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수확 중 하나는 바로 김진수(호펜하임)의 발견이다. 김진수는 이번 대회를 통해 대표팀의 왼쪽 수비수 주전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사실 한국축구는 2011년 이영표가 대표팀을 은퇴한 이후 오랫동안 확실한 대안을 찾지 못해 방황했다. 경쟁자는 많았다. 김진수보다 앞서 유럽무대에 진출한 박주호(마인츠)나 윤석영(QPR) 등이 먼저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막내이자 후발주자였던 김진수가 2년 사이 급성장하며 주전경쟁에서 앞서나갔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도 김진수는 홍명보호의 유력한 주전 왼쪽 풀백으로 꼽혔다. 그러나 개막을 코앞에 두고 부상으로 아쉽게 최종엔트리에서 낙마했다. 실망이 컸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이후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을 통해 유럽 무대에 진출했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7전 전승-무실점의 퍼펙트 금메달에 기여하며 병역혜택까지 받았다.
2015 아시안컵은 김진수가 A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맞이하는 사실상 첫 메이저대회였다. 월드컵 주전 풀백이던 윤석영이 부상으로 낙마하고, 박주호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이동하면서 왼쪽 수비수는 사실상 김진수의 독주체제가 됐다.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김진수는 이번 대회 유일하게 6경기 모두 풀타임 소화하며 MVP급 활약을 펼쳤다.
김진수의 진가는 수비만이 아니었다. 우즈벡과의 8강전과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 결승골은 모두 김진수의 발끝에서 어시스트가 나왔다. 마치 두 개의 심장이 달린 듯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측면라인의 끝과 끝을 오가는 왕성한 활동으로 공수에 부지런히 가담하는 움직임은 열정 그 자체였다.
거의 완벽했던 김진수의 아시안컵은 마지막 결승전에서 옥에 티를 남겼다. 손흥민의 ‘극장골’로 1-1 동점을 이루며 연장에 돌입한 전반 15분, 김진수는 수비 진영에서 토미 유리치(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를 놓치는 뼈아픈 실책으로 결승골의 도화선을 제공했다. 그라운드에 얼굴을 파묻고 자책했지만 경기는 1-2 스코어 그대로 끝났다.
경기 후 김진수는 죄인처럼 머리를 숙이고 펑펑 울었다. 자신의 실수로 55년 만의 우승을 날렸다는 자책이 너무 컸다.
하지만 그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이들은 없었다. 한 순간의 플레이에 영웅이 되기도 역적이 되기도 하는 대표팀 경기에서 여론의 반응은 이례적이다. 김진수가 있었기에 한국이 결승전까지 올라올 수 있었고, 최후의 순간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뛴 선수가 김진수라는 사실도 모두가 공감하기 때문이다.
김진수가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길은 지나간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더 많은 승리를 지키는 것이다. 1992년생인 김진수는 앞으로 10년 이상 한국축구의 왼쪽 측면을 책임질 든든한 미래자원이다. 아프지만 값진 경험을 쌓았기에 김진수와 한국축구의 미래는 더욱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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