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광복 70주년 특집: 뿌리 깊은 미래―1편’의 좌편향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1일 이사회에서 이인호 이사장은 “이 다큐를 본 사람들로부터 ‘내용이 편향됐다’는 항의 전화를 사방에서 받았다”고 지적했고, 이에 대해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이사장의 발언은 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며, 프로그램 관련 내용은 시청자위원회 등에서 심의하면 된다”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 공영노조도 성명에서 “다큐가 우리 역사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내용 일변도이고 (광복 후) 고통의 원인이 미군과 남한 단독선거로 정권을 잡은 당시 정치인들에게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며 주장했다.
이에 KBS PD협회는 다음날 성명을 내 “이 다큐는 민초의 시각으로 구성돼 해방공간의 정치·국제 관계 등 거시적 평가를 시도하지 않았는데도 이 이사장이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려 했다”고 반박했다.
각계의 반발도 거세다. 구체적으로는 다큐멘터리에 6.25 전쟁 발발 책임이 명시되지 않았고, 1950년 9.28 서울 수복 과정에서 공산군의 민간인 학살과 정부의 부역자 처벌이 편파적으로 기술됐다는 지적이다.
이지수 명지대 교수는 14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다큐에는 당시 혼란과 비극을 초래한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조선공산당의 정판사 위폐사건과, 위폐사건 때문에 불법화한 이후 전개된 대구 폭동, 제주 4.3 사건, 여순 반란, 무엇보다 6.25 전쟁에서의 북한과 좌익들의 결정적 역할이 빠졌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또 “전쟁 직후 철수하는 북한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과 납북 문제는 ‘쫒긴 자들은 분노와 증오의 흔적을 남기고 북쪽으로 물러났다’고 한마디 말로 넘어가면서, 서울 수복 이후 정부와 민간의 부역자들에 대한 분노와 증오의 결과인 부역자 처벌은 상대적으로 길게 자료화면과 언급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 교수는 흥남 철수 부분에서 민간인들이 부두에 남아 있었음에도 미군이 폭파를 감행했다라고 오해할 여지가 충분하게 묘사 된 점, 흥남 철수 작전에 대해 배에 타지 못한 민간인들이 미군의 부두 폭파 직후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고 표현 한 점, 또 신천 사건 등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점 등을 지적했다.
다만 이 교수는 “담당 PD나 작가나 뚜렷한 이념적 성향을 가지고 있고, 이를 제작에 얼마나 반영했는지에 대해서는 1부만으로 판단하기가 애매한 것 같다”며 방송의 정치적 목적성에 대해서는 평가를 삼갔다.
KBS PD 출신인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은 다큐의 내용이나 제작보다는 편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제작자가 내 입사동기인 것 같은데, 그 PD가 이념적으로 좌편향된 사람은 아니다”라며 “김대중 정부 때 근대사기획반이란 곳에서 근대사 사료들을 모아 스탠더드를 만들었다. 그 PD는 크게 이념적으로 치우치지 않은 상황에서 스탠더드를 적용해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방송을 제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은 이어 “다큐를 만들 때 좌파와 우파의 시각을 다 담기는 어렵다. 만약 담는다면 쟁점을 다뤄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한 편의 완성된 다큐를 만든다고 하면 해석 스탠더드를 채택하게 된다”며 “이 때문에 좌파적으로 제작됐다면, 제작자를 비판하기보단 우파적 다큐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 위원은 “저번에 이승만 다큐가 제작됐을 때 좌파에서 들어일어섰고, 백선엽 다큐도 때도 말이 많았다”며 “제작의 자율성을 건드리기보다는 편성 과정의 중립성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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