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욕하더니...국민의당, 적이 동지된 사연

전형민 기자

입력 2016.02.27 09:16  수정 2016.03.22 17:43

한상진, 과거 정동영 탈당 가르켜 "우리 사회의 정치 윤리의 실종"

정동영도 안철수 지목 "책은 좋은데 책과 거리가 점점점 멀어져"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서 이상돈 공동선거대책위원장(왼쪽부터), 천정배 공동대표, 정동영 전 의장,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김한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김영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손을 모으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추동력을 얻지못해 시들해져가던 국민의당이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전격 합류로 '호남벨트'를 완성하고 한숨 돌리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정 전 장관이 국민의당의 품에 안긴 것을 두고 기존 당 인사들과 정 전 장관 사이의 과거사를 거론하며 "아무리 정치판에 영원한 적은 없다지만..."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국민의당과 정 전 장관이 서로의 이해와 필요에 따라 손잡은 것'이라며 야합 정치와 거대 기득권 양당 구조 개편을 외치던 '국민의당식 야합 정치'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호남벨트' 구축을 위해 전북에서 지지세가 필요했던 국민의당과 총선에 도전하기 위해 전국 정당이 필요했던 정 전 의장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과거사는 다 제쳐두고 합쳤다는 주장이다.

과거 정 전 장관과 국민의당 인사와의 인연은 적대적에 가까웠다. 특히 정 전 장관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를 콕 집어 비판하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던 지난해 1월, 그는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당시 새정치연합 전 공동대표를 비판한 적이 있다. 그는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보면 재벌 세력이라든지, 경제민주화, 복지 철학에 있어서 제 공약과 다르지 않다"면서도 "문제는 그 후에 새정연과 합당을 하고 그 이후의 행보를 보게 되면 책과는 거리가 점점점 멀어졌다"며 비판했다.

이어 "안철수 전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기업가이고 또 상위 0.001%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그런 분이 재벌 개혁, 경제민주화, 노동권 강화, 이런 구상을 하니까 사람들이 굉장히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열광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안풍(安風)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한 차례의 지나가는 소나기처럼 평가했다.

한상진, 과거 정동영 탈당 가르켜 "우리 사회의 정치 윤리의 실종"
정동영도 안철수 지목 "책은 좋은데 책과 거리가 점점점 멀어져"

이에 대해 안 대표 측도 '정 전 대표의 탈당은 우리 사회의 정치 윤리 실종의 자화상'이라며 비난했다. 같은 달 다른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정 전 장관의 탈당은) 새정치연합의 비극이다. 대선 후보까지 지낸 분이 탈당을 한 것은 우리 사회의 정치 윤리의 실종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 전 장관에 대해 말했다.

한 교수는 "새정치연합은 이 사건의 파장을 정말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여 그 공세의 끝이 새정치연합을 향했음을 밝혔지만, '정 전 장관의 탈당은 정치 윤리 실종의 단면'이라는 발언으로 정 전 장관을 '정치 윤리가 실종된 정치인'으로 만들었다. 당시 안 대표의 탈당이나 신당이 가시화되지 않은 단계였지만, 한 교수를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추대할 만큼 한 교수와 안 대표는 각별한 사이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과거를 의식했는지, 정 전 장관이 전격 합류를 결정한 이후 처음으로 서울을 찾은 23일, 창당 대회 이후 당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한 교수는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인사차 참석이 예정됐던 정 전 장관과 인사하기 위해 의원회관으로 찾아온 것이다. 그는 '어쩐 일로 의원총회를 찾으셨냐'는 기자의 물음에 "정 전 장관이 온다해서 인사하러 왔다"고 답했다. 한 교수는 의총 전 정 전 장관과 인사하고 따로 대화를 나눴다.

정 전 장관과의 국민의당 인사 간 불협화음은 정 전 장관보다 단 하루 먼저 입당한 이상돈 교수와도 있었다.

최근 불거진 개성공단 폐쇄를 놓고 정치권이 치열한 이념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두고 이 교수와 정 전 장관은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인사들이어서 쉽지않은 '적과의 동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이상돈 교수가 합류 기자회견에서 "우려한 부분이 해소됐다"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개성공단의 폐쇄와 관련해서는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기실 이 교수와 정 전 장관의 불협화음은 숙감(宿憾)이다. 두 사람간의 악연은 지난 2014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상돈 비대위원장 영입설'이 나돌자 상임고문이었던 정 전 장관은 이런 시도를 '자폭형 참사'라며 맹렬히 비난했고, 이상돈 비대위원장 카드는 무산됐다.

'정치판에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말은 정치권에 금언 같이 전해지는 이야기다. 정 전 장관의 합류가 당내 기존 인사들과의 화학작용으로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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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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