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협의 원 소속팀 부산은 최근 이정협을 울산으로 보내는데 합의했다. 계약 조건은 완전 이적이 아닌 1년 임대 형식으로, 대신 부산은 울산에서 미드필더 이영재를 임대했다. 또한 부산은 임대료를 받기로 했으며, 금액은 양측 합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정협은 지난해 한국축구가 배출한 최고의 신데렐라 중 한명이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전까지 K리그에서도 크게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이정협을 깜짝 발탁해 호주 아시안컵에서 주전 공격수로 쏠쏠하게 활용했다. 이후 이정협은 지난 시즌 후반기로 부상으로 주춤하기 전까지 국가대표팀의 최전방을 책임지는 단골멤버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후반기 이정협의 운명은 기구했다. 지난해 상주 상무의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승격을 이끄는데 공헌했지만 공교롭게도 친정팀 부산은 챌린지(2부리그)로 강등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해 10월 전역과 함께 부산에 합류한 이정협은 부상으로 제대로 뛰어 보지도 못하고 날벼락 같은 운명과 마주해야했다.
부산은 당초 이정협을 잔류시킨다는 방침이었다. 다음 시즌 1부리그 복귀를 노리는 부산에게 있어서 국가대표 공격수로 성장한 이정협은 중요한 전력이었다. 하지만 이정협 입장에서는 한창 주가가 오르고 있던 시점에 꼼짝없이 한 시즌을 또 챌린지에서 보내야할 판이었다.
국가대표 공격수가 2년 연속 2부리그에 머문다는 것은 대표팀으로서도 내심 부담이었다. 지난해와 달리 최근 대표팀에 석현준, 황의조, 지동원 등 새로운 경쟁자들이 대거 약진하며 이정협으로서도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부산에서 성장한 선수로서 친정팀의 어려운 사정을 외면한다는 비판도 부담스럽기에 내심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설사 이정협이 잔류한다고 해도 부산이 다음 시즌 바로 1부리그에 승격할 수 있다는 보장 또한 없었다.
하지만 부산은 고심 끝에 선수의 입장과 미래를 두루 고려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렸다. K리그 클래식과 국가대표팀에 대한 열망이 강한 이정협을 억지로 잔류시킨다고 해도 동기부여에서는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오히려 선수의 앞길을 막는다는 부정적 여론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정협과 부산의 계약기간은 아직 4년이나 남아있다. 임대 복귀 이후에도 이정협을 활용할 시간은 충분하다. 만일 이정협이 임대기간 동안 K리그 클래식을 통해 기량과 주가를 더 끌어올리고, 부산도 다음 시즌 바로 1부리그 승격에 성공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수 있다.
이정협의 대체자들도 이미 준비가 돼있다. 부산은 최승인과 고경민 등 K리그 챌린지에서 톱 클래스로 꼽히는 골잡이를 영입한 데다, 팀의 핵심 플레이 메이커 주세종을 FC 서울에 내주고 김현성을 받았다. 지난 시즌 경남 FC의 간판 골잡이로 활약했던 스토야노비치도 입단을 앞두고 있다. 이미 이정협 없이도 공격수는 충분한 부산이다. 결국 이정협과 부산 모두에게 합리적인 새 출발의 기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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