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업’ 프로야구, 경기시간 얼마나 줄어들까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5.02.07 08:37  수정 2015.02.07 08:42

경기 시간 지연, 프로야구 흥미 떨어뜨리는 원인

KBO, 3시간 안팎 목표로 스피드업 규정 마련 눈길

KBO는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야구가 태생적으로 다른 구기 종목과 차별화되는 특징 중 하나는 시간 제약에서 자유로운 스포츠라는 점이다.

정해진 시간에 많은 득점을 올려야하는 농구나 축구와 달리, 야구는 아웃카운트를 모두 잡을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 프로에서는 아마추어 같은 콜드게임 규정도 없다. 메이저리그처럼 무승부 제도 없이 끝장승부를 채택했을 때는 경기 시간이 하루를 넘기는 1박2일 경기가 나오는 해프닝도 있다.

공 하나하나의 무수한 계산과 작전이 오고가는 야구는 시간 싸움에 쫓기는 다른 종목보다 느림과 여백의 미학이 두드러지는 스포츠다.

하지만 현대 스포츠의 흐름은 점점 빠르고 역동적인 경기 운영을 강조하는 추세다. 이는 프로 스포츠가 결국 팬들을 위한 서비스라는 존재 의의에서 비롯된다.

모든 분야가 다 그렇듯 집중력은 시간에 반비례한다.

아무리 치열한 경기라도 경기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선수들은 지치고 팬들은 지루해진다. 여백의 공간이 많은 야구 종목의 특성상, 잦은 투수교체 등으로 흐름이 끊어지는 것은 오히려 스포츠의 본질적인 재미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이는 야구 중계를 편성하는 방송사 측에서도 시청률과 편성에서의 부담이 된다.

한국뿐 아니라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도 해마다 제도적으로 경기시간 단축을 강화하는 추세다.

야구는 보통 3시간 이내에 마무리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평가된다. 2014시즌 한국 프로야구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 27분. 체감시간으로 하면 적정 경기시간에서 30분 정도를 초과한다.

2012시즌에 3시간 11분까지 줄었던 경기시간은 2013시즌 들어 3시간 20분으로 갑자기 늘어난데 이어 2년 연속 증가 추세다. 참고로 2014시즌 메이저리그의 3시간 8분, 일본프로야구는 3시간 17분의 평균 경기시간을 기록했다.

국내 프로야구의 경기 시간 증가는 경기력의 질적인 문제점과도 관련이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를 강타한 최악의 '타고투저' 현상은 경기시간 증가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타자들의 방망이가 불을 뿜다보니 이닝 당 아웃카운트를 잡는데 그만큼 시간이 소요된다. 투수를 자주 교체하면서 소요되는 시간도 무시할 수 없다.

양 팀이 치고받는 접전일 때도 이런데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기우는 타고투저의 경우에는 더욱 난감해진다. 이미 승부가 사실상 결정된 상황에서 끝없는 난타로 경기시간만 잡아먹고 재미는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선수들의 경기 습관도 바뀌어야한다. 투수들의 경우, 주자가 없을 때 20초 내에 투구해야하는 규정이 생긴 이후로 지나치게 투구간격을 늘려서 시간을 지체하는 경우는 줄었다. 하지만 주자가 나가있을 때 1루로 지나치게 견제구를 많이 던지는 투수들이 있다.

타자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더 관대해서 요즘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쓸데없는 사전 동작이 너무 길거나 자주 타임을 불러 흐름을 끊는 선수들이 많다. 그런 완급 조절도 야구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경기의 긴장감과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팬들을 몰입시키기 위해서는 선수들도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5시즌 평균 경기시간을 3시간 내외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권고는 했으나 자율적으로 시행해오던 스피드업 규정들이 올해부터는 엄격하게 제재를 곁들이는 방식으로 변화할 전망이다.

현장에서는 팀 승리에 전념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겠지만, 지켜보는 팬들과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서 대승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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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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