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토중래 희망’ 엘롯기, 실패만은 아니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5.10.05 09:28  수정 2015.10.05 09:28

2007시즌 이후 8년 만에 포스트시즌 탈락

시즌 중 반짝 성과와 리빌딩 가속화 계기 마련

8년만의 동반 PS 진출 실패라는 아픔에도 내년 시즌 권토중래의 희망 또한 분명히 남긴 엘롯기의 2015년이다. ⓒ 연합뉴스 / KIA

이른바 ‘엘롯기’가 2007년 이후 8년 만에 동반 탈락했다.

LG-롯데-KIA가 올 시즌 사이좋게(?) 동반 탈락하며 가을야구의 꿈을 접었다.

세 구단 합쳐 통칭하는 엘롯기는 본래 KBO리그 최고의 인기 구단이라는 연결고리에서 비롯됐다. 팬층이 두껍고 관중동원력이 뛰어난 이들의 성적이 좋아야 프로야구 흥행에도 유리하다는 말은 야구계 오랜 속설로 통할 정도다.

하지만 세 팀이 2000년대 들어 번갈아가며 추락, 팬들 사이에서는 묘한 동질감을 불러일으켰다. 각종 패러디가 속출했고 급기야 가수 송대관의 ‘유행가’를 개사한 엘롯기 응원가가 탄생하기도. 일부 네티즌들을 위주로 개그와 풍자에서 출발했던 '엘롯기'는 어느새 2000년대 야구판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고유명사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암흑기를 극복하고 번갈아가며 포스트시즌의 문을 노크하면서 엘롯기라는 구분은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롯데와 KIA가 최근 다시 슬럼프에 빠지면서 불안한 조짐을 나타냈다. 급기야 LG마저 올 시즌 급격한 추락을 겪으며 추억의 엘롯기 동맹이 부활하기에 이르렀다.

가장 먼저 LG가 탈락했다. 최종적으로 탈락이 확정된 시점은 지난달 29일이었지만 시즌 내내 9위권을 벗어나지 못하여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밀려난 상태였다.

롯데와 KIA는 치열했던 5강 경쟁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롯데는 9월초까지 6연승 행진을 달리며 5위에 올라 기적 같은 가을잔치를 꿈꾸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급격한 하향세를 그리다가 주저앉았다. 지난달 30일 부산 사직경기에서는 5강 라이벌 KIA에 1-13 대패를 당하며 가을야구 진출이 좌절됐다. 롯데는 시즌 마지막 7경기에서 1승6패에 그쳤다.

롯데를 좌절시키고 5강을 향한 산소호흡기를 되살린 KIA도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상대적으로 경쟁팀들보다 여유가 있었던 잔여경기 일정을 살려 반격을 노렸지만 두산을 상대로 뼈아픈 2연패를 당하며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3일 경기에서 연장접전 끝에 7-9 역전패를 당한 것이 결정타였다. 힘이 빠진 KIA는 이튿날 재대결에서 굴욕적인 완봉패(0-9)를 당하며 자멸했다.

올 시즌 10구단 체제의 개막과 함께 포스트시즌 진출도 5강까지 확대한 KBO로서는 최고의 흥행 보증수표인 LG-롯데-KIA의 동반 탈락이 내심 아쉬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엘롯기 못지않게 올 시즌 ‘마리한화’ 돌풍을 일으키며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던 김성근 감독의 한화 역시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포스트시즌의 화제성이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엘롯기는 비록 올해 프로야구에서 일찍 퇴장하게 됐지만 내실을 살펴보면 올 시즌을 꼭 실패로만 규정할 수는 없다. 롯데와 KIA는 리빌딩에 방점을 둔 시즌이었고,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상당한 성과도 올렸다. LG 역시 그동안 미뤄왔던 세대교체를 좀 더 가속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8년만의 동반 PS 진출 실패라는 아픔에도 내년 시즌 권토중래의 희망 또한 분명히 남긴 엘롯기의 201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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