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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북한 혼내달라 조르면서 '통일대박'이라니...


입력 2016.01.24 08:38 수정 2016.01.24 14:40        데스크 (desk@dailian.co.kr)

<신성대의 이제는 품격>우리에게 힘 없으면 통일은 남의 것

지난 노무현 정권 때부터 회자되어 온 그럴싸한 말이 있다. 한국이 동북아의 균형자(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한이 일본과 중국,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지렛대 역할을 하는 중차대한 책임을 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꿩 먹고, 알 먹고, 잘하면 통일대박! 낭만적인 한국인들에게 꽤나 그럴싸한 자주파적인 혜안처럼 받아들여져 지금까지 그 외교기조가 이어져 오고 있다.

그 균형자역을 자처하며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권을 ‘뺐어왔다가’ 불과 몇 년 만에 사정사정해서 도로 반납했다. 아무렴 평화를 무지하게 사랑하는 민족에게 굳이 전시작전권이란 게 소용이 있을 리가 없었던가? 아니면 막상 그걸 쥐고 보니 무서웠던가?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참 어처구니없는 나라였겠다.

물론 약소국도 양다리 걸치기, 줄타기 전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인들이, 한국의 지도자자들이 뱀처럼 지혜롭고 지극히 ‘교활(cunning)’해야만 한다. 한데 단무지(단순하고 무지한) 민족이 4강대국을 요리조리 가지고 놀만큼 교활한가? 자이언트 판다에게 황금마차 한 번 태워주고 물경 30억 파운드(52조원)을 뜯어낸 영국인들만큼 교활한가? 제 딴에는 지혜롭다고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지만 기실 본심은 ‘비굴’이 아닌가?

역사상 단 한 번도 대국이었던 적도, 제국경영을 해본 적도, 남의 나라를 점령해본 적도 없는 나라가 현 세계 최강의 두 대국을 양손에 쥐고 균형외교를 하겠다? 솔직히 말해 균형외교란 약소국의 잔꾀도 못 되는 집단 마스트베이션에 지나지 않은 허구이자 자기기만이자 대국민 사기다.

지난 날 미소 양대국 사이에 끼어 우왕좌왕 하다가 남북으로 찢긴 나라가 이제 또 다시 양다리 외교를 펼치겠다? 강대국 입장에서 보자면 약소국의 균형외교란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염치 내지는 신의 없는 처신으로 밖에 안 보인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다루는 게 바로 균형외교다. 중국이 남한과 북한을 가지고 노는 게 진짜 균형외교다. 균형외교는 힘 있는 자가 하는 것이다.

‘평화’ 역시 나약하고 비겁한 민족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겠지만 강대국 입장에선 그저 상투적인 아젠다, 즉‘입발림’일 뿐이다.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바란다는 말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해서 녹음기처럼 ‘동북아 평화와 안정’인 게다. 이대로 가는 데까지 가자는 거다. 그 ‘가는 데까지’가 문제이고, 그 문제를 풀어내는 게 통일 솔루션이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새해를 맞아 인민무력부를 축하방문했다고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김 제1위원장은 인민무력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연설을 통해 "새해 벽두에 우리가 단행한 수소탄 시험은 미제와 제국주의자들의 핵전쟁위험으로부터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생존권을 철저히 수호하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지역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했다.ⓒ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새해를 맞아 인민무력부를 축하방문했다고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김 제1위원장은 인민무력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연설을 통해 "새해 벽두에 우리가 단행한 수소탄 시험은 미제와 제국주의자들의 핵전쟁위험으로부터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생존권을 철저히 수호하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지역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했다.ⓒ연합뉴스

‘통일대박’ 대 ‘노다지’

남북한 통일? 통일이 되면 어디로 퇼 지 모르는 신의 없는 나라가 통일되길 바라는 주변 나라는 하나도 없다. 북한 붕괴? 천만에! 동물농장에서 길들여진 짐승은 주인을 절대 물지 못한다. 그러니 꿈 깨자! 솔직히 북한은 당장이라도 먼저 먹는 놈이 임자다. 대한제국처럼 열강들의 먹잇감에 지나지 않는다. 길들여진 동물은 먹이를 잘 주는 주인이면 누구든 상관치 않는다. 선택의 순간이 오면 그 중 가장 넉넉한 대국에 붙으려 할 것이다!

