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득점 헤인즈가 국내 선수들에게 쏘는 메시지는?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5.11.11 13:46  수정 2015.11.11 13:48

11년 만에 외국인 선수 최다득점 신기록

철저한 자기관리와 프로의식 본받아야

외국인 선수 최다득점 기록을 경신한 애런 헤인즈. ⓒ KBL

고양 오리온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는 최근 KBL의 역사를 갈아치웠다.

헤인즈는 지난 7일 KGC전에서 조니 맥도웰이 보유하고 있던 외국인 선수 최다득점(7077점) 기록을 경신하는 업적을 세웠다. 헤인즈의 대기록 경신은 맥도웰이 2003-04시즌 모비스를 끝으로 KBL 무대를 떠난 지 무려 11년 만에 이뤄졌다.

헤인즈는 2008-2009시즌 삼성을 시작으로 모비스-삼성-LG-SK를 거쳐 올 시즌 오리온까지 총 5개팀에서 8시즌 연속으로 KBL에서 활약했다. 외국인 선수 역대 최장기간 연속 개근과 정규시즌 최다경기 출장 기록도 모두 헤인즈의 몫이다. 명실상부한 KBL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이자 ‘레전드’라는 칭호에 부족함이 없는 활약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헤인즈는 KBL 무대에서 처음부터 주목받는 외국인 선수는 아니었다. 시즌 중반 대체선수로 KBL과 처음 인연을 맺었고, 맡겨진 보직도 주전을 보좌하는 2옵션 외국인 선수에 불과했다.

정통 빅맨이 아닌 탓에 떨어지는 골밑장악력과 왜소한 체구 등은 헤인즈가 어느 정도 기량을 인정받은 후에도 매 시즌 새 외국인 선수선발 때마다 재계약이 쉽지 않거나 낮은 순위로 저평가 받았던 원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헤인즈는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들을 극복하고 KBL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특히 헤인즈의 행보는 국내 선수들에게도 많은 교훈을 남긴다. 헤인즈가 KBL에서 세운 업적은 단순히 그가 외국인 선수였기 때문에 가능한 기록이 아니라 누구보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프로의식이 밑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헤인즈와 함께한 KBL 지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 ‘집중력과 농구센스가 빼어나고 성실하다’는 점이다. 헤인즈는 KBL에 처음 데뷔할 때와 비교해 체중이나 운동능력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르고 왜소해 보이는 체구와 달리, 웬만해서는 부상도 거의 당하지 않는다. KBL이 요구하는 강도 높은 훈련과 복잡한 전술 시스템에도 여러 팀을 넘나들면서 무리 없이 적응하고 있다. 재능이 있더라도 엄청난 노력파가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꾸준함이다.

또한 헤인즈의 플레이는 영리하다. 사실 KBL에서 그동안 헤인즈 못지않은 기량을 지닌 선수들은 많았다. 하지만 헤인즈는 자신보다 크고 파워가 좋거나 운동능력이 뛰어난 수많은 선수들을 상대하면서 크게 밀리지 않았다.

높이가 좋지만 기동력이 떨어지는 빅맨을 상대할 때는 수비를 외곽으로 끌어내고 돌파하거나 중거리포로 공략했다. 일대일에 능한 득점기계를 상대할 때는 동료들과 합쳐 협력수비로 봉쇄하는 지능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헤인즈는 KBL에서 국내 선수들을 가장 잘 활용하는 외국인 선수로도 꼽힌다.

이 점은 국내 선수들이 본받아야할 부분이다. 최근 한국농구는 스타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팀들이 외국인 선수들의 에이스 역할을 의존하고 있으며, 극소수의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면 외국인 선수와 제대로 경쟁할만한 스타들을 찾기 어렵다. 그나마 일부 스타급 선수들마저도 부적절한 사생활과 자기관리 실패로 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경우가 많다.

헤인즈의 기복 없는 꾸준함과 효율적인 플레이스타일은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의 차이가 아니라 프로의식의 격차라고 해야 할 것이다. 헤인즈처럼 탁월한 신체조건이나 운동능력이 없더라도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서 충분히 일류 선수가 될 수 있고 장수하는 스타로 남을 수 있다.

진정 돌아봐야할 것은 헤인즈가 남긴 기록의 결과가 아니라, 어떻게 그런 대기록을 수립할 수 있었는가하는 과정의 가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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