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부동의 선두 삼성 라이온즈가 4연패 수렁에 빠지며 시즌 막바지 갈지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것도 가을야구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은 2·3위팀에 연달아 일격을 당했다. 지난 9월초 5연패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4연패다.
일찌감치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짓고 여유 있게 잔여 시즌을 운영하려던 구상은 완전히 헝클어졌다. 닷새째 우승 매직 넘버를 좁히지 못한 사이 최소 2위를 확정지은 넥센과의 격차가 2.5경기까지 좁혀졌다. 삼성은 넥센보다 1경기 더 많은 6경기 남겨둔 가운데 5할(3승3패) 승률 이상을 거둬야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할 수 있다.
삼성의 최근 경기 내용은 전혀 정규리그 1위 팀답지 못했다. 무엇보다 삼성의 강점으로 꼽히는 불펜과 수비의 집중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지난 6일 대구 두산전에서 1-1로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던 11회초 임창용이 무려 4실점(3자책점), 3연승 행진이 중단된 게 발단이었다. 이튿날 잠실 LG전에서는 5-3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8회에만 불펜이 무려 6실점하며 믿기 힘든 역전패를 당했다.
8일 넥센전에서는 연장 승부 끝에 마무리 임창용이 또 10회말 끝내기 점수를 내주며 3-4로 패했다. 9일 NC전에서는 1회 3점을 올리며 쉽게 따낼 수도 있는 경기를 선발 윤성환이 6회에만 홈런 두 방, 7회에 구원 등판한 차우찬과 백정현은 줄줄이 홈런 세 방을 맞으며 백기를 들었다. 4연패 기간 야수들의 실책만 7개나 나온 것도 경기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삼성은 안지만, 차우찬, 임창용 등 주력 필승조가 모두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하느라 휴식기가 없었다. 이들이 비록 아시안게임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미 장기레이스에서 쌓인 피로가 누적된 데다 압박감이 큰 국제대회에서 항상 불펜에 대기하며 체력소모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아시안게임 휴식 이후 삼성 필승조는 안지만이 4경기 5.2이닝 4실점(3자책점), 차우찬이 6경기 7.2이닝 6실점(6자책점), 임창용은 3경기 3이닝 5실점(3자책점)으로 하나같이 부진했다. 4연패 기간 불펜이 제 역할을 다해준 경기는 한 번도 없었다.
여전히 페넌트레이스 우승은 삼성 쪽이 더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로 시즌을 마칠 경우 자칫 가을 야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시즌 막바지 삼성을 격침시킨 팀들에는 가을 잔치에서 다시 삼성을 만나더라도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자신감만 심어주는 결과가 돼버렸다. 삼성으로서는 페넌트레이스 우승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성적과 순위는 모두 잊고 심기일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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