6자회담은 한반도통일을 위한 모임이 아니다. 남북한을 그냥 두면 사고를 칠 것 같아 미리 단속하기 위한 테이블이다. 태극기가 곧 6자기(旗)! 4괘(4자)의 목표는 태극(한반도)의 안정, 즉 현상유지다. 이를 뒤집어 보면 통일을 하지 못하게 말리자는 모임이다. 더 고약하게 말하자면 남한이든 북한이든 스스로 뭔가를 결정할 주권이 없음을 확인시켜주기 위함이다. 만약 분단 독일에도 미·소·영·불이 참여하는 6자회담이 있었다면 아직도 통일 못했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자세와 준비다. 근자에 온갖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반도 통일을 대비한 청사진을 그려 흔들어대고 있다. 바야흐로 ‘통일투사’들의 시대가 가고 ‘통일한반도설계사’들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고작 초등학교 교과서 수준의 통일관으로 너도나도 서로 선봉에 서겠다고 아우성치고 있는 것 같아 차마 보기 딱하다.

북한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자 모두들 “저 애숭이가 얼마나 가겠는가…!”며 머잖아 북한 정권이 붕괴될 걸로 예상했다. 백두혈통 큰 겨우살이 장성택이 처형되자 심지어 어떤 전문가는 자고나면 갑자기 통일이 찾아 올 것처럼 떠벌리며 당장 준비해야한다고도 했다. 김정은이 저렇게 원로들을 숙청시키다가 박정희처럼 졸지에 어찌되지 않을까? 정말 어느 날 갑자기 휴전선이 뭉개지고 통일이 찾아올까?

미국이 우리를 해방시켜 주었으니 이번엔 중국이 우리를 통일시켜 줄 차례인가? 그래서 작년에 중국 전승절기념 열병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나? 순진한 한국인들은 “북한이 우리 땅이니 북한 정권이 붕괴되면 당연히 북한은 남한 것”이라고 철떡 같이 믿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과연 그 말에 동의할까?

제발 꿈 깨자! 장담컨대 오늘 밤 김정은이 누군가에 의해 총 맞아 죽는다 해도 북한은 붕괴되지도, 남북한이 통일되지도 않는다. 중국은 그 같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김정남을 보호하고 있다. 누천년 주변 오랑캐 나라를 얼리고 달래며 속국으로 거느려 본 노하우를 가진 나라가 중국이다. 한반도 오랑캐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는 우리보다 더 잘 안다. 그러니 중국이 허락하지 않는 한 남북한 통일은 없다.

이대로라면 한 세기, 아니 반세기만 더 가도 충분히 북한을 중국의 소수민족화시킬 수 있는데 뭣 하러 통일을 도와주겠는가? 중국이 미국에 밀리지 않는 군사대국이 될 때까지, 중국이 남한보다 잘 살게 될 때까지, 굶길 대로 굶긴 북한인민이 제 발로 중국 품에 안길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릴 것이다.

배부른 사람 짐승은 말을 잘 듣지 않는 법. 하여 계속해서 굶어죽거나 얼어죽지 않을 만큼만 지원하면서 “노다지(노터치)!” 그러니까 “언제 먹어도 왕서방이 먹을 거니까 다들 가만있어!”라는 거다. 그러기 위해선 여차하면 김정은 대신 김정남을 내세워 북한 체제를 현 상태로 유지시킬 것이다. 그나마 대만 독립을 염려하여 지금까지 북한 독립을 막고 있는 것만도 우리에겐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결국(대만을 합병한 다음)에는 그 수순을 밟을 것이다. 대한제국이 그랬던 것처럼!

왕서방의 꿈은 북한을 통째로 먹는 것

성질 급한 한국인들은 매사에 가부(可否)를 서두르고, 체념도 빠르다. 가령 한국 운전자들은 갑작스레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눈을 감아버리는데, 중국인이나 인도인, 서구인들은 끝까지 눈을 감지 않는다. 천 길 낭떠러지에 떨어졌어도 마지막 바닥에 닿을 때까지 뭐라도 붙들려고 벼랑을 긁어댄다. 중국 무협지에는 그렇게 해서 살아난 주인공이 빠지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진즉에 휴지 조각 된 2차세계대전 때의 채권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을 정도로 끈질기다.

아무렴 이같이 중국의 북한 흡수를 가상한 시나리오가 있는지 없는지, 있다한들 그대로 이뤄질지 안 이뤄질지 누가 알겠는가? 가능하기라도 할까? 하지만 중국인들 생각엔 ‘되든 안 되든 손해 볼 것 없는’ 일, 가망 없어 보인다 해도 포기하지 않고 이 상태로 ‘언제까지’든 두고 볼 일이다. 당장 크게 아쉬운 일도 아니다. 그러니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절대 어떤 결론도 내놓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4강국 중 러시아가 어떤 나라인가? 만약의 경우 북한이 무너진다면 가만히 두고 볼 불곰이던가? 분명 관심 없는 척 지켜보다가 중국보다 먼저 덥석 한 입 베어 먹고 볼 것이다. 근자에 우크라이나에서 그 식욕을 확인하지 않았는가? 이럴 경우 북한은 미·중·러 3강국이 3등분할 공산이 커진다.

