈틸리케호 무실점 승리 기록과 역대 타이 수립

남다른 존재감을 선보인 기성용(왼쪽).ⓒ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축구대표팀의 ‘중원 사령관’ 기성용(27·스완지 시티)이 한층 높은 클래스를 선보이며 팀 승리를 주도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24일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레바논과의 홈경기서 후반 추가 시간 이정협의 극적인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대표팀은 무실점 전승으로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더불어 지난 1978년 함흥철 감독, 1989년 이회택 감독 시절 7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 기록과 타이를 이루며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슈틸리케호는 지난해 9월 라오스전 이후 A매치 7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를 이어가고 있다.

팀 승리에는 역시나 기성용이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캡틴 완장을 차고 출전한 기성용은 그야말로 수준이 다른 클래스를 경기장에서 증명했다. 특유의 롱패스는 물론 상대 수비벽을 허무는 스루패스, 게다가 공수 조율 능력은 탈아시아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실 이날 레바논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공만 잡으면 그라운드에 드러눕는 ‘침대 축구’밖에 없었다.

경기에 앞서 3승 1무 2패(승점 10)로 G조 3위에 올랐던 레바논은 2위 쿠웨이트에 골득실 차에서 1골 뒤져있지만 사실상 2위를 기록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물론 최종예선에 오르기 위해서는 8개조 2위 팀 가운데 4위 안에 들어야 했다. 그러나 레바논은 현실적으로 다른 조의 2위 팀에 비해 승점이 크게 부족했기 때문에 한국전에서 최소 승점 1을 따낸 뒤 미얀마와의 최종전서 승점 3을 추가한다는 계산을 들고 나왔다.

그래서 나온 것이 ‘침대 축구’였다. 효과는 제대로 먹혀들었다. 레바논 선수들은 수시로 경기장에 드러누웠고, 아주 작은 통증에도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경기장을 메운 3만 여 홈팬들은 야유를 보내면서도 그들의 연기력에 잠시 속아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낼 정도였다. 이로 인해 선수들을 치료하기 위한 들것이 수시로 투입되기도 했다.

레바논의 침대축구에 제대로 응징을 가한 이가 바로 기성용이었다. 후반 막판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기 시작한 기성용은 추가시간, 왼쪽 측면을 꿰뚫은 뒤 문전에서 날카로운 백패스를 제공했다. 이를 후반 교체 투입된 이정협이 마무리하며 기성용과 얼싸 안았다.

기성용의 남다른 존재감은 최종 예선에서도 빛을 발할 전망이다. 해외에서도 극찬을 받고 있는 기성용의 패스 감각과 공수 조율 능력은 아시아 수준을 넘어 세계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묵직한 존재감을 내뿜는 한 슈틸리케호도 청사진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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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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