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던 유승민인데...' 서청원, 호통은 치지만...

조소영 기자

입력 2015.07.02 08:58  수정 2015.07.02 09:23

유승민 '탈박'하고도 전대 등에서 우정 이어가

청와대와 당내 친박계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와 친박계의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지난 6월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회의실을 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두고 서청원 최고위원이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만큼 국회법 개정안 문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른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거칠게 몰아붙여야 하지만 '과거의 인연'이 있는 만큼 쉽사리 유 원내대표를 겨냥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1일 서 최고위원 측에 따르면 현재 서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를 향한 '비판의 수위'를 최대한 낮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서 최고위원은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 '유승민 책임론'과 관련 "나 같은 경우, 과거 원내총무 때 노동법 파동으로 책임진 일이 있다"며 즉답을 피했었다.

또 26일 친박계 중진들과 '유승민 사퇴' 회동을 가진 후에도 "나에게 맡겨달라"며 친박계 의원들과 유 원내대표 간 전면전을 막았었다. 29일 비공개 긴급 최고위원회의 후에도 서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유 원내대표가 기회를 달라고 했으니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는 친박계와 그 반대에 선 비박(비박근혜)계 간 세력 싸움에서 친박계가 밀린다는 점, 최근 국민 여론이 유 원내대표에게 우호적이라는 점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서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와 '친근한 사이'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두 인사는 '원조 친박'으로 인연을 맺었다. 원조 친박들 사이에서도 두 사람은 무척 잘 맞았다고 한다. 서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워낙 두 분이 잘 맞았었다"며 "유 원내대표가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이명박-박근혜) 때 박 대통령 편에서 활동하는 모습이나 상임위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서 최고위원이 '진짜 유승민이 열심히 해'라고도 했었다"고 전했다.

유 원내대표가 19대 총선 당시 박 대통령(비상대책위원장)의 당명 변경(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추진을 비판하는 등 박 대통령과 사이가 멀어지며 '탈박(탈친박)'했지만 두 사람의 우정은 이어졌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유 원내대표는 현 김무성 당대표와 경쟁했던 서 최고위원을 지지했었다.

또 서 최고위원은 이후 열린 당내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같은 계파인 '이주영-홍문종 조'를 지지하는 가운데 '중립'을 지키며 유 원내대표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특히 유 원내대표는 경선 당시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겠다며 서 최고위원과의 인연을 드러내기도 했었다.

앞서 언급됐던 서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으면 서 최고위원이 이미 가만 놔두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례로) 다른 사람이 유 원내대표의 이전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같은 발언을 했다면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하지만 서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의 속뜻'을 알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좀 심하다고 해도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4월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등 박근혜 정부를 공개 비판했었다.

현재 친박계 의원들은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 건이 포함된 오는 6일 본회의를 유 원내대표의 '사퇴 디데이(D-day)'로 보고 있고 서 최고위원은 이 과정에서 '친박계 맏형'으로서 주요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서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친박계 의원인 이정현 최고위원과 함께 불참하기도 했지만 유 원내대표와 이 같이 '끈끈한 인연'이 있는 만큼 속내는 복잡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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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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