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가 지난 3일(한국시각) 라파엘 베니테스 전 나폴리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베니테스는 이미 카를로 안첼로티 전임 감독이 올 시즌 무관에 머물며 경질설에 시달릴 때부터 유력한 차기 감독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베니테스 감독은 오래 전부터 레알 감독직이 지도자 인생의 오랜 꿈이었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올 만큼 레알 팬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나폴리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도 협상 과정에서 레알행을 서두르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 이탈리아 팬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난 3일 열린 부임 기자회견에서도 베니테스 감독은 "아주 특별하면서도 감동적인 하루"라고 평가하며 고대하던 레알 사령탑에 오른 것에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감격에 취한 베니테스 감독의 기분과는 달리, 그의 앞에는 역대 레알 사령탑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험난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은 레알의 결정과 베니테스의 미래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레알에는 아직 안첼로티 감독이 남긴 여운이 짙다. 안첼로티 감독은 비록 이번 시즌 무관에 그치기는 했지만, 지난해 레알에 꿈에 그리던 라 데시마(유럽챔피언스리그 10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올 시즌에도 우승 트로피만 없었을 분 모든 대회에서 막판에서 우승 경쟁을 펼쳤다. 무엇보다 극성스럽기로 유명한 레알에서 선수단과 팬들, 언론과의 관계가 모두 원만했고 폭넓은 지지를 받았던 드문 감독이었다.
팀의 에이스 호날두가 공개적으로 안첼로티 감독의 잔류를 요구한 것은 물론 많은 이들이 레알이 안첼로티를 경질하는 것은 성급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베니테스 감독은 어떨까.
그 역시 리버풀과 첼시, 인터 밀란, 발렌시아, 나폴리 등 유럽의 여러 명문구단을 이끈 실력 있는 감독이며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도 있다. 1993년부터 레알 마드리드 2군 카스티야의 감독을 7년간 맡은 바 있어 레알과의 연결고리도 깊다. 카스티야는 베니테스 감독이 현역 은퇴 후 첫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2006년 리버풀에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끝으로 베니테스 감독의 최근 경력은 다소 하향세다. 리그 우승 경력은 벌써 12년이 넘었고 여러 팀을 전전하는 저니맨의 이미지로 강했다. 무리뉴나 안첼로티 같은 전임자들이 지도자로서 가장 핫하던 최정점의 순간에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았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무게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레알이 베니테스 감독의 영입으로 기대하는 것은 역시 실리성에 있다. 올 시즌 무관에 그친 레알의 문제점은 화려한 공격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비력과 위기관리에 있었다.
베니테스 감독은 리그전보다 단기전인 토너먼트 대회에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감독이다. 주전 의존도가 컸던 안첼로티와 달리 베니테스는 선수층을 폭넓게 활용하는 로테이션과 변칙적인 전술 운용에 강하다. 화려한 공격보다는 수비와 점유율에 좀 더 무게를 둔 안정 지향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레알은 베니테스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스쿼드를 자랑하는 팀이다. 그만큼 베니테스 감독의 능력에 거는 기대치도 높아졌다. 베니테스는 과연 안첼로티의 그림자를 넘어 '명장들의 무덤' 레알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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