뒤늦게 움직일 게 빤한 남한(미국)은 기껏해야 개성이나 금강산 정도 밖에 차지하지 못할 것이다. 그 와중에 일본은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독도)라도 챙기려들 것이고. 지금 한국에 이런 사태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설계할 인물이 있는가? 있다 한들 그걸 실행시킬, 고양이(한 마리도 아닌 다섯 마리) 목에 방울을 달아 낼 인물이 있는가?

지난 11일 경기도 파주시 금촌역 광장에서 파주지역 호국보훈안보단체협의회 회원들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사진을 불 태우며 핵실험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1일 경기도 파주시 금촌역 광장에서 파주지역 호국보훈안보단체협의회 회원들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사진을 불 태우며 핵실험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징징대기로 통일대박을?

지난 6일 새해 벽두에 북한이 또 핵실험을 했다. 어차피 짐작했던 일인데도 마치 자다가 날벼락이라도 맞은 양 화들짝이다. 그러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핵실험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와 먼저 통화를 했다. 박대통령은 여섯 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져 ‘역대 최상’이라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도 못했다. 이 정권이 자랑해마지 않던 정상외교가 뻥이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완전 글로벌 왕따다.

그동안 누차 지적해왔듯,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적 시각에서 보면 이 모두가 이미 예상된 일! 개인적으로 별로 호감가지 않는, 여러 차례에 걸쳐 매너와 품격 없음을 확인한, 징징대기만 하는 사람한테서 오는 전화를 받고 싶은 사람(甲) 없을 것이다. 자신이 을(乙)이라면 모를까. 하여 혼자서 대북제재를 가한다는 게 고작 확성기 틀어놓고 징징대기다. ‘두고 보자!’는 놈 무섭지 않은 이유는 그런 말 내뱉는 놈은 정말 ‘두고 보기만’ 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22일 외교안보 부처 업무보고에서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제안하는 폭탄발언을 하자, 곧바로 중국이 반발하고, 스티븐 멀 미국 국무부 이란핵합의이행조정관(고급관리도 아닌)이 “우리는 계속해서 6자회담 참가국들과 협력해 길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면박성 발언을 했다. 딱한 처지를 보다 못해 다음날 주한미국대사관이 지지의사를 밝히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답답하다고 언성 높일 일이 아니다. 지도자는 어떤 경우에도 냉정해야 한다.

아무렴 미국인들 남북한 통일을 바라겠는가? 통일 되자마자 “미국 물러가라!”며 들불처럼 들고 일어날 것이 빤한데! 솔직히 말해서 한반도 통일에 대해 한국인들의 행태는 이해불가한 면이 적지 않다. ‘통일대박’을 외치지만 스스로는 통일을 위한 어떤 노력도 안하면서 주변 4강국에게 평화통일을 시켜달라고 조른다. “제발 북한을 달래 달라! 혼 좀 내 달라!” 그러면서 입만 열면 ‘한반도 안정’을 외친다. 기실 통일을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헷갈린다. 그러니까 북한정권을 고사시켜주면 날로 먹겠다? 그래서 대박인가?

독일처럼 평화통일을 하고 싶다? 혹여 도와주고 싶어도 당사자들이 먼저 통일을 하고자 발버둥을 치는 모습을 보여야 마음이 동하는 것이지, 지금처럼 저들끼리 허구한 날 할퀴고 삿대질해대는데 어느 누가 내키겠는가? 언제까지 고작 상투적인 입발림 ‘평화통일지지’나 받아내는 걸 외교적 성과라 떠벌릴 것인가? 아무렴 원폭이든 수폭이든 그마저도 열흘도 지나지 않아 나 몰라라 저들끼리 하던 멱살잡이, 편가르기, 숟가락 싸움에 다시 몰두하고 있다. 설마! 유엔이! 미국이! 4강국이 알아서 하겠지!

남이 가져다준 해방이 그랬듯 기다리면 오는 통일, 4자가 가져다주는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필시 쪽박이다. 통일이 되면? 통일한반도 설계도? 김칫국물 마시다가도 사래드는 수가 있다. 주변국 누구도 한반도 통일을 원치 않는다. 만화가의 탁상 청사진이 아니라 당장 이 질긴 분단결박부터 끊어낼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솔루션이 우선이다. 통일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통일은 ‘되는’ 것이 아니라 ‘해내는’ 것이다. 6자회담이든 5자회담이든 주인(主體, 主動)의식, 주인장 매너를 못 갖추면 대박도 쪽박도 어림없다.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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