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표적등판' 자충수…급할수록 돌아가라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5.06.12 09:02  수정 2015.06.12 10:16

만만한 꼴찌 kt 상대로 무리한 투수 운용

선발투수들 연달아 무너지고 5할 승률도 붕괴

투수들의 구위를 고려하지 않은 '표적 등판'은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 ⓒ 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가 연이어 대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롯데는 11일 사직구장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전에서 6-16 대패했다.

지난 9일 1차전(4-7), 10일 2차전(7-10)에서도 연이어 패했던 롯데는 신생팀 kt에 창단 첫 스윕이라는 대기록을 헌납했다. 지난주 포항서 삼성 이승엽의 통산 400홈런 기록의 제물이 됐던 롯데는 또 들러리 신세가 됐다.

무리한 마운드 운용이 더 큰 화를 불렀다. 이번 시리즈 전까지 kt에 5연승을 달리던 롯데는 만만한 꼴찌팀을 상대로 확실하게 승리를 챙기려는 계산으로 외국인 투수 린드블럼과 레일리의 등판 일정을 앞당겼다.

그러나 투수들의 구위를 고려하지 않은 '표적 등판'은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 9일 선발이었던 린드블럼은 5.2이닝 4피홈런 7실점, 11일 선발이었던 레일리는 2.1이닝 1피홈런 8실점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10일 경기에서는 8회까지 6점차로 여유 있게 앞선 가운데 불펜이 무너지며 7-10으로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했다. 9회 1사 후 등판한 마무리 심수창은 아웃카운트 하나 못 잡고 4실점, 셋업맨 이성민도 연장 10회 홈런 2방을 맞았다. 한번 꼬인 마운드 운용은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롯데는 kt에 3경기 동안 무려 33점을 헌납했다.

투수진이 무너진 롯데는 11일 마지막 경기에서는 초반부터 점수차가 벌어지자 일찌감치 포기하는 듯한 인상까지 줬다.

레일리가 3회 1사에 조기강판되면서 0-8로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에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이정민은 불펜투수임에도 3.2이닝(7피안타 2피홈런 2볼넷 2탈삼진 7실점) 동안 무려 89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이정민은 전날 경기에서 1이닝동안 공 22개를 던진 바 있다.

하지만 롯데는 이정민의 투구수가 불어나고 추가 실점하는 상황에서도 투수교체를 최대한 늦췄다. 3연전 내내 선발과 불펜이 모두 난타를 당하며 투수진이 무너진 면도 있지만, 어차피 진 경기에서 더 이상의 투수력 소모라도 피해보겠다는 의도가 명확했다.

롯데는 6월 들어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8경기에서 고작 1승에 그치고 있다. 29승 31패로 어느덧 5할 승률도 붕괴되면서 8위까지 추락했다. 만회해야한다는 부담감은 조급증으로 이어지고, 섣부른 무리수는 더 큰 후유증을 초래하는 악순환이다. 변칙이나 모험도 그만한 준비가 됐을 때나 가능하다.

지금 롯데에 필요한 것은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경현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