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GERS OUT RAFA IN' 로저스 선물 걷어차나

데일리안 스포츠 = 안철홍 객원기자

입력 2015.05.08 11:38  수정 2015.05.08 13:41

안필드 상공에 ‘로저스 경질’ 배너 충격

‘성공적 세대교체-리더십’ 1년 만에 평가절하

브랜단 로저스 감독이 팬들의 빗발치는 경질 요구에 사면초가에 몰렸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 3일(한국시각) 리버풀과 퀸즈파크 레인저스(QPR)가 맞붙은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 상공에는 브랜단 로저스 감독의 경질을 재촉하는 배너 하나가 떴다.

배너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ROGERS OUT RAFA IN'.

로저스 감독을 경질하고 리버풀의 황금기를 열었던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을 다시 데려오자는 내용이다. QPR에게 동점골을 얻어맞은 뒤 현지 중계 카메라는 리버풀 팬들의 모습과 로저스 감독을 번갈아 화면에 담았다.

더 이상 리버풀과 로저스 감독의 동행은 무리인 것일까.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이 온 것일까.


1년 사이 무슨 일이..

1년 전인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로저스 감독은 리버풀 재건에 성공했다. 루이스 수아레스, 다니엘 스터리지, 라힘 스털링 등 3인방을 앞세운 역습은 날카로웠고 제라드와 핸더슨이 중심이 된 패스 축구는 아름다웠다.

막판까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를 추격하면서 리그 우승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비록 스티븐 제라드의 실수로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그 전까지 리버풀의 상승세는 거침없었다. 그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로저스 감독은 AT마드리드의 시메오네, 도르트문트의 클롭 감독과 함께 젊고 유망한 감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그의 위상은 많이 떨어졌다. 팀을 대표할 정도로 발전한 스터리지, 스털링, 펠리페 쿠티뉴, 조던 핸더슨의 성장은 작금의 부진에 빛을 잃은 모양새다. 스털링을 필두로 한 제로톱, 중앙미드필더의 다이아몬드 배치, 라자르 마르코비치와 아담 랠라나를 윙백으로 사용한 3백 등 로저스 감독의 변화무쌍한 전술은 단순한 숫자놀음으로 기억되는 것 같다.

리버풀 팬들에게 이 모든 과정들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4위라는 결과보다 더 소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그렇게 외쳐 되던 제라드의 후계자를 품에 안겨줬는데도 말이다.


실패한 영입이 정당한 이유

로저스 감독의 경질 원인 중 한 가지로 이적시장의 실패를 꼽는다. 실력이 완성된 선수를 데려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발전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영입했다는 사실은 팬들 뇌리에 각인되지 못하고 있다.

로저스 감독 부임 이후 리버풀은 이적 시장에서 많은 선수들을 내보내고 사왔다. 매 이적 시장 때마다 공격부터 수비까지 전 포지션에 걸쳐 선수 보강을 했다. 로저스 감독이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선수단의 양과 질 향상에 있다.

로이 호지슨과 케니 달글리시가 사령탑을 맡고 있던 리버풀은 명확한 기준과 계획을 가지고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선수의 실력보다 더 많은 이적료를 지급했고 당장의 결과를 내기 위해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선수를 영입했다.

이적시장에서 전혀 효율적인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했다. 따라서 로저스 감독이 부임했을 때 선수단은 이미 노쇠화, 기량 하락이 진행되고 있었다. 팬들의 기대를 다시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한 상태였다.

지난 3번의 여름 이적 시장에서 로저스 감독이 보여준 선택은 이적시장의 과도한 인플레이션, 구단의 한정적인 자금력, 팬들의 기대, 본인의 철학 등 여러 가지 독립변수들을 고려한 종속변수인 것이다. 또한, 안필드 증축 문제와 효율성을 중시한 구단 수뇌부들의 구단 운영방침도 로저스 감독의 선택을 제한적으로 만드는 요소들이었다.


평가와 확인의 문제

감독의 경질을 생각할 때, 고려해야 할 두 가지 기준이 있다. 해당 감독이 계약 기간 팀을 잘 이끌었는지에 대한 평가와 그것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문제 즉, 발전 가능성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전자는 성적과 경기력으로 가늠해볼 수 있고 후자는 선수단 장악, 현재의 능력 등 여러 가지 요소로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

로저스 감독의 경우, 이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시킨다. 잉글랜드의 미래를 책임 질 선수들을 키워냈고 틀에 박힌 전술을 고집하지 않고 상황에 맞는 유기적인 변화로 팀을 이끌었다.

특히 올 시즌 수아레스의 이적과 대체자로 영입된 발로텔리의 부진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다시 한 번 그의 능력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스털링을 전방에 내세운 제로톱 시스템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게 다시 패하기 전까지 13경기 동안 10승 3무를(24득점 8실점) 기록하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4-3-3, 4-1-4-1, 4-4-2 다이아몬드 투톱, 3-5-2, 3-4-3 등 그가 선보인 여러 전술과 시스템들은 로저스 감독이 현대 축구의 흐름을 잘 따라가는 지도자라는 것을 증명시켜준다.

처음으로 빅 클럽을 지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능력은 더욱 높이 평가 받아야 한다. 참고로 옆집 맨유의 선택 받은 자는 선수단 장악에 실패해 한 시즌 만에 짐을 쌌다. 로저스 감독은 이러한 문제도 큰 갈등 없이 잘 해결했다. 페페 레이나, 다니엘 아게르, 제라드와 같은 리버풀의 정신적 지주들과 아름답게 이별하면서 선수단 장악 능력에 문제가 없음을 입증했다.

미래에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 면에서 로저스 감독과 리버풀의 동행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일시적인 부진으로 그를 경질한다면 리버풀은 능력 있는 젊은 감독을 제 발로 차는 꼴이다. 로저스 감독이 리버풀에서 보여준 업적은 절대 부족한 것이 아니다.

과연 팬들이 원하는 베니테즈 감독이 다시 돌아온다고 해서 리버풀이 우승에 도전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우승을 위한 시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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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홍 기자 (qkqldyd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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