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부산에서 모든 일정 소화…업무보고도
전재수 사퇴로 어수선한 부산 민심 잡기 해석
"후임 해수부 장관, 부산 인재 구해보겠다"
시장 횟집서 국무위원·대통령실 직원들과 점심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부산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현재 공석인 해양수산부 장관 자리를 맡을 적임자는 부산 출신으로 발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휘말린 전재수 전 해수부 장관이 지난 11일 전격 사퇴하면서, 현재 해수부 장관 자리는 비어있는 상태다.
이 대통령은 또 '연내 해수부 부산 이전'이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이날 '해부수 부산 임시청사 개청식'에도 직접 참석했다. 예정에 없던 부전역 인근 전통시장도 들러 바닥 민심을 살피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부산에서 모든 일정을 소화하며 주요 메시지를 쏟아냈는데, 반년도 채 남지 않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로 꼽혔던 전 전 장관의 사퇴로 뒤숭숭해진 부산 민심을 다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산 동구 해수부 임시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아쉽게도 지금 해수부 장관이 공석인데, 후임 해수부 장관도 가급적이면 부산 지역에서 인재를 구해보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정부 출범 후에 첫 국무회의에서 해수부를 연내 부산 이전을 하자고 말씀드렸는데 그 약속을 지키게 됐다"며 "해수부 (부산) 이전은 국토 균형 발전 그리고 부산 도약의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부산이 대한민국을 넘어 동북아시아의 대표적인 경제·산업·물류 중심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게 재정·행정 등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특히 그 중에서도 항만 시설 확충, 고부가가치 서비스 제공, 지역산업 성장 지원을 통해 부산과 동남권을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하는 주인공으로 만들겠다"며 "가덕신공항의 본궤도 안착, 부산의 K-문화, K-관광 인프라 강화도 서두를 것"이라고 했다.
부산에서 국무회의가 열린 것은 문재인 정부 이후 처음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둔 2019년 11월 12일 해운대 벡스코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열린 개청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엔 해수부 임시청사 개청식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오늘의 해양수산부 청사 개청은 단순히 청사 하나를 부산에 옮긴 것을 넘어 대한민국이 북극항로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겠다는 웅대한 포부를 만천하에 밝히는 날"이라며 "이전 과정에서 묵묵히 노력한 우리 직원들에게는 그에 걸맞는 포상도 준비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해양수산 행정을 총지휘하는 해양수산부 이전에 발맞춰서 앞으로 부산에는 해양수산 분야의 공공기관과 해사법원은 물론이고 관련 해운기업들도 든든하게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개청식에는 부산으로 본사를 옮긴 SK해운, 에이치라인해운 관계자도 참석했는데, 두 기업에는 '호종'(배에 설치하는 종)과 감사패가 증정됐다.
또 "북극항로라는 새로운 기회가 활짝 열리게 되면 부산을 비롯한 남부권 주요 항구들은 전 세계의 선박이 드나드는 물류의 중심지가 되고, 남부권 등 내륙은 전체가 광역산업단지로 변모하여 전 세계 산업의 심장이 될 것"이라며 "북극항로 시대를 부산이 앞장서서 열어갈 수 있도록 정부도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가덕도신공항 추진은 물론 내년에는 동남권 투자공사와 해운거래소를, 2030년까지는 해사법원을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개청식 참석 후에는 청사 건물 15층에 위치한 '북극항로 추진본부'에 들러 직원들을 격려했다. 북극항로 추진본부는 해수부·산업통상부·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외교부 등 10개 부처가 참여한다.
이날 개청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 등 정부 관계자, 박형준 부산시장, 해수부 직원, 해양수산업계 대표, 변성완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열린 해수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이후 같은 장소에서 열린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업무보고에선 중국 어선의 우리나라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무허가 어업활동과 관련해 해양경찰청에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장인식 해양경찰청장 직무대행을 향해 "주로 퇴거·저지 등으로 하던 대응 방식을 내가 '최대한 나포하라'고 지시했는데 지금은 어떠냐"고 물었다.
이어 중국 어선들의 단속 저항 행태를 언급하며 "그거 아주 못 됐잖느냐. 불법을 감행하며 단속을 피하려고 쇠창살을 만들고 위협적으로 행동하는 것 아니냐. 그러면 좀 더 강력하게 제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해역에 들어와서 불법 조업하면 꼭 잡혀서 돈도 엄청나게 뺏기고 (만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며 "10척이 모아서 내기도 부담스러울 만큼 벌금을 올려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에 장 직무대행은 "불법 조업은 반드시 응징하려 하고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며 "관계 기관과 협조를 통해 담보금도 상향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성범 해수부 차관도 "법 개정을 바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부산진구 부전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개청식 참석 전에는 부산진구에 있는 부전시장을 깜짝 방문해 시민들과 상인들을 만나 민생 현장을 살폈다.
이 대통령은 시장 상인들에게 "요즘 경기가 어떠냐" "많이 파셨느냐"고 물었고, 상인들은 "부산 경기가 어려운데 잘 살게 해달라" "부산에 와줘 감사하다"고 답하며 이 대통령의 손을 맞잡기도 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장사가 안된다고 하소연하는 어르신에게 다가가 "춥지 않으시냐"고 물으며 호박고구마 등을 직접 구매한 뒤 "힘 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 대통령은 시장 상인회에 대해 하소연하는 어르신의 얘기를 경청한 후 강훈식 비서실장에게 더 자세한 얘기를 청해 들어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시장 내 한 횟집을 찾아서 국무위원들, 대통령실 직원들과 함께 오찬을 하며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국가 운영의 최우선 과제다. 민생문제 해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부산진구 부전시장 내 한 횟집을 찾아 국무위원, 대통령실 직원들과 함께 오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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